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화이트리스트 배제’ 전날… 강경화ㆍ고노 ‘마지막 담판’ 예고

입력
2019.07.29 18:00
수정
2019.07.29 20:44
3면

“8월 1일 유력” 시간 조율 중… 한미일 외교 회담 성사도 기대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해 6월 14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일 외교장관회의를 가진 강경화(가운데)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미국 국무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장관이 나란히 서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해 6월 14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일 외교장관회의를 가진 강경화(가운데)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미국 국무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장관이 나란히 서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외교부가 이번 주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관련 외교장관회의 기간 중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갖기 위해 일본 정부와 날짜를 조율 중인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내달 2일로 점쳐지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한국 배제 결정을 앞두고 일측에 자제를 설득할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일 간 외교적 대화의 필요성에 대해 미국도 공감하고 있어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개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날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은 ARF를 계기로 외교장관회담을 개최하는 데 동의하고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장관은 다음 달 1~3일 ARF와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오는 31일 태국 방콕에 도착한다. 한 소식통은 “1일 또는 2일 중에 회담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며 “2일은 ‘아세안+3(한중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 ARF 외교장관회의가 연달아 열려 현재로선 1일에 (한일 양자회담이) 열릴 확률이 가장 높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이 성사되면 우리 정부로서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을 막을 마지막 저지선이 된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대상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2일 각의에서 처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단 일본이 대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기 시작한 점은 고무적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일본은 ‘한국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 관련 답을 갖고 와야 대화하겠다’는 태세를 유지했다. 양국 외교장관 간 통화 전후로 입장이 다소 누그러진 것으로 전해졌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21일 참의원선거 후 일본이 한국에 외교적 통로를 다시 열겠다는 메시지를 은근히 보내고 있다”며 “적어도 외무성에서는 한국과 대화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긴 듯 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본 정부가 외교적 대화에 응한다 해서 화이트리스트 배제 방침까지 뒤집을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통한 산업적 압박과 외교적 대화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일 수도 있어서다. 최악의 경우 한일 양국이 일정 조율에 실패해 장관 회담이 최종 불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정부가 주목하는 것은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성사 여부다. 미국의 적극적 중재를 기대하는 것이다. 미국 정부도 일본의 추가 보복 시 한미일 3자 협력이 위태로워지고 자국 기업이 피해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일, 한미일 간 대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ARF 계기로 최소 한일, 한미일 회담 둘 중 하나는 열릴 것”이라며 “2일 일본 각의 처리 후 회담이 잡힌다 해도 (화이트리스트 배제) 파장을 최소화하는 측면에서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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