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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고 아삭한 여름 과일 수박은 두드렸을 때 소리가 낮은 것을 고르는 게 좋다. 단면에 씨가 있는 수박이 대체로 맛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은 또 찜통으로 돌변했다. 우리는 그 안에서 만두처럼 쪄진다. 출발은 나쁘지 않아서 덜 고생할까 희망을 품었건만 올 여름도 어김없이 엄혹하다. 날씨가 이러면 입맛도 떨어지기 마련이니, 최선을 다 해 먹으려고 이것저것 사다 놓아도 정작 손이 가는 음식의 가짓수는 줄어든다. 올해는 유난히 수박에 집착하고 있다. 물기도 많고 시원한데다가 친척뻘인 오이의 향이 뒤로 살짝 깔린다. 땀 나는 계절에 너무 열심히 씹을 필요도 없이 이에 저항하지 않는 아삭함까지, 이래저래 진정한 여름 과일이다. 

더군다나 수박은 ‘가성비’마저 너무 좋다. 가격 자체가 높아서 주춤하게 되지만 최대 8~10㎏짜리가 1만원대 중반 수준이니 사실은 양이 많은 것이다. 요즘은 비파괴 검사로 당도를 측정해 일정 수준 검증이 된 수박을 파는 경우도 많은데, 그래도 두드리지 않고 고르면 허전해서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소리가 낮게 울리는 것을 고른다. 참고로 씨 없는 수박도 선택할 수 있는데, 씨가 있는 수박이 번거로움을 보상이라도 하듯 대체로 더 맛있다. 

손질하기 어려운 수박은 한번 손질할 때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밀폐용기에 두는 게 간편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수박 자른 면이 도마에 닿도록 엎어 손질하면 간편 

진정한 여름 과일인 수박은 어떻게 먹는 게 좋을까. 너무 뻔한 질문이라 여길 수도 있겠다. 과일 자체의 맛만큼이나 시원하게 썰어 먹는 게 정석으로 통하는 현실이니까. 가장 큰 도마를 꺼내 수박을 눕힌 채로 올리고 엄지와 검지를 벌려 잡은 뒤 반대편 손으로 칼을 쥐고 푹, 찔러 반을 가른다. 그리고 크기에 따라 4~6등분한 뒤 쐐기 모양으로 썰어서 먹으면 그만이다. 그렇기는 한데, 잠깐 생각해보자. 수박은 크고 둥글고 무겁고 또한 표면이 매끄럽다. 이런 과일을 눕혀서 써는 건 사실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 힘을 주어 칼을 찌르다가 수박이 미끄러지기라도 한다면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또한 두 손가락으로만 지탱하기에는 너무 무겁다. 좀 더 안전한 대안은 없을까.

이미 알고 있는 요령도 점검을 할 겸, 유튜브를 뒤져 좀 더 안전하고 편한 수박 손질법을 두루 살펴보았다. 결과는 다들 좋지만 보이는 그대로 소개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무엇보다 숙련된 요리 실력으로 수박의 둥근 면도 잘 다루는 이가 잘 드는 칼로 손질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칼이 아주 잘 든다면 수박 껍질을 오렌지마냥 벗겨낼 수도 있다. 반을 가른 뒤 도마에 엎어 놓고 위쪽부터 수직 방향으로 칼을 움직여 소위 ‘돌려 까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가정 환경에서는 굳이 권하지 않는다. 게다가 서양 수박의 특성도 감안해야 한다. 우리가 먹는 수박보다 대체로 껍질이 얇고 무른데다가 과육 또한 덜 단단해서 칼이 좀 더 잘 들어간다. 그만큼 잘 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가정의 칼로 좀 더 단단한 한국의 수박을 썰다가는 더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그래서 한 번씩 죽 둘러보고 난 뒤 장점만 선별해, 엄청나게 새롭지는 않지만 안전하고 속 편한 손질법을 정리해보았다. 

그냥 썰 때와 마찬가지로 수박을 일단 도마에 눕혀 올린다. 가장 볼록하게 나온 수박의 중심부를 손바닥에 힘을 주어 단단히 누르고 꼭지와 바닥, 양쪽 끝을 1㎝정도 두께로 썰어낸다. 수박을 세우면 평평한 면이 도마에 닿으니 훨씬 더 안전해진다. 이제 엄지와 검지, 두 손가락으로만 수박을 지탱하더라도 훨씬 마음이 놓인다. 그대로 세로로 반을 가른 뒤 자른 면이 도마에 닿도록 엎는다. 이제 둥근 면이 위로 올라 왔으니 썰다가 수박이 미끄러지거나 구를 염려가 없어졌다. 수직 방향으로 가지런히 썰면 일단 조각 수박을 얻을 수 있다. 기존의 손질 방식과 달리 껍질부터 칼날이 들어가므로 손에 힘을 준다.

