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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범죄, 당신을 노린다] <10> 남양주 니코틴 살인사건
범행 나흘 전인 2016년 4월 18일 경기 남양주의 별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는 송모(50ㆍ오른쪽 위)씨와 황모(49ㆍ오른쪽 아래)씨. 경찰 제공

‘3일장 발인’

2016년 4월 22일 오후 11시 15분. 송모(50)씨가 휴대폰 검색창에 입력한 다섯 글자였다. 화들짝 놀라 주변에 급히 도움을 청하는 일도 없었다. 송씨의 곁에는 더 이상 숨을 쉬지 않는 남편 오모(당시 53)씨가 누워 있었음에도.

그러고 보면 송씨의 태도는 기이했다. 남편이 죽었다는데 상조회사부터 찾더니 상담원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남편 장례를 치러야 하니 A팀장을 연결해달라”고 용건만 밝혔다. 6분 뒤 송씨에게 전화한 상조회사 장례지도사는 “그래도 사람이 죽었는데 112에 신고부터 하라”고 했다. 112 신고를 받은 경찰은 “119부터 부르라”고 했다. 그제서야 송씨는 119에 전화를 걸었다. 자정이 얼마 남지 않은 11시 53분, 휴대폰으로 ‘3일장 발인’을 검색한 지 38분이 지난 시간이었다.

[저작권 한국일보] 남양주 니코틴 살인 사건 - 송정근 기자
◇58시간 뒤 부검… 졸피뎀과 니코틴 치사량

오씨 사체에 외상이나 저항의 흔적은 없었다. 송씨는 “남편이 외식 뒤에 맥주 한 잔 마시고 누웠다”고만 진술했다. 송씨는 부검을 거부했다. 사체 훼손 우려 때문에 유족들이 부검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긴 하다. 하지만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해 의아해 하는 기색이 도무지 없는 송씨의 태도가 이상했다. 경찰은 송씨를 설득하는 한편, 검찰에 따로 부검영장을 신청했다.

그 때문에 사망 이틀 만에야 부검이 진행됐다. 부검의는 울혈(몰려있는 피) 등을 이유로 사망 원인을 ‘관상동맥경화에 의한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추정하면서도 독극물 때문에 이런 증상이 나타나니 “독극물검사를 해보라”고 했다. 5월 중순 마침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니코틴 중독에 의한 사망’으로 판정했다.

오씨 혈액에서 니코틴이 ℓ당 1.95㎎, 수면제인 졸피뎀이 ℓ당 0.41㎎씩 나왔다. 니코틴 농도는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정빈 가천대 법의학과 석좌교수는 “송씨의 부검 거부로 오씨 사망 뒤 58시간 뒤에야 부검이 진행된 점을 감안하면 오씨의 사망 당시 혈중 니코틴 농도는 ℓ당 7.58㎎에 달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오씨 사망 사건은 이제 변사를 다루는 형사팀에서, 살인을 다루는 강력팀으로 넘어갔다. 4월 22일 오씨 사망 당일, 오씨 부부와 송씨 딸이 귀가한 오후 7시 28분 이후 오씨 집을 드나든 사람은 없었다. 자살이라면 니코틴에 관련된 도구나 흔적이 남아있었어야 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오씨 몸에다 니코틴을 들이부은 범인을 잡아내야 했다.

◇장례, 화장, 상속 … 일사천리로 진행

경찰은 오씨 주변을 훑기 시작했다. 직장 동료들은 오씨 죽음이 황당하다 했다. 한겨울에도 반팔 티를 입고, 남양주에서 춘천까지 주말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던 오씨였다. 건강했고 담배는 입에도 대지 않았다. 오씨의 3년치 건강검진 결과를 뽑아보니 니코틴 검사는 모두 음성이었다.

오씨의 마지막 길은 더 황당했다. 송씨는 남편 회사에 알리지 않고 오씨를 화장했다. 화장 당일에야 퇴직금 문제 때문에 회사에 전화를 해서 그제야 오씨의 죽음이 회사에 알려졌다. 친분 깊었던 동료들은 부랴부랴 화장터로 달려갔다. 동료들은 “화장터에 갔을 때 화장이 이미 끝난 뒤라 우리끼리 소주 한 병 사와 제사상을 차리고 절을 했다”고 말했다. “49재도 지내지 않았을 때 송씨가 어떤 남자와 함께 퇴직금을 청구하러 왔다”는 증언도 있었다.

오씨의 유산도 빨리 처분됐다. 부모 형제가 오래 전 사망했기 때문에 오씨의 상속자는 부인 송씨 뿐이었다. 송씨는 남편 사망 보름여가 지난 2016년 5월 9일 오씨 계좌에서 2억 2,000만원가량을 빼냈고, 10일에는 오씨 직장에서 퇴직금 4,700만원을 받아갔다. 아파트는 그 직후 3억 4,500만원에 팔았고, 그 달 11일부터 13일까지는 오씨 관련 보험을 정리했다.

