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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이후 14곳… 서울 미림여고는 일반고 전환 후 진학 성과 등 개선
미림여고 전경

자사고들이 관할 교육청의 지정 취소 결정에 반발하는 가운데 일반고 전환을 자진 신청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에는 내년도 평가 대상인 군산중앙고, 익산 남성고, 대구 경일여고가 일반고 전환을 신청하는 등 전환 절차를 밟고 있다. 이들 학교를 포함하면 2010년 이래 자발적 전환을 한 자사고는 14곳으로 늘었다. 8곳의 지정 취소 결정이 난 서울에서 무더기 일반고 전환이 확정된다면 이런 흐름은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신입생 미달과 이로 인한 재정 압박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자사고가 50여 개로 급격히 늘어나면서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학교가 많아졌다. 실제 올해 자사고 42곳 가운데 18곳에서 신입생이 미달했고 28곳은 경쟁률이 하락했다.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받는 대신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지 않는 터에 학생 충원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재정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올해 2학기부터 일반고에 실시될 고교 무상 교육 등 환경 변화도 ‘자사고 지위’ 유지에 따른 기대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대학 입시에서 자사고가 상대적으로 강점을 보이는 정시 수능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도 작용했다. 수시 모집의 비율이 70%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우수 학생들이 모여있는 자사고는 내신 성적을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고 전환 후 오히려 학교가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 관악구의 미림여고다. 2015년 재지정 평가에서 당시 기준 점수인 60점을 넘지 못해 변화를 선택했는데, 초기엔 학생들이 대거 전학 가고 학부모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 측은 기회가 날 때마다 주요 대학 입학 관계자들을 초청해 설명회를 여는 등 적극적 소통을 통해 학부모들을 설득시켰다. 일반고 전환 과정에서 받은 5년간 총 10억원의 지원금으로 도서관과 교실 등 학교시설을 개선하고 교육과정도 바꿨다. 수능 정시 위주의 교과를 수시 위주로 개편하고, 토론과 발표 등 자기주도적 역량을 키우는 데 역점을 뒀다. 그 결과 대학 진학 성과도 이전보다 훨씬 나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당국도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에 대한 재정ㆍ행정적 지원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일반고로 전환되는 자사고에 3년 동안 예산 1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서울시교육청도 학교별로 최대 5년간 20억원씩 지원하고 있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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