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부터 점집 방문까지…2030 “우린 이렇게 운세 봐요”

입력
2019.07.29 14:20

누구나 한 번쯤 운세를 본 적 있을 겁니다. 과거에는 오프라인 점집에 직접 가서 운세를 보는 게 대세였다면, 최근에는 운세 전용 인터넷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도 등장했죠. 블로그, 온라인 커뮤니티 등 운세를 접할 수 있는 경로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운세시장 속에서 2030은 주로 어떻게 운세를 볼까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봐주는 운세에 도전해본다는 대답도 돌아왔습니다. 일상이 운세라는 직장인, 연애 고민 때문에 운세를 시작한 대학생, 그리고 아직도 점집의 문을 직접 두드리는 취업준비생이 모여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스스로 운세 좀 봤다는 2030들의 대화를 공개합니다.

타로 운세 채널의 카드 리딩 장면. ‘호랑타로’ 유튜브 화면 캡처
타로 운세 채널의 카드 리딩 장면. ‘호랑타로’ 유튜브 화면 캡처

◇운세, 2030은 이렇게 본다

민트초코(메신저 대화명)= 나는 회사 출근 전에 항상 SNS를 확인해. 별자리 운세를 올려주는 ‘오하아사’라는 계정을 팔로우 해놨거든. 일본의 아사히방송에서 방영하는 ‘좋은 아침 아사히입니다’의 오하아사 별점 코너의 운세를 한국어로 번역해서 올려주는데, 바쁜 아침에 간편하게 보기 좋은 것 같아. 운세가 일상이 된 셈이지.

파송송= 연애 문제로 소소한 고민이 있을 때 유튜브의 타로 점 채널들을 접하게 됐어. 나처럼 밖에 나가기 귀찮은 ‘집순이’에게 딱 맞는 방식이다 싶었지. 생각보다 많은 채널들이 있더라. 나랑 가장 잘 맞는 채널들만 구독해놓고 업로드 될 때마다 시청하는 편이야.

망나뇽= 연례행사로 1년에 한 번씩 사주카페 가는 친구가 있어.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처럼 한 번 따라간 이후로 끊지 못하게 됐지. 예전에는 왜 유사과학에 돈을 쓰나 부정적인 생각도 있었어. 하지만 막상 사주카페에 가보니 심리적으로 얻는 게 많더라고.

민트초코= 직접 사주카페를 찾아 가는 거야? 번거롭지 않아?

망나뇽= 응. 직접 찾아가. 확실히 민트초코나 파송송보다는 비효율적일 수도 있겠네. 하지만 오프라인 기반 점집의 가장 큰 장점은 위안 같아. 일단 면대면이라는 점에서 신뢰가 가. 정신 차려보면 속에 있는 이야기까지 털어놓고 있더라고. 단순히 운세를 점치는 것에서 나아가 상담을 받고 있는 기분도 들었어.

민트초코= 난 운세도 가볍게 보고 싶은 마음이 커. 그래서 SNS라는 경로를 선택했어. 내가 자주 사용하기도 하고, SNS에 들어가기만 해도 타임라인에 운세가 뜨니까 찾는 수고를 덜 수 있거든.

파송송= 나도 민트초코랑 비슷해. 평소 타로 점이 궁금했는데 나가기는 귀찮고, 속 깊은 얘기를 꺼내는 것도 부담스럽고… 유튜브 타로 점은 일정 거리가 유지 되니까 오히려 더 좋은 것 같아. 오프라인의 전유물로 알고 있었던 타로 점을 집에서 영상으로 볼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고! 집순이 취향저격이야.

망나뇽= 유튜브 타로 점은 어떻게 보는 거야? 원래 타로 점은 서로 마주 본 상태에서 상대방이 카드를 골라야만 가능한 거잖아.

파송송= 우선 다수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점을 보기 때문에 ‘제너럴 리딩(General Readingㆍ일반적인 카드 풀이 방식)’으로 진행 돼. 먼저 사주를 봐주는 크리에이터가 뒤집혀 있는 대여섯 개의 카드뭉치 중 하나를 고르라고 말해줘. 가장 마음이 끌리는 카드를 고른 다음, 크리에이터의 ‘카드 리딩(사주 카드를 풀이해주는 것)’을 듣기만 하면 끝이야. 크리에이터가 유튜브 댓글 창에 ‘카드 리딩 타임라인(각 카드 별로 해석이 시작되는 영상 시간대)’을 달아놓기 때문에 내가 고른 카드에 대한 해석을 확인하기도 편해. 복채는 구독과 좋아요!

망나뇽= 만나지 않아도 가능한 거였구나.

