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오! 베트남] ‘주량=업무능력’ 술 잘 마셔야 인기

입력
2019.08.22 04:4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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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음주문화

베트남 한 국영기업이 주중에 주최한 ‘음주왕 선발대회’ 장면
베트남 한 국영기업이 주중에 주최한 ‘음주왕 선발대회’ 장면

베트남에서 음주는 소통의 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때문에 베트남인들은 평일 점심시간에도 직장동료들과 서슴없이 맥주를 마시는 등 평소 술을 가까이하는 편이다.

직장 내에서 열리는 술 마시기 대회가 이 같은 베트남 문화를 잘 보여주는 단면이다. 지난 16일 남부 지역의 한 국영기업에서 ‘음주왕 선발대회’가 열렸는데, 주최 측은 “힘든 일과를 마친 뒤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하고,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행사를 준비했다”고 떳떳하게 밝혔을 정도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에는 “그렇다면 저 참가자들은 모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해 귀가한 것”이라며 비판이 제기됐고, 급기야 베트남 정부가 추진하는 음주문화 개혁에도 반한다며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베트남 사람은 ‘이해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경제 성장과 함께 최근 생긴 분위기이긴 하지만, 업종에 따라 직장 내에서 여전히 ‘주량=업무능력’ 공식이 작동하는 곳이기도 하다. 또 베트남에서는 ‘술 없이는 사업할 생각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비즈니스 현장에서 음주는 일반적이다. 통상 술이 협상을 순조롭게 이끄는 경향이 있지만, 일반 점심 접대 자리가 저녁까지 이어질 경우도 있어 많은 외국인이 힘들어한다.

베트남에서 음주는 상대방에 대한 예로 간주되기도 하며, 이 같은 특성과 맞물려 술을 마시는 능력은 남성성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외국계 호텔에서 근무하는 사오(32)씨는 “상대가 권한 술을 받아 마신다는 것은 그에 대한 존경심을 표시하기 때문에 거절은 결례”라며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은 대부분의 자리에서 많은 사람의 축하와 관심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젊은 남성들이 술에 도전하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지만, 모계 사회의 특성이 반영된 탓인지 여성들이 많은 술을 마시는 경우는 대단히 제한적이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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