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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하루만에…북미협상 활용 의도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11일 전날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실시한 2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 장면을 사진으로 공개했다. 군은 이 발사체를 이스칸데르급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유사한 기종으로 추정했으나,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KN-23과는 다른 신형 탄도미사일로 보인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한 상생 방안인 ‘평화경제’를 강조한지 하루 만인 16일, 북한이 문 대통령을 향해 독설을 퍼붓고 동해상으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에 대한 불만을 표면적 이유로 내세웠지만, 남북관계의 불확실성을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북한이 북미 대화에 우선 집중하고 이후에 남북 대화를 추진하겠다는 ‘선미후남’(先美後南) 전략을 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이날 대변인 담화에서 문 대통령의 경축사를 비판하며 “우리는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 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했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에 대해 문 대통령이 ‘남북 대화 분위기가 흔들리지 않는다’고 한 것에 대해 조평통은 “망발”이라고 폄하했다. 문 대통령에 대해서도 “아랫사람들이 써준 것을 그대로 졸졸 내리읽는 남조선 당국자”라며 이례적으로 공세 수위를 높였다. 평화경제를 놓고는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하늘을 보며 크게 웃다)할 노릇”이라고 일축했다.

북한은 20일 종료되는 한미 연합지휘소훈련과 최근 국방부가 발표한 군비 증강 계획을 문제 삼는 태도를 취했다. 조평통 대변인은 “남조선에서 우리를 반대하는 합동군사연습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때에 대화 분위기니, 평화경제니, 평화체제니 하는 말을 과연 무슨 체면에 내뱉는가”라며 “공화국(북한) 북반부 전 지역을 타격하기 위한 정밀유도탄, 다목적 대형수송함 등의 개발 및 능력확보를 목표로 한 (남한의) ‘국방중기계획’은 무엇이라 설명하겠는가”라고 비난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조평통 담화를 보도한 직후, 북한은 미사일까지 쏘아 올렸다. 이날 오전 8시 1분과 16분 강원 통천군 북방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미사일 두 발은 고도 약 30㎞로 약 230㎞를 날아갔고, 최대속도는 마하 6.1(음속의 6.1배) 이상으로 탐지됐다. 지난 달 이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6번째다.

문 대통령의 대(對)북 유화 메시지에 북한이 이 같은 위협과 도발로 응수하는 것은 이르면 이달 말 재개될 것으로 예측되는 북미 실무협상을 앞두고 협상력을 끌어올리려는 전술로 풀이된다. 북미 협상에 집중하면서 남한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남북 관계를 경색 국면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로, 남북 대화 단절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는 얘기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측은 한국이 북미 대화에 깊이 개입하거나 중재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한국을 일시적으로 배제한 것”이라면서 “북한이 북미 실무협상에 그만큼 기대를 많이 걸고 있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그는 “남북 관계 차단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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