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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에는 아직도 청산해야 할 일본말이 남아 있다. 사진은 프로야구선수가 프로야구 올스타전 종료 후 선구회 미기상을 받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최우수상과 지도자상은 각각 목포대 최규선과 진상원 코치에게 돌아갔다. 우수상은 울산대 주영훈이, 미기상은 서울대 이한결이 수상했다.” 대학 농구대회 결과를 보도한 최근 기사 내용이다. 처음 보는 ‘미기상’이라는 말이 제일 눈에 띈다. ‘미기’, ‘미기상’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궁금하다.

인터넷 사전을 찾아보니, ‘미기상’은 ‘美技+賞’의 한자어로서 ‘공연이나 운동에서, 훌륭한 연기나 경기를 펼친 사람에게 주는 상’의 뜻이다. ‘훌륭한 연기나 경기’라는 뜻의 ‘미기(美技)’라는 말은 국어사전에 실려있지만 ‘미기상’은 2004년에야 나온 새말로 표시되었다. 사전 기술과 달리 1990년에도 이미 각종 운동 경기 관련 기사에서 이 말이 쓰였다. 최우수상, 우수상 다음으로 주는 상이니 ‘장려상’ 정도에 해당할 텐데 의미상으로는 ‘멋진 경기상’, ‘멋진 기술상’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상을 받은 사람도 관련 기사를 보는 사람도 말뜻이 무엇인지 이리저리 사전을 찾지 않고서는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미기’라는 단어가 전혀 일상에서 쓰이지 않고, ‘미기상’은 기존 사전에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멋진 경기상’, ‘멋진 기술상’을 썼다면 사전을 찾지 않아도 누구나 뜻을 쉽게 이해할 것인데 아쉬울 뿐이다.

‘미기’, ‘미기상’이 일본말에도 있는데, ‘美技[びぎ, 비기]’는 영어 ‘fine play[파인 플레이]’의 번역어다. 일본 사람들은 이를 소리대로 ‘ファインプレー[화인푸레에]’로도 적는다. 또 ‘미기상’을 ‘美技賞’, ‘ファインプレー賞[화인푸레에쇼우]’로 쓴다. 일본말에서 두 말이 널리 쓰이는 걸 보면 결국 ‘미기상’도 일본말에서 한국어에 들어온 것이라고 하겠다. 청산해야 할 일본말이 하나 더 늘었다.

이정복 대구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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