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시 짓는 색다른 경험… 전에 없던 표현 영역 생겨”

입력
2019.08.20 15:52
수정
2019.08.20 19:31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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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 시인 ‘자수견본집’ 출간

김정환 시인이 직접 대역한 자신의 시 '악기입장'. 아시아 제공
김정환 시인이 직접 대역한 자신의 시 '악기입장'. 아시아 제공

번역되기 가장 어려운 장르를 꼽는다면 무엇보다 시일 것이다. 내용뿐 아니라 행과 열로 이뤄진 형식적 미학, 행간 사이사이 숨겨진 시인의 의도까지도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러시아 태생의 미국 언어학자 로만 야콥슨은 “정확히 말하면, 시는 번역이 불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인이 직접 자신의 시를 번역한다면 어떨까. 시집 ‘황색예수’로 잘 알려진 김정환(65) 시인의 새 시집 ‘자수견본집’은 기획 단계부터 시인이 영문 번역을 염두에 두고 창작한 시로 이뤄졌다. 영문학과 출신이자 오랫동안 번역가로도 활동해 온 시인이 직접 시들을 번역했다. 한국 최초의 한영대역 신작 시집이다.

시집은 출판사 아시아가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의 시를 한영 대역으로 출간해온 ‘K-포엣’ 시리즈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2014년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가들의 작품을 한영대역으로 냈던 ‘K-픽션’ 시리즈의 시 버전이다. 안도현, 백석, 허수경, 김현 등의 시집이 한영대역으로 나왔다. 이전까지는 이미 출간된 시집이 대상이었다면, 이번에는 아예 기획부터 영문 번역을 염두에 두고 시인에게 시를 주문했다.

김정환 시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열린 신작시집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정환 시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열린 신작시집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정환 시인은 20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50년간 영어를 사용해왔지만 영어로 창작하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며 “전에 없던 표현영역이 많이 생기는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시아의 주간을 맡고 있는 방현석 소설가는 “시인 입장에서도 현재의 시인이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시가 아닌) 신작 시를 한영대역으로 발표하는 것이 훨씬 역동성이 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책은 글로벌 온라인 서점 아마존을 통해 세계 어디에서나 구입이 가능하다. 아시아에 따르면 K-포엣 시리즈는 현재까지 20여개국에서 판매됐다. ‘자수견본집’과 더불어 정일근(61) 시인의 신작 시집 ‘저녁의 고래’도 한국 시선을 다수 번역해온 대니얼 토드 파커ㆍ지영실 부부 번역가의 영역으로 함께 출간됐다.

한국 최초 한영대역 신작 시집인 김정환 시인의 '자수 견본집'(왼쪽)과 정일근 시인의 '저녁의 고래'가 아시아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아시아 제공
한국 최초 한영대역 신작 시집인 김정환 시인의 '자수 견본집'(왼쪽)과 정일근 시인의 '저녁의 고래'가 아시아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아시아 제공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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