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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은 “다양한 사회적 정체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결국은 스스로에게 이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다양성연구소 제공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출은 사랑이 아닙니다.”

이달 31일 열릴 예정인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은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35) 소장은 지난해 제1회 행사를 사실상 무산시킨 종교ㆍ학부모단체를 겨눠 이 같이 말했다. 퀴어축제는 LGBT(레즈비언ㆍ게이ㆍ양성애자ㆍ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 소수자들의 축제다. 인천에선 지난해 9월 동인천역 북광장에서 처음 열렸으나 보수 기독교단체 등이 반대 집회를 열면서 결국 무산됐다.

그는 “퀴어축제는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성 소수자와 이들의 권리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1년에 한번 모여 자기애를 높이는 축제이자 저항과 투쟁의 시간”이라며 “(작년 축제 때) 혐오세력이 ‘사랑’의 이름으로 정서적ㆍ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며 혐오를 마음껏 발산했는데, 이들이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를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성 소수자를 비롯해 여성, 난민 등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그리고 이를 둘러싼 갈등의 근본 원인으로, 자본의 착취와 억압, 그리고 자본 편에 선 국가를 꼽았다.

그는 “자본이 시민과 노동자를 착취하고 억압하면서 소수자, 약자가 자신보다 더 작고 약한 사람들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또 이들끼리 헐뜯고 비난하는 프레임도 만들어졌다”라며 “지난해 인천 동구청이 성 소수자라는 이유로 광장(행사장) 사용을 불허하고 이런 차별행정을 인천시가 외면ㆍ방관하고 경찰이 혐오세력의 폭력 앞에서 태만했던 것처럼 국가가 개입하는 게 아니라 갈등을 용인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일부 기독교는 성 소수자와 난민, 다른 종교 등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방식으로 외부에 적을 만들어 교인 수가 줄어드는 등 내부 어려움에 대처하고 있다”라며 “사랑의 목소리를 내도 사람 마음을 움직이기 어려운데 차별과 혐오의 목소리를 내서는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이 지난달 열린 청소년 다양성훈련 여름캠프에서 비폭력 대화의 기술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한국다양성연구소 제공

김 소장은 2016년 5월 발생한 이른바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을 계기로 여성 등이 받는 차별과 억압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들어 영향력이 커져가는 페미니즘 등에 대한 ‘백래시(Backlashㆍ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한 반발 심리나 행동)’에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그는 “6년 전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들어왔을 때와 비교하면 페미니즘이나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많이 바뀌었고, 특히 10~20대는 더 많이 공감하는 모습을 보인다”라며 “산업화처럼 인권에 대한 인식도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데, 이런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불편한 사람들도 있다 보니 백래시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성 정체성을 비롯한 인종과 성별, 장애, 나이, 지역, 종교 등 다양한 사회적 정체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결국은 ‘스스로에게 이로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 혼자도 살기 힘든데 소수자들까지 배려해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라며 “그러나 누구나 아동과 청소년을 거쳐 노인이 되는 것처럼 사회적 소수자이며 약자이다. 나답게, 사람답게 살기 위해선 다양성을 ‘내 얘기’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2015년 6월 국내 최초 다양성교육 전문기관인 한국다양성연구소를 설립한 김 소장은 현재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이사, 서울시 인권협력팀 인권교육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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