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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일본 도쿄도 참의원 선거에서 야당 입헌민주당으로 입후보해 당선된 시오무라 아야카 당선자의 포스터에는 분홍색 개 발바닥 모양이 있다. 발바닥 아래에는 ‘SAVE THE PETS’라고 적혀있다. 도쿄=고은경 기자

21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 정권은 개헌안 발의에 필요한 의석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연립 여당이 선출 의석의 과반수를 넘게 차지했다. 이번 결과가 일본의 수출규제로 불붙은 한일 양국 갈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놓고 여느 때보다 관심이 뜨겁다.

도쿄에 살면서 도심 곳곳에 붙은 후보들의 포스터와 선거 당일 저녁까지 흘러나온 투표 독려 방송을 통해 선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고 각 정당이 내세운 공약까지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도쿄도 참의원 선거 후보들의 포스터를 보기 전까진 그랬다.

도쿄도 참의원 선거 후보들의 포스터에 관심이 갔던 건 환하게 웃는 한 여성 후보의 포스터 왼쪽 아래 분홍색 개 발바닥 모양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발바닥 무늬 아래에는‘SAVE THE PETS’(애완동물을 구하라)라고 적혀있었다.

도쿄도 참의원 선거에서 야당 입헌민주당으로 입후보해 당선된 시오무라 아야카 당선자는 고양이를 키우면서 동물복지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시오무라 아야카 트위터 캡처

궁금증이 생겨 후보가 누구인지, 어떤 공약을 내세웠는지 찾아봤다. 야당 입헌민주당으로 입후보한 시오무라 아야카(塩村あやか) 후보였다. 고용증가, 원전제로, 재해기준 마련과 함께 내세운 네 번째 공약이 ‘동물애호’였다. 그는 펫숍이나 애완동물 사육업에 국제적 기준을 도입해야 하며,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 엄격화 등을 필생의 과제로 소개하고 있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그가 키우는 고양이들의 사진이 가득했다. 동물 정책이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이번에 도쿄도 선거구에서 12%의 득표율로 4위를 기록해 당선됐다. 그는 이전 인터뷰에서 배우나 방송작가로서 동물복지를 위해 활동했지만 한계를 느껴 2013년 정치에 뛰어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알고 보니 국내에는 2014년 도쿄도 의원 시절 임신ㆍ출산ㆍ불임 등 여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는 도중 ‘본인이나 빨리 결혼해라’ ‘애는 안 낳을 거냐’ 등 자민당 소속 의원의 막말을 듣고 울면서 발언을 이어간 사건으로 이름을 알린 바 있다.

가나가와현은 2014년 이후 보호소에 들어온 유기동물 살처분 제로를 달성하고 있다. 이런 지자체의 노력에도 일본 전역에선 2017년 기준 4만3,000여마리의 개와 고양이가 살처분됐다. 가나가와현 홈페이지 캡처

이번 선거에서 시오무라 당선자 이외에 다른 후보나 정당이 내세운 동물 복지 관련 공약은 없는지 궁금해졌다. 일본 조류 사육 종합 사이트 ‘잉꼬 생활’(インコ生活)에 따르면 8개 당 공약 전부에 동물복지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2016년 참의원 선거 당시 일본 동물 미디어 사이트인 페토코토(petokoto)가 조사한 결과 9개 당 가운데 선거 공약으로 동물 관련 정책을 내걸었던 당이 3개에 불과했던 것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8개 당의 동물 복지 정책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개ㆍ고양이 도살 처분 제로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다. 2017년에도 일본에서는 개와 고양이 살처분 수가 4만3,000여마리에 달할 정도로 여전히 보호소에서 생을 마감하는 동물들이 상당하기 때문인 것 같다. 공산당의 경우 성견의 입양 추진 지원, 동물 실험의 투명성 향상 등을 구체적으로 내세웠고, 자민당과 공명당은 학대 방지와 처벌강화 등을 내걸었다.

아직 내용이나 실천 정도 측면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긴 하지만 국내 선거에서도 정당이나 후보자가 동물 관련 공약을 내세우는 것을 이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더 많은 동물 공약이 제시되고 이행되길, 동물의 삶이 조금 더 나아지길 기대한다.

도쿄=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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