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중 “미국, 지소미아 파기 원치 않아… 24일쯤 3자협상 꾸릴 것”

입력
2019.08.07 18:21
수정
2019.08.07 23:5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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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전문가 긴급 진단]

“남북 교류가 日에 이익 된다는 점, 文대통령이 아베 설득해야”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가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강연'에서 '한일 대립을 넘어서 한일관계, 진단과 해법'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가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강연'에서 '한일 대립을 넘어서 한일관계, 진단과 해법'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사회에서 대표적인 재일교포 지식인인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가 7일 한일 갈등과 관련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ㆍGSOMIA) 시한인 24일쯤 ‘한미일 3자 협상 테이블’이 꾸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한미일 삼각 동맹의 틀인 지소미아 파기를 원하지 않는 만큼, 이때 중재자로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지소미아 폐기론’이 한미동맹에 ‘독’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일본상품 불매운동’에 대해선 “결코 한국과 일본을 위한 길이 아니다”고 우려했다.

최근 방한한 강 명예교수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강연으로 마련된 ‘한일관계, 진단과 해법’ 특강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서로 문제에 대해 타협하는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재일동포 2세인 강 교수는 일본 내 저명한 정치ㆍ사회학자로, 한일 양국 문제를 날카롭게 비평해 왔다. 강 교수는 1998년 한국 국적자 최초로 도쿄대 정교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나가노 데쓰오(永野鐵男)란 일본 이름 대신 한국 이름 ‘강상중’으로 일본 내 주류사회에 당당하게 도전했다. 평생 일본에 살면서도 한국인의 뿌리를 지키고 있어 ‘경계인’이란 평가를 받기도 한다. 1998년 도쿄대 조교수로 시작해 2010년에는 도쿄대 현대한국연구센터장을 맡았다. 2014년부터 2년간 세이가쿠인(聖學院)대 학장으로 활동했다.

강 교수는 악화일로를 걷는 양국 관계에 대해 “굉장히 마음이 아프다”고 씁쓸해 했다. 그는 한국말로 “재일한국인으로서 이 자리에서 현재 한일관계 인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복잡하다”고 말하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강상중 일본 도쿄대학 명예교수가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강연, 한일 대립을 넘어서 "한일관계, 진단과 해법"행사에서 추모강연을 하고 있다. 뉴스1
강상중 일본 도쿄대학 명예교수가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강연, 한일 대립을 넘어서 "한일관계, 진단과 해법"행사에서 추모강연을 하고 있다. 뉴스1

강 교수는 한일간 협상 시점이 향후 2주 뒤인 24일 직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소미아 활동 시한과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배제 시행일(28일)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소미아의 자연 연장이 결정되는 막바지인 이 시기에 미국이 3자회담 테이블을 준비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며 “일본은 정부 재량에 따라 강약을 조절하는 ‘재량행정’이 있는데, 한국이 제시하는 타협책에 따라 재량의 범위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중재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소미아 카드’를 활용하면서도, 폐기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정부ㆍ여당이 지소미아 폐기에 무게를 싣자 신중하게 봐야 한다고 조언한 것이다. 강 교수는 “지소미아는 미국의 개입을 촉구하기 위한 중요한 카드인 동시에, 끊게 된다면 한미 관계는 매우 어려워 질 것”이라며 “만약 한국이 지소미아를 자연 연장하지 않겠다고 결정한다면, 미국은 한미일 트라이앵글의 상징적 의미에 큰 금이 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때 한일 특사 파견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강 교수는 “그때 한국의 총리가 스페셜 특사로 파견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일본 측에선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가 적임자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 보이콧 움직임에 대해선 오히려 민간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불매운동은 마이너스가 될지언정 플러스가 안 된다”며 “(일본 문화를 받아들인) 김 전 대통령이 이를 안다면 슬퍼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일본 국민이 한국과의 교류를 바라고 있다”며 “한일 양국 정부가 양국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선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화이트리스트 배제와 관련해 “아베 총리 개인의 강한 의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의외로 일본 각 부처가 아주 치밀하게 짜낸 계획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경제산업성이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데, (외무성이 주도 했다면) 어떻게든 합의점을 찾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의 결정에는 문재인 정부 들어 급진전된 남북관계가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그는 “남북이 경제교류와 접근을 시작한다면 일본 안보에는 마이너스”라며 “아베 정권은 이런 불안감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을 동결한 채 남북이 통일이 되면 일본 바로 옆에 핵 보유국이 존재하는 것이고, 일본 입장에선 큰 위협으로 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역으로 북한 문제가 한일관계를 진전시키는 데 큰 결정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남북교류는 지금보다 더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이 말한 3단계 통일론의 1단계인 국가연합으로 나아가는 게 일본으로서도 이익이란 점을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며 “북일 정상회담에 한국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접근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강상중(가운데) 도쿄대 명예교수가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강연'에서 서송영길(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상중(가운데) 도쿄대 명예교수가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강연'에서 서송영길(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정영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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