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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일본 전문가 진단] 나카노 고이치 조치대 교수
日 역사수정주의가 주류… 아베의 ‘日이 피해자’ 주장 통해
언론도 정부 입장 따라가며 일반 시민까지 동조하는 상황
나카노 고이치 조치대 교수가 지난 6일 도쿄 조치대 요츠야 캠퍼스에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문제를 민족주의 틀에서 벗어나 인권문제로 접근할 것을 밝혔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일본의 소장 정치학자인 나카노 고이치(中野晃一) 조치(上智)대 국제교양학부 교수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판결을 둘러싼 한일 갈등과 관련해 “내셔널리즘(민족주의)을 초월해 식민지배 당시 인권침해 문제로 해결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한일에서 민족주의 움직임이 강화할 경우 해결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로 국제법 위반 상태가 됐다는 일본 측 주장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강제동원에 대한 책임 있는 행동을 보이지 않으면서 오히려 대법원 판결로 일본이 피해자가 된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며 일본 사회에 만연한 ‘역사수정주의’를 비판했다. 나카노 교수는 아베 정권의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에 반대해 왔고,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 등이 참여한 ‘한국은 적인가’라는 성명 발표에 참여한 지식인 77인 중 한 명이다. 한국에서 개봉된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에 출연한 그를 지난 6일 도쿄 조치대 요쓰야(四ツ谷) 캠퍼스에서 인터뷰했다.

_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 의도는 무엇인가.

“일본 정부는 부정하고 있지만 대법원 판결에 대한 보복 의미가 분명하다. 또 일본 보수세력은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ㆍ북한ㆍ한국 중 어느 한 나라를 적대시하며 구심력을 높여 왔다. 지난해 남북ㆍ북미대화 속 한반도 정세가 급변했으나 일본만 북한과의 대화에 참여하지 못하며 초초해졌다. 일본은 대북 압박을 주장해 왔지만 북미 간 대화로 북한을 적대시하기 어려워졌고, 중국과는 미국의 통상 압력이라는 공통의 이해가 생기면서 정상 간 거리를 좁히고 있어 적대시할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 갈등을 부각시킬 수 있는 대상이 한국밖에 없다.”

_한일 간엔 역사ㆍ영토 갈등이 있었지만 보복 조치는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큰 요인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1990년대 이후 한일관계는 미국의 영향을 크게 받아왔고 오바마 행정부까지 이어졌다. 1998년 김대중ㆍ오부치 선언, 2015년 위안부 합의, 2016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체결 등은 한일이 준(準)동맹국으로서 중국과 북한에 대응하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을 신경 쓰면서도 한일 주둔 미군에 대해선 비용이 들어 싫다는 일관성 없는 입장을 보여 왔다. 미국이 국제질서를 흔들기 시작했고 이전처럼 한일관계를 관리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아베 총리는 오바마 행정부까진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 안에 있겠다는 다테마에(建前ㆍ겉으로 드러낸 마음)라도 있었는데, 트럼프 행정부에선 ‘일본 우선주의’적 인식을 드러내도 괜찮다고 본 것이다.”

_일본 내에서 아베 총리와 같은 인식이 다수인가.

“젊은 세대는 과거사 문제는 잘 모르지만, 대다수는 케이팝, 한국 영화, 여행 등의 교류를 통해 한국에 친밀감을 갖고 있다. 반면 아베 정권과 중장년층은 한국에 차별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한국은 일본에 뒤처져 있고 경제적으로 일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자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을 한번 혼내주면 항복해 일본을 따를 것이란 인식을 갖고 있다. 이러한 시대착오적 인식은 합리적인 정책 판단을 방해하고 한일관계를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

_그런 상황에서 강제동원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역사수정주의가 압도적인 주류가 된 상황을 해소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다. 일본이 식민지배 시기에 행했던 일들에 확실하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로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오히려 피해자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다수 언론도 정부의 입장을 따르고 있는 상황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은 쉽지 않다.”

_일본 기업이 중국 강제동원 피해자와 화해한 경우가 있는데.

“국가 대 국가 관계를 벗어나 피해자와 가해 기업이 화해를 맺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해당 기업들을 지도하고 있다. 한일 양국에선 민족주의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에 민족주의를 초월해 식민지배 당시 인권문제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전시(戰時) 여성에 대한 폭력인 위안부 문제도 마찬가지다. ‘한국 대 일본’의 틀을 벗어나 보편적인 인권문제로 다뤄야 한다.”

_한국에선 강제동원 문제가 해결돼도 일본이 또다시 공격할 수 있다는 불신이 크다.

“일본의 조치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한국에 대한 조치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정부가 서투르게 보복 조치를 취해버렸다는 점에서 어떻게 양국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아베 정권에서는 미국과의 관계만 좋다면 한국과의 관계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_한국에선 아베 정권의 경제 보복을 개헌과 연관 짓는데.

“주변국을 활용해 민족주의를 부추기는 것은 개헌과 연관돼 있다. 국내적으로 개헌과 군비 확장 등은 인기가 없기 때문에 외부의 적을 상정해 구심력을 높인다. 다만 중국, 북한과 달리 한국은 일본처럼 미군이 주둔한 국가로 전쟁 가능성이 0%에 가깝지 않나. 그럼에도 한국을 적대시하는 아베 정권의 태도는 매우 위험하다.”

_일본 정치ㆍ사회에서 아베 정권에 대한 견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디어들의 논조가 정부와 비슷해지면서 국민도 동조하고 있다. 경제 정책 외에 정부 정책에 확실한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야당도 거의 없다. 여기에 아베 정권 이후 고노(河野) 담화 재검토, 위안부 문제 교과서 삭제 등을 거치면서 역사인식과 과거사 논의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문제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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