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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참여경력의 조국은 폴리페서 아니다
하나, 입각을 앙가주망이라고 보긴 어려워
교수 정치참여에 대한 합리적 대안 필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조국 서울대 교수가 논쟁이 되고 있다. 조 교수가 민정수석에 이어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되면서 보수진영은 그를 ‘폴리페서’라고 맹비판하고 있다. 조 내정자는 자신의 참여는 지식인의 의무인 현실참여, 즉 ‘앙가주망’이라고 반박했다. 폴리페서란 출세욕에 사로잡혀 본업을 젖혀 두고 권력을 찾아다니는 교수를 말하는 바, 그를 그렇게 볼 수 없다. 그는 권력을 찾아 불나방처럼 살아온 것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자기희생을 하며 사회 참여를 해 왔기 때문이다. 즉 오래 전부터 앙가주망해 왔다. 현 정부에 직접 참여한 것도 그 연장선에서 그랬을 것이다. 따라서 폴리페서의 수십 배나 더 ‘권력의 주구’로 살아온 자유한국당의 정치검사(‘폴리검사’) 출신 등이 그를 폴리페서로 모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이명박 때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한 사노맹 사건을 시비 거는 것도 마찬가지다. 또 폴리페서가 문제라면,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 들어간 수많은 폴리페서들에 대해서는 왜 침묵했는가? 갑자기 임명직으로 정부에 들어가는 교수도 사표를 내도록 법제화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 역시 웃음밖에 안 나온다. 그게 문제라면 이명박ㆍ박근혜 때 법제화하지 왜 이제 와서 난리인가?

단 나는 ‘고난의 참여’의 길이 앙가주망이지 화려하게 권력으로 들어가는 것을 앙가주망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앙가주망이라는 말을 처음 쓴 프랑스 철학자 사르트르도 알제리 식민전쟁 반대 등 권력에 반하는 외로운 실천을 지칭했지, 입각을 앙가주망이라고 부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즉 조 내정자의 오랜 실천은 앙가주망이지만 입각을 앙가주망이라 부르는 것에는 부정적이다. 대신 보수적 학자가 문재인 정부에 반대해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한다면, 설사 그것이 틀린 것이라고 하더라도 앙가주망이라고 보아야 한다. 우리는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 참여하는 것은 출세를 위한 폴리페서이고 김대중ㆍ노무현ㆍ문재인 정부에 참여하는 것은 지식인의 사명에 의한 앙가주망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전자도 순수한 지식인의 사명에 의한 앙가주망일 수 있고 후자도 출세욕에 의한 것일 수 있다. 어느 쪽이건 “우리는 너희와 다르다”는 도덕적 우월의식에서 “나의 참여는 앙가주망이고, 너희들의 참여는 폴리페서”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폴리페서와 앙가주망을 가르는 것은 어느 편이냐가 아니라 구체적 개인의 이전의 삶과 실천경력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박정희 정권 때는 교수들이 사표를 내고 권력에 들어갔다. 그러나 정권이 무너지자 이들이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것을 본 후배들은 전두환이 들어서자 휴직을 할 수 있도록 규칙을 바꿨다. 민주화가 되자 학생들이 들고 일어나 이들을 쫓아냈고, 사표를 내고 참여하도록 다시 학칙을 바꿨다. 김영삼 시절 서울대의 박세일, 이각범 교수는 사표를 내고 참여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자 정ㆍ관계로 나가는 교수들에게 사립대학들이 로비 필요성 때문에 앞장서 휴직을 권유했다. 이에 국립대학들도 정ㆍ관계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 교수를 하고 싶다는 교수들의 집단이기주의 때문에 선출직이 아닌 경우 휴직을 해 주도록 학칙을 바꿨다.

그러나 나는 연구기관장 등이 아니라면 장관이나 수석 같은 직책으로 들어갈 경우도 사표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미국은 그렇지 않지만 고용시장이 완전히 개방되어 있는 미국 대학과 우리는 다르다. 그것이 비싼 등록금을 내고 교수가 아닌 시간강사 수업을 들어야 하는 학생들이나 교수자리 나기만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시간강사 등 후학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들이 화려한 권력의 맛을 보고 돌아와 얼마나 좋은 교수와 학자로 강의와 연구를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조국 논쟁이 소모적인 정쟁을 넘어서 이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빈다. 조 내정자도 청문회를 통과해 장관이 되면 스스로 교수직을 정리하고 더 큰 길로 나가는 것이 순리이다.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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