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크기 설정

 [로힝야 사태 2년, 마르지 않는 눈물] <하> 다시 시작한 송환작업
로힝야족 미얀마 송환을 위해 지난해 설치된 송환센터를 지키고 있떤 방글라데시국경수비대(BGB) 관계자가 취재진에 센터 내부를 보여주고 있다. 테크나프(방글라데시)=정민승 특파원

“이번에는 정말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우리(방글라데시인)도, 로힝야족도 사는 길이에요.”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정부가 로힝야족 난민 송환(22일 개시)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이틀째이던 지난 17일 방글라데시 테크나프 인근 난민송환센터. 정문을 지키고 있던 방글라데시국경수비대(BGB) 대원은 “그러나 큰 기대를 걸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설치 된 지 2년이 다 돼 가지만 그간 사용된 적이 한번도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방글라데시-미얀마 국경 인근 콕스바자르에서 남쪽으로 80㎞ 떨어진 나프강변의 난민송환센터는 지난 2017년 말, ‘2년 내 난민들을 미얀마로 송환한다’는 양국 합의가 나온 후 이를 추진할 목적으로 설치됐다. 선발된 난민들이 캠프를 나와 ‘귀국선’에 오르기 전까지 머물게 될 곳이다. 국도 1호선변에 지어진 시설로, 바로 앞 폭 1㎞의 나프강만 넘으면 미얀마 서부 라카이주와 닿는다. 라카인은 로힝야 난민들의 고향이다.

언론과 접촉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익명을 요구한 BGB 관계자는 “보도는 들었지만 상황이 바뀐 것은 없다. 우리가 떠밀어낼 수 없는 만큼, 관건은 난민들의 자발성인데, 그런 분위기는 전혀 듣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는 송환을 하루 앞둔 21일까지도 변함이 없다. 콕스바자르 인근 난민캠프의 소식통에 따르면 “송환 소식이 나온 지 나흘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자발적으로 돌아가겠다는 난민들 이야기는 듣지 못하고 있다”라며 이번에도 송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유엔난민기구(UNHCR)와 방글라데시 정부 관계자들이 전날 귀환 승인이 난 난민들을 대상으로 송환에 대한 의견을 재차 듣는 자리를 마련했지만, 선발된 1,056가족 중 21가족, 105명만 참석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방글라데시 난민구호 및 송환위원회 위원장인 아불 칼람은 “면담에 응한 가족들도 모두 미얀마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통신에 밝혔다. 로힝야족 소식통은 “송환 조건으로 완전한 미얀마 시민권을 요구하고 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 이번에 재개되는 송환작업은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가 미얀마의 핵심 동맹인 중국과 일본을 잇따라 방문한 뒤에 나온 움직임으로, 방글라데시 현지에선 송환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게 점쳐졌다.

하지만 로힝야족 소식통은 “난민들은 완전한 시민권 보장과 함께 미얀마 라카인주 내에 유엔이 보장하는 안전지대를 요구하고 있다”라며 “이러한 요구를 로힝야족 국가 건설 움직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미얀마 정부가 더욱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앞서 미얀마 정부는 방글라데시 정부가 제출한 난민 2만2,000여명의 명단에서 3,540명에 대한 송환을 허용해, 이르면 22일부터 난민 송환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양국 정부와 UNHCR 등 국제기구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송환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자, 로힝야족들의 방글라데시 정착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는 최근 공개한 연구 자료를 통해 하루 600명씩 송환이 이뤄질 경우 완전 이주까지 약 5년, 하루 200명씩 송환한 경우 13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 다카 사무소 관계자는 “100만명 규모의 난민캠프에서 하루 수백명의 신생아가 태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 할 경우 이들이 테러리스트가 되어 방글라데시는 물론 동남아 전체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만큼 버티고 있는 미얀마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다카ㆍ콕스바자르ㆍ테크나프(방글라데시)=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web_cdn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