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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폭’은 ‘열등감 폭발’을 줄인 말이다. 그러나 ‘열 받아서 폭발’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꽤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중복도 지나고 이제 정말 한여름 더위가 절정에 이르고 있다. 냉방이 되는 실내를 잠시만 벗어나도 금세 땀이 흐른다. 기온과 습도가 높은 날에는 불쾌지수도 올라가기 때문에 가까운 사이라도 서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 사소한 것으로도 불쾌해지거나 화가 나기 쉽다.

매우 열이 받아 화가 난 상태를 이를 때 “나 완전 열폭했잖아.”라는 말을 쓰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정확한 의미로 쓰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인터넷 상이나 이용자 참여형 사전인 ‘우리말샘’을 찾아보면, ‘열폭’은 ‘열등감 폭발’을 줄인 말로 상대방에 대한 열등감으로 인해 사소한 일에도 지나치게 흥분하는 일을 뜻한다고 풀이되어 있다. 물론 ‘열폭’이란 말은 젊은 세대에서 만든 신조어로 모두에게 익숙한 말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신조어치고는 꽤 생명력을 얻었는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쓰이고 있다. 그러다보니 ‘열폭’이란 말을 많이 들어 익숙해지긴 했지만 정작 원래의 뜻이 아닌 “열 받아서 폭발했잖아.”와 같은 의미로 받아들인 사람들이 꽤 되는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에서는 이러한 쓰임에 “열폭은 열등감 폭발이란 뜻이지, 열 받아서 폭발했다는 뜻이 아닙니다.”라고 알려주는 댓글들도 볼 수 있다. 새로 만들어진 말이 생명력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높은 빈도로 쓰여야 한다는 점이 중요한데, 이 경우는 쓰이긴 쓰이되 원래의 뜻과 다른 뜻으로 쓰여 사용 빈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물론 언어는 그 언어를 쓰는 사람들에 의해 계속해서 변할 수 있다. 의미가 축소되거나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여 확장되기도 한다. ‘열폭’이란 말이 ‘열 받아서 폭발’이라는 의미로도 계속해서 쓰이다보면 그 의미까지 품고 가는 표현으로 굳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유원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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