이제 다음 단계의 선택을 할 차례이다. 조각으로 썬 수박을 선호한다면 그대로 수평 방향으로 반을 가른다. 칼질이 조금 익숙하다면 반 가른 수박의 중심선에서 바깥쪽으로 방사형을 그리면, 즉 대각선으로 칼질을 하면 최대한 균일하게 조각낼 수 있다. 그런데 수박을 쐐기 모양으로 썰어 먹는 게 과연 효율적이기는 한 걸까? 여러 사람이 모여 한 번에 한 통을 다 먹는 경우가 아니라면 남은 것 보관이 썩 깔끔하지 않다. 다 썰었다면 쐐기형 모양 탓에 담을 용기도 마땅치 않을뿐더러 공간도 많이 차지한다. 절반 정도만 썰어 먹었다면 노출된 과육에 랩을 씌워 냉장고에 두면 되지만, 다음 번에 먹으려면 또 도마와 칼을 꺼내 칼질을 해야 한다. 부피가 큰 수박 껍질을 초파리가 등장하기 전에 처리해야 한다는 부담도 두 번, 혹은 그 이상 겪어야 한다. 

따라서 이왕 칼을 잡을 때 전체를 손질해 버리는 게 훨씬 손이 덜 가고 속도 편하다. 껍질에서 살을 완전히 발라내 최대한 균일하게 깍둑썰기해 용기에 담아 보관하는 것이다. 먹기에 편할뿐더러, 조각을 낼 수록 표면적이 넓어지니 통수박을 보관하는 경우보다 온도가 빨리 내려가 금방 시원해진다는 장점도 얻어 걸릴 수 있다. 전체를 한꺼번에 조각내기는 칼질이 익숙하지 않은 이에게는 난이도가 좀 높게 다가올 수도 있는데, 지금까지 살펴본 방식으로 수박을 조각냈다면 이후의 손질도 쉽다. 절반을 갈라 엎어 가지런히 조각을 낸 상태에서 한 쪽씩 도마에 눕혀 칼로 껍질과 살을 잘라 분리하면 된다. 반달 모양으로 남은 수박의 과육을 서너쪽씩 겹쳐 깍둑썰기하면 끝이다.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두었다가 원하는 만큼만 그릇에 담아 포크로 찍어 먹으면 깔끔하다. 

수박을 갈아 만든 주스에 민트와 라임을 더하면 산뜻하고 향기로워진다. 게티이미지뱅크
 ◇수박 주스는 기본, 굽고 진공시켜 먹기도 

수박을 한꺼번에 가지런히 썰어 두었다면 비단 그대로 먹기 편할 뿐만 아니라, 다른 식재료와 조합해 요리를 꿈꿔볼 수도 있다. 이미 손질이 다 된 상태이니 조금만 손길을 더하면 수박의 맛이 한층 더 돋보이는 음식이 되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요리의 가능성을 살펴 보기 전에 수박과 잘 어울리는 다른 식재료를 간단히 살펴보자. 너무나도 잘 어울리기 때문에 요리에 공통적으로 쓰이는 재료들이 있다. 수박의 단맛이 중심이라면 일단 신맛으로 균형을 잡아 주는 라임이 있다. 레몬과 라임은 인척간이라고 할 수 있는 시트러스이지만 후자는 향이 조금 더 달콤해 굳이 열대가 아니더라도 여름이 제철인 과일과 한층 더 잘 어울린다. 갈아낸 겉껍질(제스트)의 향도 수박과 궁합이 좋다. 또한 향이라면 허브 가운데서는 민트가 제짝이다. 오이와 풀의 느낌을 품은 수박의 향과 맞물리면서 맛의 경험을 좀 더 입체적으로 다듬어 준다. 

이렇게 잘 어울리는 재료들을 활용해 가장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음식은 주스이다. 수박을 많이 먹는 식문화권에서는 음료 또한 즐긴다. 태국의 땡모반과 라틴 아메리카의 아구아 프레스카가 있다. 원래 날로 먹으니 그냥 갈기만 하면 훌륭한 음료가 될 것 같지만 그럼 과육이 지니고 있던 아삭함을 잃으면서 맛이 조금 밋밋해진다. 그래서 앞에서 소개한 종류의 재료를 더해 맛과 향을 다듬어준다. 땡모반과 아구아 프레스카는 사실 같은 음료로 수박 물과 설탕 약간, 라임즙을 블렌더로 갈아 만든다. 워낙 간단하다 보니 여러 갈래로 응용이 가능하다. 일단 요즘 같은 날씨라면 얼음을 함께 갈아 좀 더 시원하게 만들 수 있다. 다만 얼음이나 물을 더하면 맛이 옅어질 수 있으니 설탕과 라임즙으로 간을 좀 더 적극적으로 맞춘다. 한편 도수 높은 증류주를 더해 어른의 맛을 추구할 수도 있다. 맛도 향도 없으니 수박을 받쳐주는 역할에 충실하는 보드카나 열대의 향을 품어 라임과 어우러지는 럼을 권한다. 수박 주스에 럼과 민트잎을 더하면 수박 모히토가 된다. 

