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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핵법률가 모임 대표 김영희 변호사, 현지 주민 인터뷰 내용 공개 
일본 후쿠시마현 주민들이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발생한 '방사능 구름'이 집중됐다고 전한 아즈마산(왼쪽 붉은 원)과 2020년 도쿄올림픽 야구 경기가 치러질 후쿠시마구장(오른쪽) 모습. 구글 맵 캡처.

내년 도쿄올림픽 야구 경기가 열릴 후쿠시마구장 인근 산 상공에 2011년 방사능 오염 구름이 집중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야구장 인근 마을은 당시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원자력발전소 사고 직후 대피령 발령 지역이 아니었음에도 많은 주민들이 발진이나 설사, 대량의 코피를 흘리는 어린이 등 피폭 의심 증상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탈핵법률가 모임 ‘해바라기’ 대표를 맡고 있는 김영희 변호사는 2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최근 한국을 찾은 후쿠시마 주민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김 변호사는 “(후쿠시마구장 인근) 아즈마산은 (원전 사고 당시) 방사능 재를 머금은 구름이 집중적으로 머물렀던 곳이라고 한다”며 “주민들 말은 후쿠시마현청이 인터넷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풍량과 풍향, 그리고 방사선 선량을 봤을 때 방사능 구름이 집중적으로 아즈마산에 머물렀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아즈마산은 사고가 발생한 원자력발전소로부터 북서쪽으로 70㎞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아즈마산 인근에는 사쿠라, 오오무 마을 등지에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었는데 2020년 도쿄올림픽의 야구와 소프트볼 등 종목이 치러질 구장도 바로 인근에 위치해 있다.

김 변호사가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아즈마산의 남동쪽에 위치한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남동풍이 불고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뜨거운 수증기에 의해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고체 상태로 구름과 함께 아즈마산까지 날아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원전 사고 이후 위험 지역의 표층 흙을 5㎝ 가량 걷어내는 제염작업을 진행했지만 산지 등은 제염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방사능 오염물질이 여전히 남아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아즈마산 끝자락에서 야구경기장까지의 거리는 짧게는 1㎞가 채 되지 않는다. 김 변호사는 “야구경기장을 둘러싸고 산에서 내려오는 강이 2개나 흐르고 있어서 많이 걱정이 된다”며 “방사능이 호흡을 통해 (몸 속으로 들어오면) 몸에서 빠져나갈 때까지 계속 피폭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여전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 등의) 안전 보장에 가장 중요한 것은 후쿠시마에서 경기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또 일본 정부가 원전 사고에 따른 대피 명령을 발령하지 않은 지역에서 거주하던 주민들도 설사, 코피, 멍ㆍ반점 같은 피폭 의심 증상에 대한 공포로 이주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2011년 사고 발생 후 처음에는 원전 반경 20㎞ 이내 지역 거주민을 대피 시켰다가 이후에는 50㎞ 등으로 지역을 확대해 나갔다. 김 변호사가 만난 70㎞ 이상 떨어진 지역 거주자들은 대피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후쿠시마에서 당시 피난 명령은 없었지만 피난을 한 주민들이 굉장히 많았다고 한다”며 주민들은 ‘설사를 매일 한다’ ‘팔이나 다리에 멍이나 반점이 나타났다’ ‘치아가 흔들리거나 빠졌다’ 같은 비슷한 경험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주민들 이야기 중) 특히 무서웠던 것은 아이들이 코피를 대량을 흘렸는데 어떤 아이는 응급차에 실려갈 정도로 코피를 많이 흘렸었다는 것”이라며 “(2차 세계대전의) 히로시마 원폭 당시에도 피폭 증상으로 설사와 출혈, 멍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제염 작업을 진행한 제염토 부실 관리도 주민들의 공포감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방사성 물질인) 세슘은 감마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굉장히 두꺼운 납으로 차폐를 해야 겨우 막아지는 것”이라며 “(오염된 제염토를) 봉투에 모아둔다는 의미 밖에 없는데 그 봉투가 찢어지기도 하고 지하수가 스며들어 터지고 잡초가 자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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