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일본 조치에 과잉대응 말아야… 장기적 플랜 필요”

입력
2019.08.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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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미국 전문가 진단] 제임스 쇼프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 연구원

제임스 쇼프 연구원은 미국 국방부 동아시아 정책 담당 수석 고문과 외교정책분석연구소(IFPA)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을 지내는 등 20여년간 동아시아 정책을 다뤄온 아시아통이다.
제임스 쇼프 연구원은 미국 국방부 동아시아 정책 담당 수석 고문과 외교정책분석연구소(IFPA)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을 지내는 등 20여년간 동아시아 정책을 다뤄온 아시아통이다.

“한일 양국은 어느 정도는 서로에 대해 포기한 것 같다. 최근 20년간 상황과 비교하면 매우 충격적으로 보이지만, 한일의 냉각 관계는 오래 역사를 갖고 있다. 우리는 이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제임스 쇼프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한일 갈등이 현재로선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오랜 역사적 갈등과 누적된 불신 속에서 한일 정부 양측이 상대를 더 이상 전략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에서다. 그는 한일 관계 개선을 장기적 과제로 두면서 현재로선 한일 관계를 더 악화시키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에 대해선 “일본의 조치에 과잉 대응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_한국을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한 일본의 의도를 어떻게 보나.

“일본은 위안부 재단 해산, 수산물 분쟁, (일본 초계기의) 레이더 갈등 등 일련의 사건 때문에 한국 정부에 매우 좌절하고 실망한 것으로 본다. 문재인 정부가 취한 여러 조치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한국의 파트너로서 지위를 낮추기를 원한 것이다. 일본 입장에선 백색국가는 가장 신뢰할 만한 파트너를 의미하는데, 한국을 더 이상 그런 파트너로 보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한국 내에선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넘어 한국 경제에 타격을 주려는 게 핵심 의도라는 시각이 있다.

“일본이 한국 경제를 공격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믿는 것은 실수라고 생각한다. 일본도 한국이 1965년 협정을 포기하거나 재협상하기를 원한다고 믿는 것은 실수하는 것이다. 소통이 잘 되지 않으면, 양측이 상대를 가장 나쁘게 생각하기 쉽고 상황을 악화시키는 불필요한 조치를 취하게 된다. 다만 일본의 수출 승인이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일 간 입장 차가 워낙 커 해결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한일 양국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이 있다고 보는가.

“현재로선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한일 양국 간 의사 소통이 매우 좋지 않기 때문에 미국이 양국간 대화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한일 간 역사 갈등이 경제적 협력을 방해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한일 관계가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시각도 있다.

“한일 관계가 붕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상황이 이전과 다른 것은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의 태도는 일본이 전략적 파트너로 남든 아니든 개의치 않겠다는 식이고 아베 정부도 비슷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런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야 하는데 프랑스와 독일은 오랜 시간을 갖고 그들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다. 현재로선 한일 관계 악화를 최소화하고 관계 재구축을 위한 장기적인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 미국도 이런 ‘뉴 노멀(New Normal)’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재검토를 포함해 맞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한국 정부에 조언할 게 있다면.

“일본의 조치에 과잉 대응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에 대응해 한국도 백색국가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식으로 대응 조치에 나설 수 있는데, 기업 활동이 불필요하게 방해받지 않도록 조용하게 일을 처리할 필요가 있다. 또 장기적으로 공급망을 다양화하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소미아는 위기 상황에서 유용하고 일본과의 정보 공유를 의무화하는 것도 아니다. 나중에 필요한 경우에 대비해 남겨두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한국 정부가 일본의 조치 수준에 균형을 맞춰 대응해 나가기를 바란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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