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프로 레이싱의 미래를 바라보는 제일제당 레이싱 김의수 감독

입력
2019.07.09 08:53
제일제당 레이싱의 김의수 감독을 만났다.
제일제당 레이싱의 김의수 감독을 만났다.

국내 모터스포츠를 대표하는 이벤트이자 슈퍼레이스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나이트 레이스는 예선1위를 거머쥔 제일제당 레이싱의 김동은이 마지막까지 순위를 지키며 시즌 첫 우승으로 장식했다.

V8 엔진의 굉음과 선수들의 치열한 경쟁 끝에 김동은이 가장 먼저 체커를 받는 순간 수 많은 폭죽이 강원도의 밤 하늘을 가득 채웠고, 관람객들을 환호하며 선수들에게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결승 레이스가 시작되기 전 제일제당 레이싱팀의 감독은 물론이고 컨텐츠 크리레이어, 프로모터 등 모터스포츠에 관련된 다양한 대외활동을 펼치고 있는 베테랑, ‘김의수’ 감독을 만나 팀을 비롯해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과연 김의수 감독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Q 2019년, 감독으로서 활동하고 있는데 그 소감이 궁금하다.

김: 솔직히 말해서 정신적으로는 신경 쓸 일이 제법 있지만 몸과 마음은 너무 편하다. 지난 시간 동안 ‘드라이버로 활동하며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구나’, 또 ‘프로 카레이서라는 직업이 정말 쉬운 일이 아닌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엑스타 레이싱의 김진표 감독과 같이 감독으로서 점점 성장하고 경험을 쌓는 입장이었다면 나 역시도 머리가 아프고, 속이 많이 타고 그랬겠지만, 감독이라는 포지션도 사실 어느 정도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런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선수라는 포지션에서는 한 발자국 물러나 한 시즌을 쉬는 과정이지만 감독과 컨텐츠 제작자, 모터스포츠 관계자라는 자리에서는 또 다른 도전과 배움 및 경험의 과정을 겪고 있는 만큼 나름대로의 고민이나 고충은 여전히 존재한다.

Q 예선 좋은 성적이 있었다. 김의수 감독의 소감이 궁금하다.

김: 이제 올라올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 동안 팀을 거쳐갔던 선수들과 팀원들, 그리고 지금 제일제당 레이싱팀에 함께 하고 있는 선수와 팀원들이 노력을 하고 경험을 쌓으면서 이제 팀이라는 시스템이 구체적인 성과와 결실을 내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예선 1위를 차지했던 김동은 선수의 경우에는 사실 이전부터 스톡카 레이스에 함께 했고, 경험이나 기량 부분에서 결코 의심할 여지가 없고, 올해 팀에 합류한 서주원 선수의 경우 스톡카 레이스의 경험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고성능 레이스카 및 정상급 레이스에 대한 경험과 경기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현재 제일제당 레이싱은은 운영과 기술 부분으로 나뉘어 운영하고 있다.

나 역시 팀의 감독으로 하나하나 관리하기 보다는 각 부분의 총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드라이버들 또한 어린 나이라 하더라도 프로 연차가 쌓인 선수들인 만큼 그들 스스로에게 많은 권한을 주고 있다. 말 그대로 팀원들이 다 잘해준 것이다.

*제일제당 레이싱 팀은 이번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4 라운드에서 창단 최고 성적을 달성했다. 예선 1위였던 김동은은 단 한번의 추월도 허용하지 않고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고, 서주원은 3위에 오르는 쾌거를 누렸다.

Q 올 시즌 감독 외적으로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김: 한 발자국 떨어져서 레이스를 바라보며 많은 것을 배우고, 또 시도하고 그리고 함께 하고 있다.

가장 먼저 내년 시즌에 도입을 예고한 스톡카의 패들 시프트 시스템의 테스트 드라이버로 슈퍼레이스와 업무를 함께 하고 있다. 사실 시기적으로는 2세대 스톡카가 데뷔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입은 늘 많은 준비와 시간이 필요한 만큼 현재의 스톡카를 조금씩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한 과업이라 생각한다.

