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풍경 영화관…강릉~동해~삼척 ‘바다열차’

입력
2019.08.09 09:00

[박준규의 기차여행・버스여행]테마관광열차⑤ 동해의 명물 바다열차 여행

‘바다열차’ 안인역~정동진역 구간. 갯바위와 에메랄드 빛 동해바다가 넓은 창을 가득 채운다.
‘바다열차’ 안인역~정동진역 구간. 갯바위와 에메랄드 빛 동해바다가 넓은 창을 가득 채운다.

강원 동해안은 매년 여름 여행지 1순위로 꼽히는 스테디셀러다. 그중에서도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강릉ㆍ동해ㆍ삼척 지역 해수욕장은 언제나 인기 상한가다. 맑고 시원한 바다에 첨벙 뛰어드는 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좀 더 색다른 바다 여행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테마관광열차인 ‘바다열차’를 소개한다.

2007년 7월 25일 운행을 시작한 바다열차는 영동지역의 대표 해안 도시 강릉~동해~삼척(총연장 53km)을 잇는 유일한 기차다. (무궁화호 열차는 강릉~동해 구간 동일한 선로로 운행하지만 동해를 벗어나면 태백으로 연결된다.) 138석밖에 되지 않지만 13년간 쉼 없이 달려 올 7월까지 누적 탑승객이 165만명에 이른다. 바다열차에 앞서 18년 전에는 이 구간에 ‘환상의 해안선기차’라는 명칭으로 무궁화호 특별열차가 운행한 바 있다.

◇서울역(청량리역)에서 KTX 타고 강릉행

바다열차는 강릉역과 삼척해변역에서 출발한다. 서울에서 간다면 접근성이 편리한 강릉역이 낫다. KTX열차로 서울역에서 1시간 50분(청량리역에서 1시간 20~30분) 정도 걸린다. 고속버스는 상대적으로 요금이 싸지만 KTX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영동고속도로의 극심한 교통정체를 감안하면 휴가철엔 4~5시간이 기본, 무조건 KTX가 답이다. 서울역에서 오전 11시 1분(청량리역 11시 22분) 출발하는 KTX를 타고 오후 12시 59분 강릉역에 도착했다. 요금은 2만7,600원(청량리역 출발 2만6,000원).

평창올림픽 마스코트가 반기는 KTX강릉역.
평창올림픽 마스코트가 반기는 KTX강릉역.

◇강릉역에서 바다열차를 만나다(오후 1시 42분)

기차표를 사서 승강장으로 나갔다. 네 칸짜리 미니열차가 등장한다. 1ㆍ2호차는 흰 바탕에 갈매기와 돌고래, 3ㆍ4호차는 붉은 바탕에 심해 잠수함 그림으로 장식돼 있다. 예쁜 열차 외관을 배경으로 ‘인증샷’은 필수.

묵호역~동해역 구간을 천천히 운행하는 바다열차.
묵호역~동해역 구간을 천천히 운행하는 바다열차.

열차에 오르면 왜 ‘바다열차’인지 저절로 알게 된다. 바다 풍경을 감상하기 좋게 객실 내부를 개조했다. 우선 차창이 일반 열차보다 넓다. 또 좌석을 모두 바다로 향하도록 배치해 옆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동해바다를 스크린 영상처럼 감상한다. 좌석 배열도 영화관처럼 계단식이라 앞 사람의 방해 없이 풍경을 볼 수 있다. ‘움직이는 영화관’인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네 명이 마주 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며 기차 여행을 즐기는 가족석(3호차), 커플을 위한 프러포즈룸(1ㆍ2호차)도 마련되어 있다. 프러포즈룸에서는 승무원이 기념 사진을 찍어주고 와인과 초콜릿을 제공한다.

영화관처럼 뒷좌석을 앞좌석 보다 높게 설치한 바다열차 특실 1호차.
영화관처럼 뒷좌석을 앞좌석 보다 높게 설치한 바다열차 특실 1호차.
와인과 초콜릿이 준비된 프러포즈룸.
와인과 초콜릿이 준비된 프러포즈룸.

◇첫 번째 바다, 안인역~정동진역 구간(오후 1시 50분~2시 6분)

바다열차가 기적을 울리며 강릉역을 떠난다. 이제부터 기차여행을 즐길 일만 남았다. 열차 안에서 벌이는 이벤트에 적극 참여해 선물을 받을 수도 있고, 탈락해도 추억 사진은 남는다.

