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포트] 운전보다 힘든 주차장 찾기… “앱만 켜면 대리 주차로 해결”

입력
2019.07.26 14:05
수정
2019.07.29 09:4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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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이정선 대표, “세상의 모든 구르는 것은 언젠가 멈춘다.”

요즘 정보기술(IT)과 이동수단의 접목, 즉 모빌리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이동 수단은 언젠가 멈춰야 하는 법. 하지만 사람들은 멈추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

스타트업 기업 마지막삼십분은 이에 대한 고민을 대신하면서 시작됐다. 이 업체가 개발한 ‘잇차’는 국내 유일의 인터넷을 이용한 주차대행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앱으로 주차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이정선 마지막삼십분 대표
이정선 마지막삼십분 대표

◇스마트폰으로 하는 주차 대행 서비스 ‘잇차’ 개발

이용자는 자동차를 이용하기 전에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로 도착할 장소와 시간, 나중에 자동차를 돌려받을 장소와 시간을 각각 입력하면 된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링커라고 부르는 주차대행 기사가 대기하고 있다가 키를 넘겨 받아 알아서 주차한다. 자동차를 찾을 때도 마찬가지. 사전에 입력한 시간에 맞춰 원하는 장소로 링커가 자동차를 가져간다. 앱 이용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전화로도 서비스 신청을 받는다.

따라서 이용자는 자동차를 이용하면서 어디에 주차해야 할 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설령 주차장이 목적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상관없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링커가 알아서 자동차를 가져가 주차장에 세워 놓았다가 나중에 원하는 장소로 가져다 준다. 굳이 다시 목적지에서 주차장까지 찾아가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그만큼 이용자는 혼잡한 시내에서 주차에 쏟아야 할 시간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당장 수중에 현금이 없어도 이용할 수 있다. 우버처럼 앱을 통해 결제하기 때문에 굳이 잔돈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근거리무선통신(NFC)도 지원해 스마트폰을 링커가 휴대하는 결제기에 접촉해서 결제를 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한테 자동차를 맡길 때 발생할 수 있는 차량 내 물품 도난, 사고 등 불상사를 해결하기 위한 장치도 갖췄다. 우선 물품 도난에 대비하기 위해 링커는 차를 넘겨 받으면 차내 상태를 사진으로 촬영해 이용자에게 전송한다. 주차 후와 반납시에도 각각 사진을 찍어 이용자가 자신의 자동차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사진은 마지막삼십분에도 기록으로 남는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한 보험도 국내 굴지의 손해보험회사와 함께 아예 따로 만들었다. 마지막삼십분을 창업한 이정선(36) 대표는 “국내에는 정차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보험이 없다”며 “이용자가 자동차를 맡긴 시간부터 찾을 때까지 발생하는 각종 사고를 보상해 주는 마지막삼십분 전용보험을 새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마지막삼십분은 보상에 필요한 일정 예치금을 보험사에 맡겼다.

이용료는 시간당 3,900원이며 이용 시간이 늘어날수록 약간씩 할인된다. 이 비용에는 링커, 즉 기사 수고비까지 포함돼 있다. 이 대표는 “이용료를 비싸게 받으면 이용자를 늘릴 수 없다”며 “우선 이용자 확대가 중요한 만큼 비용을 비싸지 않게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시범 서비스가 시작된 ‘잇차’는 서울 종로에서만 주말에 한해 이용할 수 있다. 앱도 안드로이드 폰에서만 작동한다. 아이폰용 앱은 10월 공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이 대표는 정식 서비스를 연말에 개시할 계획이다. 그는 “서울에서 주차 문제가 심각한 지역들에서 시험해보고 강남, 서초, 송파, 종로, 용산, 마포구 등에서 동시에 정식 서비스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확보한 링커는 현재 50명이다. 이들은 법정 최저임금보다 많은 시간당 1만원의 시급을 받고 일한다. 이 대표는 서비스가 확대돼 링커를 많이 뽑으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은퇴자들이나 주부들도 운전면허만 있으면 비는 시간에 활동할 수 있다”며 “아예 지방자치단체에서 링커들을 뽑아 연결해 주면 공익 차원에서 지자체와 구직자들, 기업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혹시 모를 성희롱 사건 등을 막기 위한 링커 교육을 철저하게 하고 있으며 업무 기록도 자동으로 서버에 저장한다. 이 대표는 “전문 인력 관리업체를 통해 과거 학원이나 병원 차량 등을 오래 운전한 경험자들을 정규직 링커로 뽑아 프리랜서 링커들을 교육하고 현장 민원 등을 처리하고 있다”며 “학원이나 병원 차량을 운전하려면 범죄경력 조회에 동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사업 시작은 우연이었다. 외국계 광고회사에 근무하던 그는 지난해 8월 지인을 통해 미국의 자산가로부터 주차 대행 사업을 검토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는 “시장 조사 후 필요한 내용들을 알려줬더니 직접 해보라는 제안과 함께 아예 사업 자금을 받았다”며 “하루 종일 고민을 한 끝에 다음날 사표를 내고 회사를 차렸다”고 창업 배경을 소개했다.

이 대표가 사업을 결심한 이유는 “주차난이 해결되면 도시가 바뀐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는 “주차할 곳이 없어서 도로를 점유한 자동차들이 사라지면 곳곳에 공원이나 아이들 놀이터들이 들어설 수 있고 상권과 주거지역도 쾌적해 진다”며 “도시 재생을 새롭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외로 주차 대행 사업은 진입장벽이 높다. 일단 사전에 주차장들과 협의를 통해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 하고 인력 및 관련 보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대표는 “우리처럼 전용 보험을 갖추지 못하면 이 사업을 할 수 없다”며 “인력 운용을 최적화 할 수 있는 IT 시스템 개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정 건물 위주의 오프라인 주차 대행 서비스, 즉 발렛 파킹과 충돌할 수 있는 부분은 장소를 전략적으로 선택해 피해갔다. 이 대표는 “발렛 파킹이 활성화 되지 않은 장소들을 중심으로 우선 서비스 할 것”이라며 “근처에 주차장이 없어서 발렛 파킹을 하기 힘든 지역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마지막삼십분의 직원들이 서울 종로 일대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주차 대행 서비스인 '잇차'를 홍보하고 있다. 마지막삼십분 제공
스타트업 마지막삼십분의 직원들이 서울 종로 일대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주차 대행 서비스인 '잇차'를 홍보하고 있다. 마지막삼십분 제공

마지막삼십분이라는 재미있는 사명은 2011년 IBM의 조사 보고서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대표는 “당시 IBM이 세계 20개 도시의 주차 문제를 조사해 발표했는데 주차에 걸리는 평균 소요 시간이 31.2분이었다”며 “여기서 힌트를 얻어 사명을 지었다”고 밝혔다.

사명 만큼이나 재미있는 것은 직원들의 호칭이다. 이들은 각자 동물로 호칭한다. 예를 들어 이 대표는 ‘댄싱 돌핀’, 개발 총괄 임원은 ‘싱잉 타이거’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의 목표인 생존을 위해 붙인 호칭”이라며 웃었다. 그가 돌고래를 택한 것은 대양을 오가며 집단 생활을 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주차 역시 모빌리티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업이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는 “모든 이동 수단은 반드시 머무름에 대한 문제를 안게 된다”며 “머무름, 즉 주차와 정차 문제는 모빌리티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겸 스타트업랩장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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