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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 “한글판 오역 탓… 日, 한국전 참전 안해 활동 못해” 
 美 유엔사 강화 움직임, 동북아 다자안보로 中 견제 노림수 
유엔군사령부 개요. 그래픽=강준구 기자

미국이 우리 정부 몰래 독일군 연락장교의 유엔군사령부 파견을 시도하는 등 유엔사 강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어 일본의 유엔사 참여 여부가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가 9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한 ‘2018: 한반도의 한 해’라는 제목의 전략 다이제스트(요약) 한글판은 “유엔사는 위기시 필요한 일본과의 지원 및 전력 협력을 지속할 것입니다”라고 적어놓았다. 주한미군사령부가 매년 발간하는 다이제스트에 처음 언급된 이 문구는 유사시 자위대를 비롯한 일본 전력이 유엔기를 꽂고 한반도에 투입될 수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만약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사가 독일과 일본을 유엔사 전력제공국에 추가한다면, 주한미군 주축 체제를 다자 안보체제로 전환해 대중 봉쇄 전선을 마련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무성하다.

논란이 커지자 노재천 국방부 부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의 (유엔사) 참여는 논의된 바 없다. 검토한 바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유엔사 전력제공국은 1950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제83호, 84호에 따라서 유엔사에 전력을 제공한 국가 중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반도 전쟁 재발 시 재참전을 결의한 전투부대 파견 16개국”이라며 “전력제공국이 아니라 참모활동으로, 유엔사 요원으로 활동을 할 경우에는 당연히 우리 국방부와 협의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6ㆍ25전쟁 참전국이 아니기 때문에 전력제공국으로 활동할 수 없다는 취지다.

또 다이제스트 원문에는 ‘유엔사는 위기시 필요한 일본을 통한 지원 및 전력 제공을 지속할 것’(UNC continues to ensure the support and force flow through Japan that would be necessary in times of crisis)이라고 적혀 있어, 한글판은 오역이 담겼다는 게 국방부 입장이다. 유엔사 측도 “일본을 전력제공국으로 제안하지도 않았고, 또한 일본이 요청하지도 않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국방부와 유엔사의 강한 부정에도 불구하고 군사안보 전문가들은 일본의 유엔사 참여는 미국의 이해관계에 부합한 만큼 언제든 추진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해 유엔사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고, 일본이 유엔사에 참여하면 대중 견제에서도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병력 파견은 일본 평화헌법 개정 등이 필요해 쉽지 않겠지만, 의료진이나 장비 및 물자 지원 등의 역할은 할 수 있다.

군사안보 전문가인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2014년 일본이 동북아 지역에서의 집단적 자위권 개념을 들고나온 후부터 미국의 유엔사 강화 기조 및 일본의 유엔사 참여 시도는 지속돼 왔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박근혜 정부 말기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이 유엔사 전력제공국 중 9개국이 한국에 상주할 수 있도록 주둔군 지위협정을 체결하도록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며 “유사시 미국이 다자 안보체제로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려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 역시 “미국의 유엔사 강화 기조는 동북아에서 다자 안보체제를 확보해 중국과 러시아 등도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며 “큰 틀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으로 동북아사령부 역할을 수행하도록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제강점기 피해를 본 우리 국민들의 반일 정서다. 한 정부 소식통은 “일본의 유엔사 참여는 반일 정서상 용납하기 어려워 전작권 전환 후 유엔사 강화를 통해 사실상 한반도 안보에서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미국과 마찰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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