열심히 달리던 열차는 안인역을 지나 갑자기 속도를 떨어뜨린다. 이곳부터 본격적으로 바다 풍광이 펼쳐진다. 짙푸른 바다가 순식간에 유리창 전면을 가득 채운다. 마치 유람선으로 변신해 바다 위를 떠다니는 느낌이다. 갯바위에 파도가 부서지고 물결이 넘실거린다. 객실에선 자연스럽게 탄성이 터져 나온다. 강릉통일공원을 지나 7번 국도를 달리는 승용차와 경주를 벌이는가 싶더니 바다열차는 정동진역에 정차한다.

차창 가득 푸른 바다가 넘실거린다.
차창 가득 푸른 바다가 넘실거린다.
정동진역 인근을 지날 때에는 레일바이크와 나란히 달리기도 한다.
정동진역 인근을 지날 때에는 레일바이크와 나란히 달리기도 한다.

◇신나는 게임…계란과 사이다 세트(오후 2시 6~31분)

정동진역에서 묵호역까지 구간은 잠시 바다와 이별한다. 그렇다고 멀뚱멀뚱하게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승무원과 함께 즐기는 게임 덕분이다. 그날은 ‘휴가’라는 단어로 2행시 게임을 진행했다. 가장 그럴듯하게 지어 문자로 보낸다. 선정되면 기념품을 받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기차여행의 또 다른 매력은 매점에서 판매하는 주전부리가 아닐까. 안타깝게도 요즘은 열차 안 이동매점이 사라지고 자판기로 대체되는 추세다. 바다열차에선 별도의 카페를 운영한다. 음료수와 과자는 기본이고 다양한 기념품과 먹거리가 있다. 씨앗연필(3,500원), 바다열차 머그컵(5,000원), 강릉 가배만쥬 커피빵(5,000원), 강릉 단오빵(5,000원)이 대표적이다. 기차여행의 별미 추억의 계란과 사이다 세트(3,000원)는 여전히 최고 인기다.

음료수, 과자, 기념품 등을 판매하는 바다열차 카페.
음료수, 과자, 기념품 등을 판매하는 바다열차 카페.
기차여행에서 계란과 사이다는 여전히 최고 인기다.
기차여행에서 계란과 사이다는 여전히 최고 인기다.

◇두 번째 바다 묵호역~동해역~삼척해변역 구간(오후 2시 31~55분)

묵호역~동해역 구간 바다 풍경도 아름답다. 유리창을 통해 마치 도화지에 그린 수채화처럼 파란 하늘과 흰 구름, 에메랄드 빛 바다가 스친다. 열차는 애국가 영상에 등장하는 추암촛대바위가 자리한 추암역을 지나 삼척해변역에서 멈춘다. 바다를 주제로 펼쳐진 1시간10여분의 영화 상영이 마무리되는 곳이다.

묵호역~동해역 구간 차창으로 들어오는 풍경이 한 폭의 수채화 같다.
묵호역~동해역 구간 차창으로 들어오는 풍경이 한 폭의 수채화 같다.
삼척해변역에 도착한 바다열차.
삼척해변역에 도착한 바다열차.
바다열차는 3명의 승무원이 탑승한다. 왼쪽부터 김혜련, 이수현, 정민화 승무원.
바다열차는 3명의 승무원이 탑승한다. 왼쪽부터 김혜련, 이수현, 정민화 승무원.

◇바다열차 여행 정보

바다열차 요금은 성인 기준 일반실 1만3,000원, 특실 1만6,000원, 가족석 5만원(4인), 프러포즈실 5만원(2인)이다. 상세 정보는 바다열차 홈페이지(seatrain.co.kr) 또는 033-573-5474. 바다열차 탑승권을 제시하면 강릉과 동해에서 입장료를 할인 받을 수 있는 곳이 많다. 강릉 지역에선 경포아쿠아리움(35%), 오죽헌(50%), 정동진시간박물관(20%), 동양자수박물관(1,000원)에서, 동해에선 천곡천연동굴(50%), 무릉계곡(50%)에서 사용할 수 있다.

박준규 기차여행/버스여행 전문가 http://traintri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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