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최저임금 1만원 공약 못 지켜 매우 송구”

입력
2019.07.14 16:43
수정
2019.07.14 19:4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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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소득주도성장 폐기는 아니다”

김상조 정책실장이 1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저임금과 관련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대통령의 입장 및 정부의 대책 방안 등을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상조 정책실장이 1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저임금과 관련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대통령의 입장 및 정부의 대책 방안 등을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년 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달성할 수 없게 됐다. 대통령으로서 대국민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9% 오른 시간당 8,590원으로 결정되자 대선 공약이었던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 목표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점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사과 메시지를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번 최저임금 결정이 소득주도성장 정책 폐기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한 지난 12일 오전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경제환경, 고용상황, 시장 수용성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위가 고심에 찬 결정을 내렸다”며 이같이 언급했다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14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정책실장이 진솔하게 설명해 드리고 경제부총리와 상의해 보완대책을 차질 없이 꼼꼼히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김 실장은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언급을 소개한 뒤 “대통령의 비서로서 대통령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게 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실장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임금노동자와 다를 바 없는 영세 자영업자ㆍ소상공인 등 표준 고용계약 틀 밖에 있는 분들에게 부담이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며 “건강보험료 지원 등을 통해 보완 대책을 마련하고 충격 최소화에 노력했으나 구석구석 다 살피기에 부족한 점이 없지 않았단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는 순환이다. 누군가의 소득은 다른 누군가의 비용이다. 소득ㆍ비용이 균형을 이룰 때 국민경제 전체가 선순환하지만, 어느 일방에 과도한 부담이 되면 악순환의 함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더구나 최저임금 정책이 을과 을의 전쟁으로 사회갈등의 요인이 되고 정쟁의 빌미가 된 것은 가슴 아프다는 점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김 실장은 다만 이번 결정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폐기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이 최저임금 인상만으로 좁게 해석하는 편견에서 비롯된 것인데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소득주도성장은 현금 소득을 올리고 생활 비용을 낮추고 사회안전망을 넓히는 다양한 정책의 종합 패키지”라며 “이번 결정은 지난 2년간 최저임금 인상이 시장 기대를 넘는 부분이 있다는 국민 공감대를 반영한 것이며, 최저임금뿐 아니라 사회안전망을 넓힘으로써 포용국가를 지향하라는 국민명령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이번 결정을 갈등관리의 모범적 사례로 꼽았다. 그는 “전문가 토론회, 민의 수렴과정 등을 거쳤고 그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했다”며 “예년과 달리 마지막 표결 절차가 공익위원뿐 아니라 사용자위원, 근로자위원 전원이 참석해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진 것은 최저임금 문제가 더는 갈등과 정쟁의 요소가 돼선 안 된다는 국민 모두의 공감대가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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