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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밸리, 혁신의 심장을 가다] <4> 채식고기 스타트업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식품 스타트업 저스트(JUST)사의 세포축산 디렉터 비토르 산토가 미래에 건설될 자사 세포배양육 공장 조감도를 설명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신혜정 기자.

“채식 열풍이 계속돼도 ‘진짜 고기’를 먹고 싶어 하는 사람을 생각했습니다.”

지난 5월 1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식품 스타트업 저스트(JUST)의 비토르 산토 세포축산 디렉터는 세포배양 고기를 개발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저스트사는 6년 전 녹두 단백질을 이용한 식물성 계란 ‘저스트 에그’를 개발해 히트를 쳤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지난해 세포배양육을 미래의 주력상품으로 발표했다. 아무리 잘 만든 채식고기라도 동물성 고기의 맛을 따라갈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생명과 환경을 해치지 않겠다’는 밀레니얼세대의 열망은 채식고기 열풍으로 이어졌고, 이제는 실험실에서 고기를 생산하는 배양육 사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동물의 세포 하나를 채취해 배양용액에 넣은 뒤 최적의 환경으로 설정된 인큐베이터에서 이를 ‘고기’로 키워내는 것이다.

공상과학영화 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된 건 실리콘밸리의 과학기술 덕분이다. 2015년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 멤피스미트가 소와 돼지의 세포를 배양한 미트볼을 개발했고, 이어 저스트가 지난해 세포배양 치킨너겟과 와규 개발에 성공했다. 실험은 고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2017년 창업한 핀리스푸드는 세포를 배양해 생선살을 만들고 있다. “실제 생명과 완전히 흡사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마지막 단계”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스타트업 멤피스미트가 개발한 세포배양고기. 멤피스미트 제공

스타트업들은 배양육이 생명윤리를 지킬뿐 아니라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인 고기 생산방식이라고 말한다. 산토 디렉터는 “공장식 축산에서는 항생제를 사용하는 데다 도축 과정에서도 박테리아 감염 위험이 95%가 넘는다”며 “배양육은 동물의 세포를 유전자 변형 없이 그대로 사용하며 안전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다”고 설명했다. 닭과 소가 고기가 되는 데 각각 40일, 2년이 걸리는데 비해 배양육은 약 2주밖에 걸리지 않는 점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스타트업들이 개발한 고기가 언제쯤 소비자의 식탁에 오를지는 미지수다. 배양육 판매가 아직 허가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요, 이 새로운 식품을 규제할 법조차 없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 3월 초에야 “배양육 규제의 기본틀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농무부(USDA)가 생산과정을 관리하고 식품의약국(FDA)이 안전성을 조사한다는 원칙적인 합의지만, 관련 스타트업들은 벌써 기대에 부풀어 있다. 멤피스미트는 정부 발표 이후 성명을 통해 ‘배양육 시장진출의 길이 확실히 열렸다’고 평가했다.

샌프란시스코=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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