수박 주스에 럼과 민트잎을 더하면 수박 모히토가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깍둑썰기한 수박에 페타치즈를 버무린 ‘수박-페타치즈 샐러드’는 버무린 뒤 바로 먹는 게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다음은 샐러드이다. 수박 샐러드라니 어색하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사과를 마요네즈에 버무린 ‘사라다’를 생각해보면 만드는 것 자체가 이상할 이유는 없다. 과채류라면 어떻게든 샐러드가 되는 것이 운명 아닐까. 수박에게도 완벽할 정도로 자기 자리인 샐러드가 있다. 그리스를 비롯한 지중해 지역의 음식인 수박-페타치즈 샐러드이다. 페타치즈는 염소젖과 양젖으로 만드는 그리스의 치즈로 보슬보슬한 알갱이로 부스러지는 질감에 짭짤함이 두드러져 수박과 ‘단짠’의 조화가 훌륭하다. 라임즙으로 비니그레트(즙 1: 기름 3의 비율에 소금, 후추, 마늘 등을 더한다)를 만들어 썬 수박과 손으로 쪼갠 페타치즈 알갱이를 버무린 뒤 마무리로 민트 잎을 손으로 찢어 점점이 뿌려준다. 민트 대신 고수나 바질 같은 허브를 쓰면 표정이 눈에 띄게 달라져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아무래도 수분이 많다 보니 막 버무려 바로 먹는 게 바람직하다. 

수박을 잠깐 구워주면 단맛이 오히려 배가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수박은 기름기가 많은 삼겹살이나 양념을 한 고기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게티이미지뱅크

샐러드에 성공적으로 도전했다면 다음 단계로는 수박 구이가 있다. 과연 괜찮을까 싶지만 사실 여름철 단골 구이 메뉴이다. 수분이 많으므로 센 불로 불맛만 좀 준다는 느낌으로 잠깐 구워주면 질감이 사뭇 달라지는 한편 단맛도 좀 더 강해진다. 구워 먹을 경우 깍둑썰기보다 쐐기 혹은 반달 모양이, 또한 껍질이 붙어 있는 편이 조리하기 편하다. 다진 민트 이파리, 알갱이가 씹히는 바닷소금을, 단맛이 여느 식초보다 두드러지는 발사믹을 솔솔 뿌려 마무리해도 좋고, 아예 구운 다음 살만 발라서 샐러드를 만들어도 맛있다. 웬만한 고기라면 다 좋지만 수박은 특히 돼지고기와 아주 잘 어울린다. 양념을 해 불에 구워 맛이 강해졌으니 기름기가 많은 삼겹살, 혹은 양념을 강하게 한 등갈비 구이나 바비큐와 좋은 짝을 이룬다. 

마지막으로 압축 수박을 소개해보자. 수분이 많고 조직이 성근 과일을 진공포장하면 말 그대로 압축되면서 맛과 질감이 사뭇 다른 식재료가 된다. 깍둑 썬 수박을 비닐 포장에 담아 진공포장만 하면 끝이니 손은 거의 가지 않지만 도구를 갖춰야 한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대개 샐러드를 만들어 먹는데, 압축된 상태 그대로 보드카에 담갔다 먹으면 잠시 삶이 한층 흥겨워진다. 

수박 요리에는 청량감이 있는 샴페인이 잘 어울린다. 게티이미지뱅크
 ◇수박과 어울리는 음료, 샴페인 

수박 자체로 만드는 음료를 소개했지만, 그 외의 수박 요리를 만들어 음료를 곁들이고 싶다면 무엇보다 샴페인이 잘 어울린다. 자잘한 기포의 청량감과 함께 신맛, 그리고 종종 ‘구운 빵 냄새’라고 표현하는 이스트의 향까지 모든 국면에서 촘촘하게 수박 및 수박 요리와 잘 어울린다. 흔히 샴페인이라면 단맛이 적은 브륏(Brut, 프랑스어로 ‘드라이’)을 떠올리기 쉬운데, 수박 요리라면 브륏 뿐만 아니라 로제(적포도의 껍질을 일부 넣어 연한 장미색에 탄닌의 씁쓸함이 고개를 살짝 든다), 단맛이 적절히 나는 드미섹(Demi-sec) 샴페인까지 두루 잘 어울린다. 

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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