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에도 집값 안 잡히면? 정부 부동산 추가규제 카드 뭐가 있을까

입력
2019.08.17 10:00
수정
2019.08.17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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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신반포 3차 및 경남 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신반포 3차 및 경남 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부가 지난 12일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 규제의 ‘극약처방’으로 불리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최근의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발 집값 상승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 확대 발표에도 강남 재건축 단지 호가는 하락하는 반면, 지은 지 얼마 안 된 신축 아파트값은 오히려 상승세를 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엔 신축 아파트값 상승세가 서울 전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만약 분양가상한제로도 집값이 잡히지 않을 경우 정부가 추가로 내놓을 카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상한제 발표 후 재건축은 ‘하락’ 신축은 ‘들썩’ 

1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 확대안 발표 직후 서울 아파트값 통계는 한 주 사이 0.02% 상승하는 데 그쳐 전주(0.03%) 대비 오름폭이 소폭 축소됐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주춤한 건, 주요 인기 재건축 단지들이 호가가 낮아진 데 따른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9억7,00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던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발표 이후 호가가 현재 19억원까지 낮아졌다. 둔촌주공 전용 51㎡도 최근 13억7,000만원에서 13억2,000만원으로 부르는 몸값이 낮아졌다. 한때 호가가 20억원까지 올랐던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전용 76㎡도 최근 18억7,000만원 급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신축 아파트값은 기세는 여전하다. 재건축 물량 감소로 당분간 아파트 공급이 부족해질 거란 전망이 높아지면서 지은 지 얼마 안 된 새 아파트의 몸값이 치솟는 것이다. 2016년 준공한 잠원동 래미안신반포팰리스 전용 84㎡는 지난달 22억3,000만원에 실거래되며 지난 5월 20억7,500만원 보다 1억5,000만원 상승했다. 이달 입주를 앞둔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스는 전용 84㎡ 호가가 23~25억원에 형성돼 있는데 매매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정부 추가 규제 카드는 

이처럼 신축 아파트값 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아직 이르긴 하지만 일각에선 정부가 상황에 따라 추가 규제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추가 규제는 참여정부 시절 검토됐던 ‘주택거래허가제’이다. 참여정부는 지난 2003년 10ㆍ29대책 당시 주택거래허가제 법률초안까지 만들었다가 위헌소지 문제 등 반발이 거세자 ‘주택거래신고제’를 대안으로 내놓았다.

당시 법률초안에서 주택거래허가구역은 △주택가격 상승률이 현저히 높고 △주택가격 상승이 지속될 우려가 있고 △투기적인 거래가 성행할 우려가 있는 곳에 지정하도록 했다. 주택거래는 원칙적으로 무주택자에게만 허가하되 1주택자는 6개월 이내 기존주택을 매각하는 조건으로 구입을 허가하며 매각을 하지 않을 경우 이행 강제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시장에선 최근 기획재정부가 온라인 찬반 투표를 올렸다 삭제해 논란을 빚은 바 있었던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폐지 등을 비롯해, 조정대상지역에서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실거주 요건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방안 등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양도소득세율을 참여정부 시절처럼 2주택자는 50%, 3주택자는 60%의 단일과세로 중과해 세 부담을 늘리는 방안 등도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방위 압박 보단 맞춤형 규제 내놓을 것”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축소하는 조치도 가능한 방안이다. 거래에 드는 비용을 높여 주택 소유자들의 이동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양도소득세를 계산할 때 보유 기간을 고려해 최대 80%까지 공제하는 제도인데, 내년부터는 2년 거주요건이 추가된다. 앞서 지난 2월 활동을 끝낸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도 고가 주택에 대한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공제율을 축소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재건축 가능 연한을 ‘준공 후 40년’으로 확대해 재건축 가능 아파트를 확 줄이는 방안도 있다. 재건축 시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짓게 할 수도 있다. 지금은 재개발 사업에서만 임대주택 건립 의무 비율이 정해져 있다. 임대주택을 짓게 되면 그만큼 분양 물량이 줄어 조합원 부담이 커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분양가상한제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을 경우 정부가 향후 맞춤형 규제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참여정부 때보다 강도와 수위가 높고, 이미 쓸 수 있는 정책을 거의 다 나와서 시장 위축 등을 고려해 추가적인 규제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며 “만약 추가 대책이 나온다면 전방위 압박보다는 지역별로 세분화된 맞춤형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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