실제 상반기에 진행됐던 타이어 테스트 현장에서 스톡카의 패들 시프트 장착 및 셋업을 위한 테스트 주행을 했는데 패들 시프트가 도입된다면 드라이버들이 더욱 완성도 높은 주행을 선보일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다만 아직은 조율해야 할 부분이 많은 만아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Q 의수네 자동차 또한 빠지지 않는 활동이다.

김: 그렇다. 모터스포츠 관계자로 가장 많이 신경 쓰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컨텐츠 크리에이터 활동이다. ‘의수네 자동차’라는 이름으로 현재 모터스포츠에 다양한 컨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처음에는 솔직히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아 더욱 열심히, 노력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모터스포츠에 대한 컨텐츠가 익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다만 채널 개설 이후 빠르게 오르던 구독자 수가 어느 정도 정체 구간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 아무래도 국내 모터스포츠 마니아 및 관심 인구가 적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간접적이라도 모터스포츠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활동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하나씩 시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Q 모터스포츠를 테마로 한 E스포츠를 출범했다고 들었다.

김: 국내 모터스포츠 인구는 상당히 적은 편이지만 ‘게임’을 즐기는 인구는 상당히 많고, 미래의 구매력을 갖고 있는 1020 세대의 비중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모터스포츠를 기반으로 하는 E스포츠 이벤트를 마련해 하나씩 하나씩 시도하고 있다.

과거 넥슨의 카트라이더 대회에서 슈퍼레이스 및 국내 모터스포츠 팀들과의 협업을 하며 대회의 컨텐츠 및 대중적인 노출 효과가 상당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E스포츠 이벤트도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비슷한 형태로 확장하고자 한다.

지난 6월 말, 첫 번째 대회를 치르며 ‘테스트 시즌’을 시작했고, 중계 시스템 및 대회 운영 시스템 등을 구축하며 올 하반기를 보내게 될 것 같다. 이러한 기반이 갖춰진 내년에는 복수의 팀들과 선수들이 동시에 참여해 치열한 레이스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Q 모터스포츠 부분에서 프로라는 타이틀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김: 솔직히 말해 국내 프로 모터스포츠, 그리고 프로 레이싱 팀들이 조금 더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후원을 받아 대회에 나가고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프로 레이스’는 그게 ‘기본’인 것이지 ‘전부’가 아닌 것이다.

단순히 SNS로 대회 소식, 성적 알리는 것을 비롯해 다양한 대외 홍보 활동을 동반되어야 한다고 본다. 몇 해 전부터 팀들은 홍보 부서 및 대외 협럭 부서를 마련해 외부 활동의 비중을 높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조금 더 적극적이고 활발한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처음에는 모두가 힘들고 낯설게 느낄 수 있지만 ‘프로 스포츠’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로야구가 출범 이후 현재의 관중 규모를 구성하기까지 대회는 물론 각 팀의 어떤 활동을 펼쳤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Q 베테랑, 그리고 레이싱 시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김: 먼저 이야기할 것이 우선 2019 시즌, 감독이라는 자리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지 선수로서 은퇴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부분은 확실히 하고 싶다.(웃음)

전세계의 다양한 레이스 카테고리를 살펴보더라도 국내의 베테랑보다 더 많은 나이의 선수들이 한 가득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베테랑들이 물러나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베테랑들은 젊은 선수들을 발굴하고, 혹은 팀에서 발굴해온 선수를 이끌고 육성시키고 레이스를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이후에 성장한 선수들과 자리를 내주는 것이지 먼저 물러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엔트리 레이스, 그리고 카트 등으로 대표되는 주니어/아마추어 레이스 등이 더욱 활성화 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래쪽 시장이 커져야 상위 카테고리로 데뷔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아지며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 팀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시장의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자체적인 활동에 나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팀을 운영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 이전에 아마추어들과 소통하고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을 할 수 있는 작은 활동부터 시작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버추얼 레이스의 우승자에게는 제일제당 레이싱을 통해 모터스포츠에 데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닛산 GT 아카데미처럼 풍부한 교육 및 출전 환경은 아니겠지만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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