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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군사령부를 이끌고 있는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 전력을 지원받을 국가에 독일과 일본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이 한국 정부와 상의 없이 유엔사에 독일군 연락장교를 파견하려다 무산된 사실이 확인된 데 이어 11일 주한미군사령부가 공개한 자료에 “유엔사는 위기 시 필요한 일본과의 지원 및 전력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명시된 데 따른 논란이다. 국방부는 일본 관련 내용이 “영문 번역 과정의 오류”라고 해명했지만 미국의 독일 장교 파견 시도가 일본을 포함시키려는 사전 정지 작업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국방부는 지난 5월 아시아안보회의에서 독일 국방부 관계자로부터 미국의 독일군 장교 유엔사 파견 요청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당시 독일은 한미 간 협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으로 알고 있다가 우리 측 얘기를 듣고 파견 방침을 철회했다. 한반도 유사시 병력과 장비를 지원하는 유엔사 회원국(전력 제공국)은 현재 18개국인데, 신규 파견을 하려면 반드시 우리 정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정부는 미국의 움직임이 유엔사를 강화시켜 미군의 방위 부담을 덜기 위한 의도로 파악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이 유엔사 회원국 가입 대상에 일본도 포함시키려 할 가능성이다. 이미 미국과 일본은 2015년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에 합의하면서 일본 자위대의 군사력을 전 세계로 확장하는 길을 터놨다. 유엔사의 회원국 참여는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마당에 주한미군사령부가 발간한 ‘주한미군 2019 전략다이제스트’ 보고서에 ‘일본의 지원과 협력’이 적시된 것이 의구심을 키웠다. 논란이 커지자 국방부가 ‘한반도 유사시 일본을 통한 전력 지원 유지’라는 종전 내용과 같은 영문 원본을 제시했지만 의혹이 불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말로 예정된 전시작전권 전환이 이뤄지면 미래연합군사령관을 한국군이 맡게 돼 미국의 유엔사 역할 강화 요구가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유엔사 회원국 확대는 당사국인 한국의 사전 협의와 동의가 필수적이다. 미국은 한국민의 반일 감정을 외면해서는 안 되고, 우리 정부도 미국 측에 단호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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