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크기 설정

[스타트업! 젊은 정치] 릴레이 인터뷰 <17> 우리미래 김소희 대표ㆍ조기원 정치기획국장
※ ‘스타트업! 젊은 정치’는 한국일보 창간 65년을 맞아 청년과 정치 신인의 진입을 가로막는 여의도 풍토를 집중조명하고, 젊은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는 기득권 정치인 중심의 국회를 바로 보기 위한 기획 시리즈입니다. 전체 시리즈는 한국일보 홈페이지(www.hankookilbo.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청년 주도 정당’을 표방하는 우리미래(미래당)의 간부들은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청년의 얼굴을 하고 있다. 작은 회사를 퇴직한 후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김소희(왼쪽) 공동대표와 일용직 배관공으로 일하면서 정치 활동을 이어가는 조기원 정치기획국장. 이혜미 기자

실직 후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재취업 기간 내내 취업설명회를 오가는 청년, 비정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며 근로장려금을 받는 청년. 구태여 수소문 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2030 대다수 청년의 얼굴이다. 하지만 국회가 있는 여의도로 고개를 돌렸을 때, 이러한 ‘청년의 일상’은 찾아보기 힘든 장면이 되고 만다. ‘평균 재산 41억원, 법조인 출신 49명’ 등의 특성으로 요약되는 20대 국회의 면면은 이미 기득권의 위치를 충분히 점하고도 남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정당’을 내세우는 우리미래(미래당)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2017년 출범했다. 김소희 미래당 공동대표는 취업설명회에 나가고 취업 중이라는 것을 관계 기관에 증명해가며 실업 급여를 받고 있다. 조기원 정치기획국장은 낮에는 일용직 배관공으로 일하고, 밤에는 정당 간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최근 지난해 일한 것을 토대로 근로장려금을 130만원 가량 받게 됐다고 기뻐했다. 비록 의석 수 ‘0’의 원외 정당이지만,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평범한 사람들이 국회에 입성하는 모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김 공동대표와 조 국장을 최근 서울 서초구의 미래당 당사에서 만났다.

◇ 이하 일문일답
-‘미래당’이라는 약칭을 두고 바른미래당과 논쟁이 있었다.

김소희 대표(이하 김)= “’미래당’이라는 약칭을 두고 바른미래당과 다툴 때가 한창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어요. 2017년 3월 우리미래 정책토론회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참석했기 때문에 분명 우리미래라는 존재를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도 힘 있는 원내 정당이 약칭을 너무나 손쉽게 ‘미래당’으로 정해버리는 것에 대해 저희는 목숨을 건 싸움이라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오히려 제게는 ‘이제 정치를 제대로 해보는구나’ 싶은 마음도 들었고요. 결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에 따라 우리미래가 미래당이라는 약칭을 쓰게 됐어요. 틈을 비집고 나와 기득권 정당의 눈을 찌른 느낌을 받기도 했죠.”

-우리미래는 ‘청년 주도 정당’이라는 기치를 내걸었는데.

김= “’박근혜ㆍ최순실 국정농단’ 당시 이전부터 함께 청년 운동을 하던 친구들과 정당을 만들자고 뜻이 모아졌어요. 이미 2012년에 ‘청년당’이 창당됐던 바 있어요. 당시에는 의석을 얻지 못하고 2% 이상을 득표하지 못했을 때 정당등록을 취소하도록 정당법이 규정하고 있어서 해산이 됐었어요. 그 때 청년당에서 활동하신 분들과 함께 정당을 만들게 됐어요.”

조기원 정치기획국장(이하 조)= “지금의 국회는 5060대 일색이잖아요. 세력으로 보면 과거 86 민주화 세대와 5ㆍ16 세대가 양대산맥이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기반의 양당제가 구축되면서 작은 정당이 과소대표되며 대표성이 떨어지는 현상이 심각하다 봐요. 다양한 세대와 계급 중 ‘청년’을 대표하지 못하는 부분이 가장 크다는 문제 의식이 생겼죠.”

-한국 정치에서 청년의 이해관계가 충분히 대변되지 못하다고 보는 이유는 뭔가.

조= “청년기본법만 봐도 그렇죠. 20대 국회가 출범하자마자 신보라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던 1호 법안이에요. 원내 정당들이 저마다 각각 발의한 법안이기도 하고요. 청년기본법은 청년 문제를 해결하는 담당과 예산이 편성되는데 근간이 되는 법안인데, 국회 내에 청년이 없다보니 3년째 계류하고 있는 거죠.”