파송송= 아무래도 제너럴 리딩이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질 수는 있어. 유튜브 댓글 창에 달린 실제반응들은 대부분 ‘너무 잘 맞아서 소름이다’라며 긍정적이긴 한데, 간혹 자신의 상황과 맞지 않다고 악성댓글을 다는 경우도 있더라고. 때문에 채널 운영자 대부분이 영상 초반부에 ‘재미로 봐달라’고 말하는 상황이야.

망나뇽= 나처럼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아니면서 바라는 게 많네.

민트초코= 내가 팔로우 하고 있는 SNS 계정도 그런 식으로 욕을 먹더라. 나는 별자리 운세를 보는데, 당일 자신의 별자리 운세가 좋지 않으면 하루를 망쳤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

◇운세 보는 이유, 호기심 혹은 위안

망나뇽= 솔직히 점 보러 가서 안 좋은 소리 들으면 기분이 나쁘긴 해. 표정관리 하면서 속으로 우는 거지. 나 같은 경우는 내 사주를 풀이하더니 취업은 어렵고 창업할 팔자라고 하더라고. 갑자기 맥이 탁 풀리면서 취업 준비도 하기 싫어지는 거 있지. 대놓고 그런 풀이를 들으니 유쾌하지만은 않더라.

민트초코= 그래도 재미있지 않아? 내가 보는 운세는 당일 별자리 운세를 말해주면서 행운의 색과 아이템까지 추천해주거든. 조금 여유로운 아침에는 행운의 색과 아이템을 챙겨 출근하곤 해. 소소한 재미가 있어. 운세가 좋지 않아도 행운의 아이템을 장착하니 든든하기도 하고.

파송송= 어떤 이유로 운세를 보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 난 연애 문제를 가볍게 진단해보고 싶은 호기심 때문에 운세를 보기 시작했거든. 지금은 일종의 놀이 같다는 느낌도 들어. 그래서 듣고 싶었던 말을 들으면 ‘이 채널 용하네’ 하는 거고, 나쁜 소리를 들어도 ‘그냥 운세인데 뭐’ 하고 넘길 수 있게 되더라.

망나뇽= 사람들이 운세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라고 하잖아. 그런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아. 괜히 사서 고생, 아니, 상처받지 말고..

파송송= 창업할 팔자라는 말에 받은 상처가 컸구나.

망나뇽= 나는 불안한 미래에 대해 위안을 받으려고 간 거였으니까! 하지만 내가 처한 상황을 꽤 정확하게 맞추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지더라. 지금 다시 생각하니 나름의 조언을 얻은 것 같기도 하고. 진짜 창업을 해봐?

민트초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며!

상담 기능을 지원하는 운세 앱(좌)과 사진으로 관상을 볼 수 있는 운세 앱(우). 구글 플레이 스토어 ‘타로챗봇’, ‘관상어플’ 검색 화면 캡처
상담 기능을 지원하는 운세 앱(좌)과 사진으로 관상을 볼 수 있는 운세 앱(우). 구글 플레이 스토어 ‘타로챗봇’, ‘관상어플’ 검색 화면 캡처

◇챗봇과 인공지능까지… 시대 맞춤형 운세들

망나뇽= 솔직히 운세 본다고 했을 때 주위 반응이 어땠어? 난 ‘네가 무슨 힘든 일이 있다고 그러냐’ 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어. 특히 어른들이 그러시더라고. 괜히 울컥하더라. 나를 위해 운세를 보는 게 뭐가 어때서? 그렇다고 어른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아봤자 운세 만큼의 위안과 조언이 되는 것도 아닌데. 난 오히려 이런 기성세대와의 갈등 때문에 오프라인 점집의 문을 두드린 적도 있어.

민트초코= ‘쓸데없는 데 시간 들이지 마라’는 말도 많이 들었어. 이러니 운세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은 건지, 젊은 세대가 운세를 보는 것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은 건지 궁금하기도 해.

파송송= 그래도 나는 계속 운세를 볼 것 같아. 젊은 세대이기 때문에 접할 수 있는 취향저격 운세들이 얼마나 많은데. 요즘엔 AI가 손금과 관상을 봐주기도 한대. 사진으로 관상을 보는 앱이나 운세결과로 상담까지 해주는 챗봇도 있다더라. 나중에 도전해보려고.

민트초코= 점점 운세가 기술과 결합되면서 영역이 넓어지는 것 같아. 또 시대에 맞게 플랫폼화 돼가는 것 같기도 해. 같은 별자리 운세라도 다르게 해석하는 곳들이 많거든. 출처를 남기고 운세 정보를 제공하는 다른 계정들을 찾아보려고. 굳이 일본 방송의 운세 정보만 보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망나뇽= 괜히 우울한 얘기 꺼냈네. 그래서 결론은?

민트초코= 나도 계속 운세를 볼 거라고!

김윤정 인턴기자 digit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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