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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스마트폰 방역 앱 ‘GEPP’ 가축 대상 ‘LEPP’ 자체 개발 
 아프리카 동남아 중남미 등 보급… 이상증세 알리면 정부·의료기관 자동 추적 

2016년 이전까지 구제역은 축산 농가에 재앙이었다. 140일 넘게 지속된 2010년 구제역 때는 소와 돼지, 염소 등 347만마리의 가축이 살처분됐고 피해규모는 3조원에 육박했다. 방역을 책임진 농림축산식품부도 마찬가지였다. 전국 모든 농가ㆍ도로에 수만 명 인력을 동원에 방역을 벌여도 확산을 막지 못했다.

그러나 2017년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2017년과 2018년에는 지속기간이 각각 9일과 7일에 불과했고 살처분 규모도 소 1,392마리, 돼지는 1만여마리에 불과했다. 이는 2016년(42일ㆍ돼지 3만3,000마리), 2014년(147일ㆍ17만마리)에 비해서도 10분의1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엄청난 진전은 사소한 변화에서 비롯됐다. KT의 제안으로 전국 5만대 축산차량의 경로안내장치(내비게이션)에 부착된 위치확인시스템(GPS)을 통해 이동경로를 실시간 집계하는 등 관련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분석하면서 전염병 확산의 통로를 파악할 수 있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초 혹은 2차 발생지를 다녀간 차량의 이동경로와 동선을 분석, 소수의 인원을 신속하게 동원해 이들 차량의 운행을 제한했더니 1주일 안에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혜정 KT 빅데이터사업지원단장은 “당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 인간 전염병 확산에 대비하기 위해 구축된 것인데 이를 가축 전염명 방역에도 적용해 효과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낭중지추’라는 말처럼 국내에서 효과를 봤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각종 전염병으로 고생하는 전세계 국가에서 KT에 협력을 제의하고 있다.

16일 KT에 따르면 자체 개발한 ‘감염병 확산 방지 프로젝트’(GEPP)를 지난 14일부터 다음달에 걸쳐 아프리카의 가나, 케냐, 아시아의 라오스와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중동의 아랍에미리트 등에 잇따라 보급한다. 해외 여행객이 늘면서 각종 감염병 또한 빠르게 전세계로 확산되는 만큼 이를 최대한 막는 것이 인류 건강을 위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GEPP는 휴대폰 이용자들이 전염성이 강한 감염병 발병 지역에서 해외 로밍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주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귀국하면 보건당국에서 잠복기간 동안 관리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감염병의 확산을 조기 차단하고 발병 시 경로를 빠르게 추적할 수 있다. 이를 적용하려면 통신업체와 보건당국이 관련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시스템과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

가나의 경우 KT가 GEPP용 소프트웨어(앱)를 가나 정부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가나의 휴대폰 이용자들이 감염병에 걸렸을 때 이 앱으로 정부에 즉각 보고하면 정부와 의료기관이 환자들을 자동 추적하고 한국에도 알려준다. 윤 단장은 “GEPP는 통신사의 수익 사업은 아니지만 인류의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프로그램이어서 유엔,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도입을 계속 건의했다”며 “이번에 가나를 비롯해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 우선 보급한다”고 말했다.

KT는 라오스에서도 같은 방식의 GEPP 앱을 다음달 초에 보급할 예정이며 케냐에서는 현지 1위 통신업체 사파리콤과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또 캄보디아, 아랍에미리트 등과도 양해각서(MOU)를 맺고 GEPP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가축 감염병 확산 방지 프로젝트(LEPP)도 해외에 보급할 계획이다. KT는 이를 위해 세계식량농업기구(FAO)와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니카라과 등에 도입을 제안했다. 이선주 KT 지속가능경영단장은 “니카라과에서는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이 LEPP 도입에 적극 관심을 보여 주한 니카라과 대사를 만나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라며 “LEPP의 해외 보급이 확대되면 가축을 통한 전염병 확산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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