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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를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종교단체 등이 13일 서울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2020년 도쿄 올림픽 참가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1

한일관계가 악화일로인 가운데 양국이 국제무대에서 상대를 견제하기 위한 카드를 속속 꺼내 들고 있다. 한국 측은 일본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는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방류 문제를 제기, 도쿄(東京)올림픽의 안전성 등에 대한 국제 이슈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반면 일본에선 한국 대법원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관련해 미국이 일본 측 입장에 이해한다는 뜻을 밝혔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한일갈등에서 중재 역할을 맡을 수 있는 미국이 이미 일본을 지지한다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2018년 8월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직후, 2018년 10월 일본 측에 우리의 우려와 요청사항을 담은 입장서를 전달하고, 양자 및 다자적 관점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해 나가자고 제안한 바 있다”고 밝혔다. 한국 측의 지속적인 설명 요청에도 일본 측은 “향후 국제사회에 성실히 설명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외교부는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가 여러 우려를 표시하고 있고 태평양 연안의 많은 나라의 환경당국이 이 사안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국제사회와의 연대가 가능한 이슈임을 강조한 것이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2020년 도쿄올림픽 선수촌에 제공할 방침을 밝힌 바 있고, 남자 야구와 여자 소프트볼 경기장이 원전 사고 현장과 67㎞밖에 떨어져 있지 않는 등 도쿄올림픽까지 염두에 둔 카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일본의 ‘아킬레스 건’을 정조준한 셈이다. 이와 관련, 숀 버니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수석 원자력전문가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와 진실’ 간담회에서 일본 정부가 방사능 오염수 110만톤을 태평양에 방류하면 1년 내에 동해로 유입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14일 강제동원 배상을 두고 한일 간 해석을 달리하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관련, 미국이 일본 측 입장에 이해를 표했다고 보도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무장관은 1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 당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뒤집는 것은 안 된다”고 설명했고, 이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알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한국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이 규정한 전후 처리 질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미국이 이해를 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는 ‘미국이 일본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는 11일 마이니치(每日)신문 보도의 연장선상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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