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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386세대를 비롯한 기성세대는 리더의 자리를 서서히 내려놓고 젊은 세대에게 기회를 주고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 후 지원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영화 ‘인턴’ 스틸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장관 4명과 장관급 인사 6명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이 10명 중 2명의 여성이 포함돼 내각의 여성 비율은 종전대로 유지가 되었으나 현직 서울대 교수가 3명이 포함되는 등 이른바 명문대학 출신이 대부분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실 주요 공직 후보자들의 출신 대학이 편중된 것은 학벌이 권력과 연계가 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그런데 이번에 내정된 후보자들의 연령을 살펴보면 50대가 5명, 60대가 3명 그리고 70대가 2명으로 평균 연령이 높다.

이번 개각의 의미와 한계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고 정치적 해석도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특정 인사를 장관으로 발탁한 것에 대한 의견 충돌이 청문회 과정에서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청문회를 거쳐 최종적으로 누가 임명되고 공직을 수행하게 될 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개각에서 젊고 혁신적인 인재의 발탁이 없었다는 아쉬움은 결코 작지 않다.

최근 우리나라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매우 혼란스럽다. 북한은 연일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실제적인 위협을 주고 있고 미국과의 동맹도 예전과 같이 견고하지 않다. 중국, 러시아와의 외교 관계도 원활하지 않으며 결정적으로 일본과 경제전쟁에 버금가는 갈등을 겪고 있다. 탄핵 정국을 겪었지만 국내 정치는 여전히 후진적이며 당쟁은 끝날 기미가 없다. 최저임금 인상, 52시간제 등으로 인해 경제는 성장을 멈췄고 기업들의 투자는 위축됐다. 그렇다고 창업이 활성화된 것도 아니다. 규제 완화는 여전히 요원하고 공무원들은 적폐로 몰릴까봐 복지부동 자세를 취하고 있다. 능력 있는 공무원들의 공직 이탈은 계속된다. 강사법 파동을 겪은 대학들은 학령 인구 감소에 대처할 여력도 없이 교육부의 종합감사에 시달리고 있다. 조국의 미래나 공동체에 대한 나눔에 관심을 쏟을 여유가 없는 젊은이들은 한창 나이에 취업 준비에 매몰되고 있다. 미투 이후 사회적 관계는 조심스러워졌고 젠더 갈등 등 사회 갈등은 심화됐다.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해야 할 종교는 세습 등의 세속적인 문제로 이미 그 기능을 상당 부분 상실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을 타개할 해법은 젊은 리더십이다.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에서 생존하고 발전하려면 새로운 시각과 문법이 필수적이다. 젊은 생각과 체력 그리고 패기를 가진 젊은 세대의 리더는 기성세대에게는 없는 새로운 시각과 문법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세대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젊은 세대가 주역으로 등장하지 못한 것을 젊은 세대의 실력 탓으로 돌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그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지 않은 기성세대의 욕심 탓도 있다. 소위 386세대로 불렸던 지금의 50대는 군사독재 정권 시절의 학생운동으로 힘든 청춘을 보냈지만 사회에 진출한 이후에는 대부분 우리 경제의 빠른 성장과 역동적인 사회 변화의 최대 수혜자가 됐고 지금도 정부, 국회, 법원, 학교, 기업 등 모든 분야에서 리더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2015년에 개봉됐던 영화 ‘인턴’에는 30세의 열정적인 여성 CEO 줄스가 풍부한 인생 경험을 가진 70세 인턴 벤의 도움으로 진정한 리더로 성장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제 386세대를 비롯한 기성세대는 리더의 자리를 서서히 내려놓고 젊은 세대에게 기회를 주고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 후 지원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기성세대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관록을 갖춘 조연으로 더 진화하면 된다. 기성세대의 내려놓음과 젊은 세대의 도전이 맞물려야 줄탁동시(啐啄同時)를 통한 발전이 가능해진다. 부디 내각, 다음 21대 국회, 주요 기업 그리고 기타 사회의 각 분야에서 젊은 리더가 과감하게 발탁되기를 기대한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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