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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강경화ㆍ고노 외교장관 회담… 靑, 화이트리스트 관련 아베 카드 주목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참석차 20일 김포국제공항에서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결정의 순간이 임박했다. 지난달 초 대(對)한국 수출규제에 이어 이달 초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제외까지 지난해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보복성 조치들이 잇달아 강행되자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파기를 검토할 수 있다는 초강수를 던졌는데, 24일이 대일(對日) 통보 시한이다. 일단 청와대는 21일 열릴 한일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당초 강경했던 여권도 신중론 쪽으로 돌아선 분위기다. 미국의 한미일 안보 공조 이완 우려와 당초보단 누그러진 한일 사이의 기류를 감안할 때 당장 카드를 쓰는 게 갈등 해결에 도움이 될지, 잃는 게 더 많을지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 기자들을 만난 청와대 관계자는 지소미아 연장 여부와 관련해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될 사항”이라며 “일본의 전향적 태도와 군사 정보의 양적ㆍ질적 평가 등 여러 사안을 종합적으로 놓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우선 기다리는 건 이튿날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장관이 들고 올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핵심 반도체 소재) 3대 품목 개별 허가 조치와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조속히 철회돼야 일본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낙관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일본이 개별 품목을 추가하지 않겠다거나 예전처럼 포괄적 허가제와 비슷하게 운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다면 청와대로서도 입장을 선회할 명분이 마련되겠지만 아직 그럴 조짐은 없다”며 “아직 일본 경제산업성과 총리 관저가 대화를 거부 중이고 우리도 최근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문제 적극 제기로 압박 수위를 높인 터여서 해법 도출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라고 내다봤다. 이번에 가동되는 고위 외교 당국 채널은 대화 동력 유지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고노 장관이 무엇을 들고 올지가 아니라 우리가 징용 문제와 관련해 뭘 들고 갈지가 관건이지만 아직 전향할 단계가 아니라는 게 여전한 정부 입장인 듯하다”고 했다. 아직 서로 공을 상대방에게 넘기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실제 21일 열리는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중국 베이징(北京)에 간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고충을 토로했다. ‘이번 한일 회담이 국면 전환 계기가 될 것 같느냐’는 출국 직전 취재진 질문에 “상황이 어렵다. (일본의 수출 규제 등에 대한) 우리 입장을 적극 개진해야겠지만 무거운 마음을 갖고 간다”고 대답했다. 일본 공영 방송 NHK 보도에 따르면 고노 장관은 이날 밤 베이징 기자회견에서 이튿날 한일 외교장관 회담 때 강 장관에게 징용 판결과 관련해 한국의 국제법 위반 상황을 조속히 시정할 것을 거듭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장관 회담 전 이날 미리 이뤄진 양국 국장급 회동에서도 입장차만 확인됐다.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만난 김정한 외교부 아태국장은 지소미아 재연장 여부를 검토 중이라는 우리 측 입장을 전달했다. 외교 소식통은 “양측 외교 당국이 대화해야 한다는 모멘텀은 유지됐다”고 말했다.

때문에 청와대는 막판까지 지소미아 파기의 득실을 계산하며 주저할 공산이 크다. 당초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 2일 “정부는 우리에 대한 신뢰가 결여돼 있고 안보상의 문제를 제기하는 나라와 과연 민감한 군사 정보 공유를 계속 유지하는 게 맞는지를 포함해 종합적인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며 ‘파기 검토’를 처음 거론했을 때만 해도 청와대 입장은 강경했다. 카드에는 한미일 안보 공조 체제 와해를 방관할 거냐는 대미 경고이자 대일 압박 요구 성격이 강했다.

국회도 호응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처음 지소미아 폐기론을 언급한 뒤 군 사정에 밝은 같은 당 김종대 의원이 지금까지 줄곧 지소미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해 오고 있다. “일본과의 공조가 우리 안보에는 별반 이득이 없지만 발사 직후 곧바로 북한 미사일을 포착하는 데 한계가 있는 일본에게는 한국과의 정보 공유가 결정적”이라는 것이다. 2016년 11월 대통령 탄핵 직전 부랴부랴 박근혜 정부가 협정을 체결한 것도 본토 ‘미사일 방어’(MD)를 위해 한미일 협력이 긴요했던 미국의 종용에 의해서였지 짧은 한반도 전구(戰區) 종심(전ㆍ후방 사이 거리) 탓에 북한 미사일이 떴다 하면 사실상 ‘상황 끝’인 우리가 필요해서가 아니었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통보 시한이 다가올수록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연장 불가피론이 득세하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며 대화의 문을 열어 둔 문재인 대통령의 8ㆍ15 광복절 경축사가 선회를 이끈 듯하다. 국방위 소속 한 의원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일본의 보복만 생각하면 파기가 맞지만 최근 대화 분위기가 형성된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마크 에스퍼 신임 미 국방장관이 9일 첫 방한 때 협정 연장을 요청한 일도 영향을 미쳤다. 외교통일위 소속 한 의원은 “기본적으로 한일 갈등은 경제 분쟁”이라며 “지소미아 파기로 한미관계 악화까지 초래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지소미아가 갖는 한미일 안보 협력 체제의 토대라는 상징성 역시 중요한 결정 기준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우리가 협정을 파기할 경우 로비에 강한 일본이 미 조야에 ‘한국은 친중(親中)’이라는 인식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고, 그러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부상하는 대안이 ‘연장하되 일본이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소극적으로 운용해 사실상 형해화’하는 방안이다.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한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상황이 발생하면 탄력적으로 운용하면 된다”고 했다.

청와대가 신경 쓰이는 건 여론이다. 협정을 연장하면 아베 정부에 나약한 모습을 보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비등할 수 있다. 일본이 추가 보복 조치를 중단할지도 확실하지 않다. 청와대는 조만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를 열어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결정한 뒤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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