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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3>KB리그 신생팀, 이세돌 9단 친형인 이상훈 9단 감독 선임 어려워지자 대회 불참 의사 
 임 총재 운영위원회에서 “이미 언론에 보도까지 됐는데, 뭐 하는 거냐”며 발끈 
 “그래도 신생팀 요구를 들어주자”는 한국기원내 일부 의견엔 “원칙 없다”며 쓴 소리 
 어떤 형태로든, 이번 만큼은 이세돌 9단 사태 해결하겠다는 게 임 총재의 확고한 의지 
임채정 한국기원 신임 총재가 지난 달 12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회의실에서 임시이사회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내 나이 먹어서 화를 내면 안 되는 데… 화가 난다.”

임채정(78) 한국기원 신임 총재가 취임 2개월여 만에 단단히 뿔났다. 우여곡절 끝에 9월말 출범키로 예정된 ‘2019 KB국민은행 바둑리그’(총 37억원 규모)가 또 다시 잡음으로 시달리면서다. 특히 올해 KB리그 운영 과정과 관련해 불거진 한국기원내 원칙 없는 일부 임원진의 목소리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3일 한국기원 등에 따르면 임 총재는 최근 열렸던 운영위원회에서 올해 KB리그에 참가키로 했던 A신생팀의 입장 번복 가능성 소식에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임 총재는 이 자리에서 “이미 올해 KB리그 참가팀과 개막 일정 등에 대해 상세한 자료가 나가고 언론에도 소개됐는데, 이제 와서 이러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발끈했다. 국내 바둑계에선 가장 큰 행사인 KB리그 개막을 앞두고 A팀의 무책임한 행태를 이해할 순 없다는 판단에서다. 임 총재의 이런 감정 표시는 해당 팀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 원인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앞서 2019 KB리그 참전 의사를 밝혔던 A팀에서 당초 감독으로 점 찍었던 이상훈(44) 9단측이 고사의 뜻을 전해오자, 해당 팀에서도 주최측인 한국기원에 올해 KB리그의 부정적인 참가 견해를 내비쳤다. 이세돌(35) 9단의 친형인 이상훈 9단은 현재 한국기원 및 프로기사회와 동생의 상금 공제액(약 3,000만원대) 반환에 대해 첨예하게 맞선 상태에서 올해 KB리그 참가는 어려울 것 같다는 분위기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A팀은 한 때 이세돌 9단의 내제자를 지낸 한 프로바둑 기사의 부친 소개로 올해 KB리그에 합류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달 12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대회의실에서 열렸던 임시이사회에선 국내외 각종 기전의 참가 자격 기준 등의 정관을 신설키로 의결했다. 한국기원 제공

한국기원에선 이세돌 9단측이 앞서 상금 공제 반환과 관련, 내용증명까지 발송하자 지난달 12일 임시이사회를 소집, △한국기원 입단 절차를 통해 전문기사가 된 자는 입단과 동시에 기사회 회원이 된다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협력·후원하는 기전엔 기사회 소속 기사만 참가할 수 있다 등의 2가지 조항을 정관에 신설하고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최종 승인도 요청한 상태다. 국내외 기전 참가와 관련, 정관 신설까지 단행한 한국기원 소속임을 강조해 온 이세돌 9단측에선 올해 KB리그 참가가 불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세돌 9단 또한 한국기원에 올해 KB리그의 최종 불참 통보를 전했다. 이세돌 9단은 지난 2004년 출범한 한국바둑리그에 이어 2006년부터 운영돼 온 KB바둑리그에서 2009년을 제외하고 14시즌 동안 참가해왔다.

임 총재 입장에선 이처럼 이세돌 9단의 상금 공제 반환 사태 여파가 바둑계 최대 축제인 KB리그 개막까지 스며들면서 못마땅해 했을 가능성이 높다. 임 총재는 실제 운영위원회 자리에서도 “그래도 A팀을 살려서 가야 되지 않겠느냐”고 의견을 제시한 한국기원내 일부 임원진에 대해 “규정을 정했으면 그대로 가야지, 언제까지 원칙 없이 움직일 것이냐”며 맞받아쳤다. 이번엔 이세돌 9단의 상금 공제 반환에 대해 매듭을 짓겠다며 정관까지 신설한 마당인데, 이세돌 9단과 이상훈 9단을 팀원으로 원했던 A팀의 요구를 다 들어주고 또 다시 어정쩡하게 물러설 순 없다는 임 총재의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참가팀이 줄어들 경우, 그 만큼 프로기사들의 KB리그 출전 기회 역시 축소되지만 이번 만큼은 3년 넘게 끌어온 이세돌 9단의 상금 공제 반환 사태를 확실하게 해결하겠다는 게 임 총재의 확고한 의중이란 해석이다.

이세돌(왼쪽) 9단이 지난 달 26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렸던 ‘제2회 용성전’(우승상금 3,000만원) 8강전에서 김지석 9단에게 패한 직후, 복기를 하고 있다. 타이젬 제공

프로기사회 소속의 한 배테랑 기사는 “이번에 새로 선임된 임 총재의 스타일 자체가 주어진 현안에 대해서 차일피일 미루는 유형이 아닌 것 같다”며 “임 총재가 당장 올해 KB리그를 위해 이세돌 9단 사태에 대해 예외까지 두면서 한국기원 운영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 총재는 전임 총재들과 달리 취임 이후엔 1주일에 3일 이상을 기원에서 보내며 현안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14~17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2006년엔 제17대 국회의장까지 역임한 임 총재는 지난 5월말 한국기원의 신임 총재로 취임했다.

한편 진통 끝에 다음 달 말 열릴 올해 KB리그(KB리그 34억원·퓨처스리그 3억원)엔 기존 GS칼텍스와 포스코케미칼, KGC인삼공사, 화성시코리요, 한국물가정보 등을 비롯한 5개 팀에 셀트리온 및 토탈스위스코리아, 합천군, 홈앤쇼핑이 신생팀으로 참가한다. 선수 선발식이 이달 8일로 예정된 올해 KB리그 개막식은 9월24일이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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