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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토끼 떠나지 않는 게 급선무$ 전문 농업인 육성해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인 이동필 경북도 농촌살리기 정책자문관이 8일 경북도청 사무실에서 "집토끼가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류수현 기자
이동필 경북도 농촌살리기 정책자문관이 10일 자신의 의성 밭에서 감자를 수확하고 있다. 이동필 정책자문관 제공

그의 손마디는 굵고 거칠었다. 햇볕에 그을린 손과 팔뚝 곳곳에는 풀에 긁히고 베인 상처들이 가득했다. ‘잡초와의 전쟁’을 날마다 벌이고 있다는 그는 천생 농사꾼이었다. 경북 의성군 단촌면에 사는 그는 새벽 4시30분이면 일어나 밭으로 나간다. 9,000여㎡의 땅에 콩과 고추 등 전통 작물을 심다 최근에는 아스파라거스와 작약에도 도전하고 있다. 그렇게 2시간 일한 후 35분간 자가용을 몰고 안동의 경북도청으로 출근한다. 경북도 농촌살리기 정책자문관(5급)인 그의 전직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다. 2016년 9월 장관을 퇴임하고, 다음날 고향 의성으로 내려와 농사를 지었다. “농촌 현실이 암담해 뭐라도 돕고 싶었다”는 그는 올 1월부터 월, 화요일에는 도청, 금요일에는 농촌 현장을 둘러보는 주 3일 2년 계약직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다. 8일 오후 경북도청 2층 사무실에서 이동필(64) 정책자문관을 만났다.

 _정책자문관 반년 어땠나. 

“벌써 6개월이 지났다. ‘밥값’은 하고 있는지 걱정이다.(웃음) 30년 넘게 한국농촌연구원에서 일하다 장관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농촌의 빈집과 지친 농민들을 보면서 자괴감도 들었다. 망원경을 현미경으로 바꿔 보는 괴리감이다. 혼자 콩농사 짓는 것보다 지식과 경험을 나누자는 생각에 합류했다. 지역특화산업과 6차산업 현장, 청년일자리 귀농ᆞ귀촌 현장, 마을 만들기와 지역개발 3가지 분야를 연구 중이다.”

_금요일마다 농촌 현장을 다닌다고 들었다.

“경북 농촌 25곳을 다녀봤다. 성주 참외를 보니 지역특화산업의 중요성을 알 수 있었다. 생산기술이 앞서고 농자재도 효율적으로 공급되고 있었다. 산지 유통센터에서 선별해 등급화하고 판로도 잘 갖춰져 있다. 영양도 공동온실에서 고추 묘종을 생산해 반값에 공급한 후 계약재배, 판로까지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서울광장에서 영양고추HOT페스티벌도 열면서 특화산업을 활성화하고 있다. 지자체와 농협, 농민이 한마음으로 만든 특화산업의 미래는 밝다.”

_눈에 띄는 성공과 실패 사례를 꼽는다면.

“안동시 길안면 더끌림 고태령(38)씨는 씨 없는 사과로 주스를 만들어 팔고 있었다. 미량의 독소가 있는 사과 씨를 제거한 것이 포인트다. 주스 가격이 일반의 두 배로 연간 1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했다. 군위군 우보면 강훈목장 조규제(28)씨는 목장 우유로 구워먹는 치즈를 만들어 성공했다. 1, 2, 3차 산업을 복합해 농가에 높은 부가가치를 올리는 6차산업의 현장이었다. 하지만 1만8,000여㎡ 규모의 하우스에 토마토와 오이를 재배하는 스마트팜이 체계적 유통망 없이 산지수집상이나 대구 매천시장, 벼룩시장 등 재래시장에 출하되는 사례도 있었다. 생육환경농법을 떠들지만 비가 안 오면 하늘만 쳐다보는 농가도 많고, 영농일지 쓰는 농민도 찾아보기 힘들다. 갈 길이 멀다 보니 할 일도 많다는 생각이다.”

_정부와 광역ᆞ기초단체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광역단체 대부분 역할과 기능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경북을 예로 들면 창조적 마을만들기는 농축산유통국이, 빈집정비와 리모델링은 건설도시국, 마을가꾸기 지원사업은 자치행정국, 산림휴양지조성 사업은 환경산림국이 각각 한다. 실국별로 칸막이가 있다 보니 파편화된 프로젝트에 매달려 허둥대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충남지역 일선 시군의 ‘농촌공동체과’는 관련 사업을 종합적으로 연계 추진하는 좋은 본보기다. 정부의 기획과 기초단체의 집행 기능을 모두 갖고 있는 광역단체는 행정체계정비와 중간지원, 민간 역량을 모두 강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_대한민국 농업은 어떻게 가야 하나.

“우리나라는 농가당 경지면적이 평균 1.48㏊다. 농사지어 자식 키우고 부모 모시기 힘들다. 소규모다 보니 전문화하기 힘들고 유통단계도 복잡하다. 경북에만 70세 이상 농민 인구가 44.3%고 40세 미만은 0.7%에 불과하다.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가 왔으니 젊은 농기업과 농업법인이 규모화 전문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영세 고령농은 사회안전망으로 보완해야 한다. 농가 유형별로 전문 농업인을 육성하고 정주체계에 따른 기능을 부여해 농촌 공간을 재편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농촌의 모든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_경북도에 따로 훈수를 두고 있나.

“지난달 중순 경북도에서 ‘지방소멸을 넘어 창조적 재생’이라는 주제로 첫 번째 농촌살리기포럼을 열었다. 16일에는 영양에서 ‘인구감소시대 경북농업의 새로운 길’을 테마로 2회 포럼을 한다. 연말쯤 종합적인 그림이 그려지면 따로 보고서를 제출할 생각이다.”

_농촌에 살고 있으니 피부로 느끼는 것이 있을 것 같다.

“인구감소, 농촌소멸시대를 맞아 무리한 인구유입보다는 농촌 사람부터 즐겁고 재미있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3억~5억원의 투자가 필요한 창농과 귀농도 중요하지만 집토끼가 떠나지 않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다. 지자체는 교사와 농촌지도자, 농업기술보유자 등을 유치하고 영농대행사가 농촌을 지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농민이 자식에게 농촌 생활을 권할 정도가 되어야 도시 사람이 찾아온다.”

_농사꾼으로서 성적은 어떤가.

“작년에 경운기 몰다 갈비뼈도 부러졌지만 재미를 붙이고 있다. 요새는 잡초를 뽑느라 여념이 없다. 작년 매출액이 850만원이다. 아직 멀었다.”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인 이동필 경북도 농촌살리기 정책자문관이 8일 경북도청 사무실에서 "집토끼가 살기좋은 농촌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류수현 기자

대담=전준호 대구한국일보 편집국장 jhjun@hankookilbo.com

사진ᆞ정리=류수현 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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