김= “많은 정치인들의 망언만 봐도 그래요. 청년 실업 문제를 두고 ‘해외에 가라’ ‘눈이 높다’ ‘고생을 덜 했다’래요. 본인들이 청년이었던 30년 전 생각으로 청년을 바라보는 거에요. 아이폰이 상용화된 지도 10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후 세상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나요. 변화의 속도가 그렇게 빠른데, 과거 관점으로 청년 세대를 바라보고,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 거죠.’

-대표적인 예가 있다면?

김= “최근 실업급여를 받고 있어요. 복지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구직활동을 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해서 취업 설명회장을 갔는데, 그곳에서부터 이미 큰 인식 차이를 절감했죠. 청년들에게 일자리는 생활, 삶, 미래 등 ‘돈’ 이상의 큰 의미가 있는데 여전히 정책이 취업을 단편적으로만 바라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니 자꾸 예산을 써서 공공기관 단기 아르바이트 같은 질 나쁜 일자리만 양산하고 있어요.”

조= “굳이 정책에 ‘청년’이라는 말을 넣어 정쟁의 도구로 만드는 것도 기성 정치인들의 나쁜 정치라 생각해요. 올해부터 근로장려금을 받을 때 단독가구의 연령 제한이 폐지되면서 많은 청년들이 정책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게 됐어요. 저도 130여만원을 받게 됐죠. ‘청년’이라는 단어를 굳이 써 붙이지 않아도 기존 제도를 조금 고쳐 다수 청년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할 길이 있는데, 괜히 ‘청년’을 내세우는 정책이나 정치인들을 보면 소모적인 논쟁을 하고 표 몰이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실제로 지난 6ㆍ13 지방선거에 후보로 출마해 보니 가장 큰 어려움은.

김= “’돈’이죠. 저도 유권자일 땐 화려한 공보물 사이에 지라시 같이 꽂혀있는 종이 한 장을 보고 ‘대체 이 후보는 무슨 생각이야’ 싶을 때가 있었어요. 하지만 원외 정당 대표를 하고, 후보로 직접 뛰어보니 너무 이해돼요. 기성 정당들은 선거비용 보전을 받을 자신이 있으니 비용 한도 안에서 가장 화려하고 좋게 만들어요. 저희 같은 작은 정당엔 결국 지출로 돌아오니 최대한 아끼고요.”

-그래서 지난해 미래당의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공보물’이 화제였는데.

조= “저희 당 우인철 서울시장 후보의 공보물이 예기치 않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주목을 받았어요. 명함 두 장 정도 사이즈에는 전과, 재산, 병역 기록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죠. 사실 서울시 전역에 공보물을 보내는 게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안 하려고 했는데, 후보자 기본 정보를 담은 공보물을 발송하지 않으면 후보 등록 취소 사유가 된다고 해서 부랴부랴 만든 거죠.”

-정치 제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나

김= “학업이나 주거난 등으로 자주 거주지를 옮기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에겐 지역구 기반 정치가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같은 지역에 살지만 나이 지긋한 어르신과의 공감대보다, 한 번도 보지 않은 사이지만 트위터에서 만난 또래 미국인에게 더욱 공감대를 느낄 수 있는 세상이에요. SNS나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이런 양상이 더욱 확산했는데, 여전히 정치는 지역 기반으로 이뤄져 있잖아요. 정치 제도가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요.”

조= “축적한 자본이 절대적으로 적은 청년들이 정치에 진입할 수 있는 길도 열려야죠.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요. 출마 선언 후 개인과 정당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너무 많아요. 득표율 15% 이상의 후보만 선거운동 비용 보전을 해주다 보니 오히려 많이 득표할 가능성이 큰 기득권 정당만 지원하는 셈이죠. 국고보조금의 비례성은 또 어떻고요.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국고보조금을 원외 정당을 포함해 득표율에 따라 비례해 배부하는데, 우리나라는 원내 교섭단체가 있으면 더 많이 받을 수 있어요. 오히려 정치 제도가 거대정당을 과대대표 하고, 군소정당을 과소대표 하는 기득권 유지 장치로 작동하고 있어요.”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web_cdn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