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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 광복절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대전환을 요구했지만 지금의 경제ㆍ안보 위기를 극복할 합리적이고 적절한 대응책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오대근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광복절 74주년을 하루 앞둔 14일 국회 본관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 ‘오늘을 이기고 내일로 나아갑시다’라는 제목의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황 대표가 취임 이후 기자간담회를 연 적은 있지만 담화문 발표는 처음이다. 황 대표는 “5년 단임 정권이 영속해야 할 대한민국의 체제를 바꾸려 하다가 지금의 국가적 대위기를 불러오고 있다”며 “이제라도 대한민국을 대전환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정권이 정책 대전환에 나선다면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이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5대 실천목표로 ▦ 잘 사는 나라 ▦ 모두가 행복한 나라 ▦ 미래를 준비하는 나라 ▦화합과 통합의 나라 ▦ 한반도 평화의 새 시대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최저임금 인상 등 반시장ㆍ반기업 정책 수정, 산업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개혁, 규제 철폐, 무상복지가 아닌 맞춤형 복지, 인공지능 바이오 등 미래산업 육성, 탈원전 저지 등의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야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하루 앞두고 대국민 담화문이라는 이례적인 형식을 취한 것은 한일 갈등 정국에서 여권에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10%대로 주저앉은 당 지지율을 반전시키지 못하면 내년 총선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의 발로인 셈이다. 보수진영에서 ‘건국의 아버지’로 평가하는 이승만 동상 앞을 담화문 발표 장소로 택한 것 또한 내년 총선을 겨냥해 보수층 결집에 본격 시동을 걸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진보정권을 향해 정책 대전환을 요구한다면,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정당의 모습을 보이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황 대표 담화문에서 일본의 경제 보복과 미중 갈등에 따른 경제ㆍ안보 위기를 헤쳐 나갈 적절한 대응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국당이 24일 광화문 장외집회를 부활하는 등 강경투쟁을 계획 중인 것도 담화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황 대표는 4월 이후 국회를 팽개치고 민생투어에 나섰지만 당 지지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당 내부에서조차 “우리가 문 정권 비난하는 것 말고 잘 하는 게 뭐 있느냐”는 탄식이 나오는 까닭을 잘 헤아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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