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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오늘 한국서 첫 성전환수술이 이뤄졌다. 그림은 젠더를 둘로만 나누는 게 낡고 그릇된 관념이란 메시지를 담고 있다. thepoliticsofgender.wordpress.com

미국정신의학회는 1974년 정신질환진단통계편람(DSM)에서 동성애 항목을 삭제했다. 지난해 8월 세계보건기구가(WHO)는 ‘성별불일치’를 국제질병사인분류(ICD)에서 제외했다. 성소수자 차별과 편견은 법ㆍ제도의 진전과 함께 개선돼 왔지만, 저항의 반동이 함께 격렬해진 것도 사실이다. 이제 비이성ㆍ비과학적인 ‘포비아’ 현상 자체를 정신질환의 한 항목으로 포함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현대 의학에 기반한 인류 최초의 성전환수술은 1917년 미국에서 이뤄졌고(남성화 수술), 유럽서도 독일 베를린의 한 의사가 그 즈음 여성화 수술을 진행했다. 한국서는 1955년 8월 13일 20세 남성 조기철이 서울 적십자병원에서 여성화 수술을 받았다. 조기정으로 개명한 그는 수술 보름 뒤인 28일 서울 동화백화점 2층 미장원에서 파마를 했다고 한다. 병원 측의 홍보성 이벤트였는지, 그 사적인 나들이에 언론사 기자들이 동행 취재를 했던 모양이다. 1955년 8월 29일 자 한국일보 ‘표주박’에는 이런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수술 후 묘령의 처녀가 된 조양은 그동안 입원실에서 신의 섭리를 고요히 생각해 오다가 일요일인 28일 여성이 된 후 처음으로 거리에 나왔겠다.(…) 파마를 하고 분을 바르고 루주도 칠하니 비로소 틀림없는 여성이 되었는데 이 모습을 촬영하려는 뉴스ㆍ카메라맨을 막고자 누가 ‘어깨’들로 하여금 훼방 놓게 한 사실마저 있었다.” 21세기 인권 기준에서 보자면 지적할 점이 적지 않지만, 기사의 어조는 꽤 우호적이고 수용적이다.

통칭 성재할당수술(Sex Reassignment Surgery)이라 불리는 성전환 수술은 수술 전후 호르몬 요법서부터, 외과 수술, 더 폭넓게 수술 후 발성 트레이닝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의료 기술의 혁신적 발전으로, 60여년 전 ‘조양’이 받은 수술과 근년의 수술은 기능적으로나 미학적으로, 또 생식기 보건 등 면에서도 비교할 수 없이 나아졌다. 수술 후 조양의 삶이 ‘신의 섭리’와 어떻게 조화했는지 알려진 바 없지만, 그가 받은 2시간짜리 수술의 질과 큰 연관이 있을 것이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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