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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방문, 코스피 지수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거래소 노동조합이 자유한국당에 대해 “앞으로 거래소 출입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경고했다. 앞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거래소를 방문해 ‘제2의 IMF 위기’를 거론하며 가뜩이나 위축된 투자심리를 더욱 가라앉혔다는 것인데, 민주노총 소속인 거래소 노조가 평소 각을 세워온 보수정당에 공세를 가했다는 관측 한편으로 정치권이 시장에 악영향을 줄 ‘공포 마케팅’은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 노조는 전날 ‘자본시장은 정쟁의 도구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한국당을 향해 이 같은 반감을 드러냈다. 노조는 “사익 추구를 위해 정치권에 기웃대는 임원들은 반드시 퇴출시킬 것”이라고도 했다.

발단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거래소에서 한국당 주최로 열린 ‘금융시장 점검 현장 간담회’에서 나온 나 원내대표의 발언이었다. 그는 “최근 주식시장에서 사흘 동안 시가총액 75조원이 증발하고 환율이 오르면서 국민 사이에 ‘제2의 IMF 위기가 온 거 아니냐’하는 불안심리가 깊게 퍼져 있다”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노조는 해당 발언 중 ‘제2의 IMF 위기’를 특히 문제삼았다. 노조는 성명에서 “나 원내대표가 잘못된 상황 진단으로 위축된 투자심리를 오히려 급속 냉각시켰다”며 “이는 증시 폭락으로 고통 받는 국민에 대한 저주일 뿐 현 정부에 대한 올바른 비판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증권업계에선 거래소 노조가 민노총 사무금융노조 소속이라는 점을 들어 노조가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정치 활동’의 기회로 삼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실제 노조는 성명에서 “증시 침체의 일차적 책임은 몸집만 불리는 재벌 주도 성장을 펴온 보수정권에 있다”며 “과거 경제 실정부터 먼저 반성하라”는 공세를 폈다.

한편에선 한국당의 외환위기 재발 주장이 현재 상황에 비춰 과장됐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4,000억달러를 넘어 세계 9위 수준이고,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도 2008년 84.0%에서 지난 3월 31.6%로 낮아진 마당에 국가부도 위기를 운운하는 건 시장심리에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산업구조를 감안하면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악재가 산적한 요즘은 증시 부진이 얼마간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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