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南 평화 염원에 대화 거부ㆍ미사일로 답하는 北 자중해야

입력
2019.08.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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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TV가 공개한 지난 10일 함경남도 함흥 일대의 북한 단거리 미사일 발사 장면. 연합뉴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지난 10일 함경남도 함흥 일대의 북한 단거리 미사일 발사 장면. 연합뉴스

북한이 16일 오전 강원도 통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이번 발사는 비행거리 230㎞로 최근 미사일 시험보다 비행거리가 짧았지만 군사분계선 북방으로 불과 50㎞ 떨어졌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북한은 이날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망발”로 치부하면서 “군사연습이 끝나면 저절로 대화 국면이 찾아오리라는 남조선의 기대는 망상”이라거나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 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남측 비판에 열을 올렸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조평통 담화는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경계하는 가운데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대한 실망감이 겹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F-35 스텔스기 도입과 다목적 대형수송함 건조, 핵무기 무력화를 위한 전자기파(EMP)탄 개발과 함께 “수복지역에 대한 치안ㆍ질서 유지” “안정화 작업” 등을 명기한 지난 14일 국방중기계획 발표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에 대한 비판은 극도로 자제하면서 남한을 겨냥해 미사일 시험 발사를 이어가고 듣기 거북한 대남 비난을 불사하는 것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 군비 증강 계획이 오롯이 북한을 겨냥한 것이라고 볼 이유도 없거니와 최근 잇따른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ㆍ신형 방사포 시험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 비난을 극도로 자제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최근 외무성 국장 담화에서 청와대를 “겁먹은 개”라고 한 데 이어 이번에는 문 대통령을 겨냥해 “보기 드물게 뻔뻔스러운 사람” “북한에서 사냥 총소리만 나도 똥줄을 갈기는 주제”라는 망발을 일삼고 있다. 지난해 남북 대화를 시작으로 남북미 대화에 노력해온 문재인 정부의 역할을 헌신짝 취급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북미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어가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 협력 사업을 위해 문재인 정부의 지원과 협력이 필수라는 점을 북한은 잊어서는 안 된다. 더 이상의 미사일 시험 등 군사 도발과 대화 거부 성명을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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