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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은 영화 ‘아가씨’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영화 제목을 ‘아가씨’로 하여 ‘아가씨’의 오염된 어감을 다시 원래의 느낌으로 되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CJ 엔터테인먼트 제공

식당에서 손님이 종업원을 향해 “아가씨!”라고 부르는 장면을 떠올려 보자. 이때 쓰는 ‘아가씨’라는 호칭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는 듯하다. 식당 직원이 젊은 여성이기 때문에 ‘아가씨’라는 호칭을 쓰는 것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있고, 듣는 입장에서 기분이 나쁘고 무시하는 느낌이 드는 적절하지 않은 호칭이라는 의견도 있다. 무엇이 맞을까?

사전에서 ‘아가씨’를 찾아보면 ‘시집갈 나이의 여자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손아래 시누이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로 풀이되어 있다. 하지만 언어는 사전적 정의 외에도 여러 상황적 맥락을 함께 품고 있다. “아가씨, 계산 좀 해 줘요.”라는 말을 들은 편의점 종업원은 아마 ‘아가씨’라는 말 자체보다 그 말을 하는 손님의 무시하는 듯한 태도나 말투 때문에 기분 나빴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아가씨’라는 말이 사회적으로 갖게 된 어감과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영화 ‘아가씨’의 박찬욱 감독은 영화 개봉 당시 한 인터뷰에서, ‘아가씨’라는 말은 원래 상류 계급에서 결혼하지 않은 여성을 부르는 말이었지만 현대에 들어 ‘술집 아가씨’ 등과 같이 쓰이면서 단어의 어감이 오염되었다는 말을 하면서, 영화 제목을 ‘아가씨’로 하여 오염된 어감을 다시 원래의 느낌으로 되살리고 싶었다는 뜻을 밝힌 바가 있다. 일부 변질된 어감으로 쓰이는 경우 때문에 ‘아가씨’라는 말이 불편해진 것이다.

언어는 사전에 갇혀 박제된 것이 아니다. 실제로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사전에 담지 못하는 살아있는 의미나 어감을 갖게 된다. 우리가 쓰는 어휘나 표현이 사전 뜻풀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아가씨’라고 불러도 되는지에 대한 고민은 이러한 맥락과 함께 살펴봐야 할 문제이다.

이유원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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