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밀양 헛간 신생아 유기 피의자… 국과수 “친모 아니다” 판정

입력
2019.07.21 17:07
수정
2019.07.22 00:5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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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거짓 자백 가능성 덮어두고… 부실 수사 논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경남 밀양에서 신생아를 유기하고 달아난 혐의로 검거된 친모의 유전자(DNA)가 감식 결과, 신생아와 불일치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21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이달 13일 밀양경찰서가 신생아 유기 혐의로 검거한 A씨와 신생아의 DNA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지난 18일 불일치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이번 신생아 유기 사건은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경찰도 부실 수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이번 신생아 유기 사건은 이달 11일 오전 7시쯤 밀양의 한 주택 헛간에 탯줄이 달린 채 버려진 신생아를 70대 노인이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마을 주민들은 탯줄 제거 이후 신체 곳곳에 벌레 물린 자국이 생긴 신생아를 씻긴 다음 119에 신고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신생아의 건강은 다행히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생아는 아동전문보호기관에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와 관련, 15일 “현장 주변수사와 마을주민 등 주변탐문, 현장 감식수사, 유류물 수사 등을 통해 지난 13일 오전 11시 피의자를 특정해 검거했다”며 “피의자는 범행일체를 시인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영아유기 혐의로 불구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인권보호를 위해 A씨의 나이 등 인적 사항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경찰에선 “A씨가 지난 11일 오전 1시쯤 임신사실을 복대 등으로 숨기고 지내오다 진통이 시작되자, 양육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밀양의 한 주택 헛간에서 홀로 체중 2.7㎏의 여자 아기를 출산한 뒤 분홍색 담요에 싸서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며 불구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양육할 수 없을 것 같았다”며 “잘못했고 반성한다”고 전하면서 울먹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하지만 본보 취재 결과, 이번 사건 조사 과정 도중 경찰의 미흡했던 수사력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우선 10대 후반의 두 딸을 둔 A씨는 40대 여성으로, 최근 출산한 경험이 없었다. 또한 A씨의 자백에만 치중한 나머지 현장 감식과 유류물 수사 등도 소홀하게 진행했다. A씨의 거짓 자백 가능성은 덮어두고 성급한 사건 마무리와 함께 부실 수사를 자초했단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A씨는 최근 복대를 하면서 생활해 왔던 자신의 딸이 이번 신생아 유기 사건에 연관돼 있다고 섣부르게 판단, 거짓 자백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사건 발생 이후 취재 문의가 잇따르자, 검거사실을 공개하게 됐으며 친모라고 주장하는 A씨는 임의동행 한 뒤 1차 피의자진술조서만 받고 불구속 수사 중이었고 친모 여부 확인을 위해 DNA 감정을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밀양경찰서는 22일 오전 이번 신생아 수사 진행과 관련, 브리핑을 가질 예정이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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