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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연쇄살인, 폭염] 다큐멘터리 <4> 다시 돌아올 폭염, 우리는 준비가 돼있나

[한여름의 연쇄살인, 폭염] 다큐멘터리 <4> 다시 돌아올 폭염, 우리는 준비가 돼있나

2018년 여름, 수천 명의 폭염 사상자가 발생하자 정부는 폭염을 재난으로 선포했습니다. 하지만 폭염 피해 집계부터 대응, 연구까지 폭염 재난을 둘러싼 대한민국의 시스템엔 허점이 많았습니다. 매년, 모든 곳에서 모든 사람들 노릴 기후 변화 시대의 재난 ‘폭염’. 우리는 재난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을까요.

[저작권 한국일보]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 규모부터 확실하지 않습니다. 2018년 응급실 온열질환 감시체계에서 집계된 사망자 수는 48명. 이 숫자는 폭염 사망자의 최소치일 뿐입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현실은 크게 달랐습니다. 취재를 진행하며 만났던 부정훈 서울 관악 소방서 대원은 온열질환 사망자가 48명이라는 질병관리본부 발표에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남궁인 목동이대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역시 폭염 피해 사망자 숫자는 48명보다 더 많다고 확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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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열질환 감시체계에서 집계된 사망 숫자와 현장에서 체감하는 피해는 왜 다른 것일까.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황승식 교수는 ‘온열질환 코드 자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폭염에 의해 피해를 받았지만 기저질환이 악화돼서 사망한 경우 이 사망을 폭염에 의한 사망으로 보지 않는 것이 이런 혼란을 가져온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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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뿐만 아니라 전체 온열질환 피해자 숫자 역시 집계 별 차이가 컸습니다. 작년 온열질환 감시체계에서 집계된 환자 수는 4,526명 하지만 온열질환 치료 후 보험을 청구한 사람의 수는 5배가 넘는 23,351명(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이었습니다.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온 온열질환자 수 역시 구급대 기록과 감시체계 기록 사이의 큰 차이가 났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폭염 피해를 입었는지조차 불분명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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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보와 대응 과정 역시 부족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폭염 재난의 위험을 알리는 폭염 특보 기준은 여전히 최고 기온에만 의존하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이 온도, 습도 바람과 같은 종합적인 지표를 바탕으로 하는 것과 차이가 있습니다. 류현욱 경북대학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온열질환 발생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최고 기온이 아니라 기온, 습도 등을 종합한 더위지수이며 특히 습도가 높은 경우 몸의 열이 발산되기 힘들기 때문에 열사병 발생이 더 많이 나타난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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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와 피해 규모 면에서 한국 폭염 재난의 확장판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은 ‘더위지수’ 즉, WBGT 지수를 폭염 대응에 적극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이시바시 나나오 일본 환경성 환경안전과장은 ‘일본은 기온, 습도, 복사열 이 세 가지 값을 이용한 종합적인 WBGT지수를 활용하고 있으며 특히 휴대용 WBGT 지수 측정기를 학교, 유치원, 각종 복지 시설에 비치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폭염 재난을 알리는 방식 역시 세분화와 체계성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황승식 교수는 폭염 때마다 국민들에게 일괄적으로 보내는 폭염 재난 문자의 문제를 지적하며 나이, 장소, 상황에 맞춘 세분화된 알림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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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80명의 폭염 사망자가 발생했던 캐나다 퀘벡에선 지도와 데이터를 종합한 GIS 시스템 ‘수프림 시스템’으로 폭염 예보, 알림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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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고슬린 캐나다 퀘벡 국립 공공보건연구소 교수는 수프림 시스템을 소개하며 ‘누구나 실시간으로 지도 위에 데이터를 볼 수 있고 중요한 이벤트가 발생할 시 사람들은 전화나 메시지, 이메일 같은 수단으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받아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도라는 장소를 기반으로 각 지역에 맞는 세분화된 재난 알림 시스템을 구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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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벌어질 폭염 재난에 대한 연구와 협력은 어떨까. 가장 큰 장애물은 개인 정보 수집이었습니다. 류현욱 교수는 온열 질환 환자의 환경적 요인, 사회적 요인을 조사하는 것이 필수지만 여전히 한계가 많다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황승식 교수 역시 적극적인 재난 대처를 위한 개인 정보 활용이 필요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제도적인 보완이 필수라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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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최악의 폭염 재난을 경험한 호주에선 정부, 의료 서비스, 기상 연구자 등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이 폭염 재난을 대비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습니다. 이 과정으로 ‘폭염 사망자, 대조군 정밀 연구’를 진행한 펭 비 애들레이드 대학교 공중보건대학 교수는 연구 윤리 위원회의 엄격한 절차와 연구 윤리에 따라 병원 데이터 확보와 환자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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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재난으로 선포된 지 불과 1년, 체계적인 대응과 적극적인 연구에 보다 빠른 발걸음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황승식 교수는 결국 이런 연구와 대응의 목표는 온열질환으로 인한 죽음을 줄이는 것에 있으며 도로에 물을 뿌리거나 차양막을 세우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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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는 막을 수 없지만 죽음만은 막아야 하는 것. 그것이 인간이 만든 재난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덜 부끄러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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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선PD changsun9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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