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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일본대사관 앞 ‘촛불 문화제’
[저작권 한국일보]아베규탄 시민행동 4차 촛불문화제가 10일 밤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촛불을 켜들고 아베규탄을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2019-08-10(한국일보)

"우리는 직접 겪어서 알지만, 손자 뻘 되는 학생들은 모를텐데…장하고 말고."(유재근ㆍ84) "영화 ‘김복동’을 보고 나오는 길에서 펑펑 울었어요. 할머니들이 언제까지 돌아가셔야 제대로 된 사과를 받을 수 있을까요."(정다은ㆍ17)

일본 아베 정부의 무역 보복 조치 앞에서는 세대, 이념, 성별 갈등도 없었다. 10일 서울 종로구 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아베 규탄 4차 촛불 문화제’에 참석한 1만8000여 남녀노소는 한결같이 ‘NO 아베’만 외쳤다. 1400번째 수요 집회와 7차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광복절이 맞물린 14~15일에는 10만 촛불이 전국에서 켜질 전망이다.

10일 행사에는 청소년 학생들도 가세했다.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이 주최한 '일본 아베 정부 규탄 청소년 1,000인 선언 및 청소년 행진 대회'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광주학생항일운동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당시 교복을 입었다. 윤미연 희망 사무국장은 "1,000인 선언을 모집하기 시작한 것이 지난 8일인데 불과 이틀 만에 목표를 달성했다"며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일본 학용품을 버리고, 국산품을 사용하는 것뿐 아니라 일본대사관을 통해 아베 정권의 부당한 행동을 규탄하는 편지를 쓰고 침묵시위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반일 운동의 시위를 당겼던 2030세대들도 광장으로 나섰다. 5살 아이와 함께 촛불 문화제에 참여한 김상복(34)씨는 “일본의 조치를 보고 이번 여름 휴가로 잡은 일본행 티켓과 호텔을 환불했다”며 “아이에게도 좋은 교육 기회가 될 것 같아서 서대문형무소와 역사박물관을 들렀다가 촛불문화제까지 왔다”고 말했다.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일생을 다룬 영화 '김복동'을 관람했다는 인증 글이나 '학용품 버리기', '유니클로 안 입기' 등 SNS 상의 다양한 반일 행동은 여전히 2030이 주도하고 있다.

극우 세력의 망언성 발언은 5060 기성세대의 화를 돋웠다. '아베 수상님 사죄드립니다'라는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우리 일본'이라는 발언에 분개해 광장에 나왔다는 5060이 적지 않았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김광수(54)씨는 "이런 시국에 어떻게 대통령 욕하는지 화가 난다"라며 "한국 사람들은 어느 정도 힘든 건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광장은 자연스럽게 '반 아베'라는 반일 키워드로 세대가 통합하는 용광로로 변했다. 4차 촛불 문화제에 참석한 최규호(53)씨는 "과거 우리가 어릴 때는 반일감정이 자연스레 있었지만 요즘 청소년들은 일본 여행을 자주 가는 등 일본에 대한 반일감정이 없었던 것으로 느껴졌다"며 "이번 청소년 집회를 보고 다시금 일본에 대한 반일감정이 살아난 것 같아 감동적이다"고 말했다.

15일 열리는 5차 촛불 문화제에서는 일본 시민 단체에서도 참여해 아베 규탄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개인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민족주의는 중요한 국면에서 항상 국민들을 묶어내고 불러낸다"라며 "일본 정부의 부당한 조치에 대해 국가적인 모욕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소속을 단결하는 계기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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