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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유럽의 마이너스 장기금리다. 유럽은 지금 발행채권의 절반이 마이너스 금리일 정도다. 독일은 이미 일본보다도 낮은 마이너스 금리다. 독일 10년 국채를 들고 있으면 이자를 받기는커녕 연 0.6%의 돈을 주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글로벌 채권시장은 ‘장단기 금리역전’과 ‘마이너스 장기금리’라는 두 가지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전자는 지난 14일 미국의 10년 국채금리가 2년 국채금리보다 낮아진 것을 말하고, 후자는 하반기 들어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10년 국채금리가 2016년 이후 다시 마이너스(-)권에 진입한 것을 의미한다. 채권시장은 기관투자자들의 의견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 신호를 유의해서 봐야 한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순환적인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간다는 신호다. 향후 경기가 안 좋아져 단기금리를 계속 내릴 거라는 예상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신호에 화들짝 놀라 주가가 크게 떨어졌지만 새로운 뉴스는 아니다. 미국 경제는 조만간 순환적인 경기침체기에 들어설 거라는 예상을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최장의 경기확장을 경험한 미국 경제가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경기둔화 상황에서 나 홀로 확장국면을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유럽의 마이너스 장기금리다. 유럽은 지금 발행채권의 절반이 마이너스 금리일 정도다. 독일은 이미 일본보다도 낮은 마이너스 금리다. 독일 10년 국채를 들고 있으면 이자를 받기는커녕 연 0.6%의 돈을 주어야 한다. 채권자산을 매년 감가상각하는 셈이다. 유럽에는 일반인에게 대출하는 모기지 금리도 마이너스가 등장했다. 돈을 차입해서 주택을 구입하려는 데 이자는 없고 오히려 원금이 줄어드는 격이다.

필자는 금리가 마이너스 되는 이런 희한한 세상이 오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그런데 경제학자 폴 사무엘슨은 1958년 논문에서 금리가 마이너스 될 수 있다는 걸 밝혔다. 사무엘슨은 ‘생물학적 금리’라는 개념을 만들어서 장기적으로 금리는 인구증가율과 같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인구가 계속 감소하면 금리도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단순한 모형이어서 현실에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공교롭게도 마이너스 금리로 접어든 일본과 유럽은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사회이다.

유럽과 일본뿐 아니라 세계가 초저금리 대열에 참여하고 있다. 각국의 10년 국채금리 흐름을 보면 2000년 초에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가 각각 6.59%, 1.67%, 5.47%, 5.59%이던 것이 20년이 흐른 지금은 1.56%, -0.24%, -0.69%, -0.29%가 되어 있다. 일본은 20년간 금리하락 폭이 2%포인트에 그쳤지만 미국, 독일, 프랑스는 5~6%포인트나 하락했다. 우리나라도 10년 국채금리가 1.23%로 2000년 초에 비해 8%포인트나 하락했다. 세계 금리가 일본 금리 경로를 따라가고 있다.

채권시장의 최근 두 가지 신호는 세계경제가 순환적으로 경기 침체기에 들어갈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저성장 경로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장기 저성장은 세계적으로 제품 공급은 계속되는 데 반해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수요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에 이어 미국, 일본, 독일과 같은 선진국도 제조업 부활을 외치고 있어 제품 공급이 이어질 것이다.

20세기 초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뵘 바베르크는 한 나라의 금리 수준은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을 반영한다고 보았다. 실제로 금리 역사를 보면 국가가 번성하는 시기에 금리는 낮고 쇠망하는 시기에 금리가 높아진다. 하지만 최근 유럽 국가의 마이너스 금리와 글로벌 초저금리는 너무 지나치다. 뵘 바베르크가 당시 보았던 2%대의 ‘착한’ 금리와는 다르다. 적당히 낮은 혈압은 좋은 건강을 의미하지만 지나치게 떨어지는 혈압은 위험신호다.

장단기 금리 역전보다 마이너스 장기금리로 대변되는 초저금리가 더 두려운 신호다. 만만치 않은 글로벌 저성장을 예고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물경제는 길고 긴 저성장에 대비하고 금융자산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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