남양주경찰서 로고. 홍인택 기자
◇ “포천 농약 살인사건이 떠올랐다”

경찰은 사건 초기부터 부인을 의심했다. 수사를 맡았던 남양주경찰서 강력2팀의 이종훈(45ㆍ현 남양주경찰서 마약수사전담팀 소속) 형사는 그 이전 맡았던 ‘포천 농약 살인 사건’을 떠올렸다. 이 형사는 “보험금을 노리고 농약으로 남편과 시어머니를 죽인 포천 사건의 범인도 사건 직후 112ㆍ119보다 보험회사에 먼저 전화했다”며 “두 사건이 비슷하다는 느낌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거 없이 송씨를 압박했다가는 증거 인멸이나 혹시 있을 지 모를 공범이 도주할 가능성만 높아질 뿐이었다. 그러던 중 결정타가 하나 나왔다. 오씨 직장 주차장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살펴보던 중 오씨 회사에 들렀던 송씨 자동차가 포착된 것이다. 송씨는 조수석에서 내렸는데, 운전석에 앉은 인물을 추적해보니 황모(49)씨였다.

이후 경찰 수사는 빨라졌다. 모든 곳에 황씨가 있었다. 오씨 사망 당일, 송씨에게 상조회사 연락처를 알려준 사람이 황씨였다. 오씨가 죽은 뒤 2016년 5월 2일 이삿짐센터에 연락해 오씨 아파트 내 가구들을 모두 폐기한 사람도 황씨였다. 송씨는 정리한 오씨 재산 8억여원 가운데 1억500만원을 황씨에게 줬다. 황씨는 이 돈으로 그간의 빚을 갚았다.

심지어 오씨와 송씨간 혼인신고서에 등장하는 ‘혼인의 증인’도 황씨였다. 혼인신고서 분석 결과, 서류에 적힌 오씨의 필체는 오씨의 것이 아니었고, 인감도 오씨가 자주 쓰던 인감이 아니었다. 송씨와 황씨가 혼인신고서를 위조한 뒤 남양주시청에다 제출한 것이다. 그 시점은 오씨 사망 두 달여 전인 2016년 2월 29일이었다.

결정적으로 황씨에게서 니코틴 원액 구매 기록이 나왔다. 그것도 오씨 사망 일주일 전이었다. 나중에 검거된 황씨는 "전자담배 때문에 샀다”고 둘러댔으나 정작 전자담배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른 말만 늘어놨다. 여기에다 황씨 휴대폰에서 살인 방법, 니코틴 원액 구매처, 상조회사 연락처 등에 대한 검색 기록이 나왔다.

◇재혼한 남편-내연남과 두 집 살림

송씨와 오씨는 2010년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만났다. 이듬해 오씨의 남양주 아파트에서 함께 살기 시작했다. 그 즈음 송씨 사정은 절박했다. 2000년 이혼했으나 뚜렷한 직업을 구하지 못한 채 두 딸을 키우다 보니 대출금 등 떠안고 있는 빚만 약 7,0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오씨는 송씨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피하지 않았다. 돈도 빌려주고 대신 내주기도 했다.

하지만 송씨는 곧 황씨와 딴 살림을 차렸다. 오씨는 직장이 천안에 있었던 관계로 주중엔 회사 기숙사에, 주말엔 남양주 아파트를 오갔다. 주말에 오씨와 지낸 송씨는 주중에는 남양주 시내에 별도로 빌린 아파트에서 황씨와 함께 살았다. 오씨는 이를 전혀 모른 채 생활비와 양육비를 건네 줬다.

범행이 들통나자 송씨는 필리핀으로 도주하려다 실패했다. 다음날 경찰이 체포하려 하자 방문을 닫고 버티면서 황씨와 경찰 수사 대응법을 두고 문자를 주고 받기도 했다. 하지만 때는 늦었다. 송씨에 이어 황씨도 체포됐다.

◇“직접 증거 없다” 끝내 혐의 부인

법정에서도 황씨와 송씨는 버텼다. 살인의 직접증거가 없다는 점을 노렸다. 자신들은 내연관계가 아니라 국내외 도박장 인근에서 환전 사업을 하는 동업자 관계라 주장했다. 송씨가 황씨에게 준 현금 1억500만원도 “홍콩달러 매입 자금”이라 주장했다. 송씨는 오씨가 자살했다고도 주장했다. 2015년에 등산하던 오씨가 눈을 다치자 “사람 일은 알 수 없으니 내가 죽으면 아무도 부르지 말고 화장하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이들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송씨가 황씨에게 건넨 돈이 황씨가 갚아야 할 돈과 정확하게 같은 액수인데다, 숨진 오씨의 휴대폰 검색이나 카드 사용 내역 중에 니코틴이나 자살과 관련된 내용이 전혀 없고, 수면제 졸피뎀이 고농도로 검출된 상태에서 오씨가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하려면 제3의 인물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혐의를 끝끝내 부인했음에도 지난해 11월 황씨와 송씨에게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그럼에도 황씨와 송씨는 판결이 잘못됐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또한 지난 4월 기각됐다.

남양주=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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