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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5>내부고발자, 특정팀에 KB바둑리그 억대 참가비 면제 혜택 등 불공정 특혜 의혹 제기 
 사실일 경우, 타 팀과 형평성 논란 파문…이사회 결의 없이 결정, 손실에 대한 배임 가능성 
 특정팀에 전임 집행부 때 해지한 ‘인터넷사업독점권’과 ‘기보저작권 수입의 40%’ 분배계약 
 사실확인에 한국기원은 ‘묵묵부답’ 회피…’원칙주의자’ 임채정 신임 총재 인지 여부도 관심 
지난 8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선 각 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2019~20 KB국민은행바둑리그’ 선수 선발식이 열렸다. 한국기원 제공

한국기원에서 국내 최대 기전인 ‘2019~2020 KB국민은행바둑리그’(총 37억원 규모)에 뒤늦게 합류한 특정팀에게 상당한 불공정 특혜를 제공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사실 여부에 따라선 KB바둑리그에 참여한 다른 팀과의 차별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적지 않은 파문도 예상된다. 이런 내용은 최근 본보에 자신을 바둑계 내부인이라고 소개한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전해졌다.

신원 노출의 우려로 비공개 출처를 요구한 이 내부고발자가 ‘한국기원의 막장운영에 대한 제보’란 제목으로 전해온 세부내용에 따르면 실타래는 ‘2019 KB바둑리그’ 참가 팀의 변경 과정에서부터 꼬였다. 한국기원에선 지난 7월, 올해 KB바둑리그엔 기존 5개팀에 더해 4개의 신생팀이 추가되면서 9월말 개막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감독 선임에 대해 주최측과 충돌한 A신생팀은 이달 8일 열렸던 올해 KB바둑리그 선수 선발식 직전, 한국기원에 불참을 통보했다.

무리수는 이어진 한국기원의 후속 조치에서 나왔다. 예상치 못했던 돌발변수에 당황한 한국기원은 부랴부랴 올해 KB바둑리그에 참가할 새로운 팀을 물색했고 어렵게 B사의 동의도 얻었다. 이미 한 달 전부터 올해 KB리그에 9개팀 참가를 공표한 상황에서 KB바둑리그 주최측인 한국기원으로선 어떡하든 A팀의 공백은 메워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임채정(78) 한국기원 신임 총재도 최근 열렸던 운영위원회에서 미숙한 업무처리에 김영삼(45) 사무총장 등을 심하게 질책했다는 게 바둑계 안팎의 전언이다.

임채정 한국기원 신임 총재가 지난 달 12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회의실에서 임시이사회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족보에도 없는 한국기원의 수상한 행정 수순은 이 과정에서부터 시작됐다. 제보자는 “한국기원에선 B사가 올해 KB바둑리그에 합류하는 조건으로 3억원의 참가비를 받지 않기로 했다”며 “이는 다른 팀과의 형평성이나 KB바둑리그의 공정성에도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KB바둑리그에 들어오기 위해선 3억원의 참가비는 기본 원칙인데, B사에선 이를 건너뛰고 무임승차했단 얘기였다. 한국기원은 B사의 지분 약 30%를 보유한 대주주로 알려졌다.

B사의 KB바둑리그 참가비 면제는 법률상에서 또한 자유로울 순 없다는 점도 거론됐다. 제보자는 “재단법인인 한국기원이 이사회 결의도 없이 (B팀에 대해 KB바둑리그 참가비를 면제해주기로) 결정한 손실에 대해선 배임문제와 직결될 수 있다”고 염려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한국기원이 B사에게 약속한 특혜는 참가비에서 끝난 게 아니다. 제보자는 “한국기원에선 B사에게 전임 집행부 때 불공정 계약이라며 해지했던 ‘인터넷사업독점권’과 ‘기보저작권 수입의 40% 분배’ 계약까지 복원시켜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계약은 이미 한국기원 내부 인트라넷을 통해 지난 10여년 동안 수 십 억원의 손해를 본 계약이라고 밝힌 바 있다”며 “이 계약은 현재 한국기원내 B사와 가까운 일부 집행부 인사들이 동조해서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8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선 ‘2019~20 KB국민은행바둑리그’에 참가한 각 팀 관계자들과 감독이 모여 기념촬영을 진행했다. 한국기원 제공

정확하게 사실관계가 확인되진 않았지만 바둑계내에선 정황상 제보자의 이런 시나리오에 대한 가능성은 충분하단 시각도 나온다. 한국기원 소속의 한 중견 프로바둑 기사는 “참가비를 포함해 한 해 운영비로 4억원 가까이 들어가는 KB바둑리그 참가를 회사 내부 경영 사정도 여의치 않은 B사가 불과 며칠 만에 결정했다는 게 석연치 않았다”며 “대기업도 아닌 B사가 갑작스럽게 KB바둑리그에 참가했다는 소식이 이상했던 건 사실이다”고 의구심을 자아냈다. 정상적인 절차를 통한다면 B사의 올해 KB바둑리그 막판 합류는 불가능에 가깝단 설명이었다. 한국기원과 특수관계인 B사에게 제공된 특혜 의혹의 개연성은 넉넉하단 관측에서다.

B사의 막판 합류를 바라본 기타 KB바둑리그 팀내 반응 역시 예사롭지 않다. 한국기원의 일직선적인 행정에 할말이 많다고 운을 뗀 C팀 관계자는 “KB바둑리그엔 참가 팀의 신청 기간 등에 관한 규정 등이 있는데, 이번엔 한국기원에서 갑자기 사전 협의도 없이 선수 선발식 하루 전날에 새 팀이 들어왔다고 통보해 오면서 이미 공정성은 상실됐다”며 “특정팀의 특혜 의혹에 대해선 한국기원의 향후 행보를 면밀하게 주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D팀 관계자도 “한국기원에서 이런 의혹이 불거졌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다”며 “진행 상황을 보면서 구단 차원의 추후 대책도 논의할 것”이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 제보자로부터 제기된 사안에 대한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한국기원에 수 차례 접촉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한편, 올해 KB바둑리그는 지난해 말 바둑계에서도 터졌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사태 여파 등으로 참가 팀 섭외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미투 사태는 홍석현 전임 한국기원 총재의 중도 사퇴까지 불러왔다. 삼고초려 끝에 임채정 신임 총재가 지난 5월말 구원투수로 등판했고 KB바둑리그의 구색도 갖춰졌다. 올해 KB바둑리그는 다음 달 24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9월26일부터 대장정에 들어간다. 지난해 8개 팀에서 9개 팀으로 팀 수가 늘어나면서 정규리그는 기존 14라운드(56경기 280대국)에서 18라운드(72경기 360대국)로 진행된다. 우승상금은 2억원이고 준우승은 1억원, 3위 5,000만원, 4위 2,500만원이다. 이와 별도로 책정된 대국료는 장고 2경기에선 승자 350만원, 패자 70만원, 속기 대국에선 승자 310만원, 패자 60만원이 매판 주어진다. 2006년부터 KB국민은행에서 메인 타이틀을 후원해오고 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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