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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생각하면 대선서 트럼프 이겨야
인류를 위해선 위험한 극우인 그가 져야
한반도냐, 인류의 미래냐, 난 고민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연방정부의 국경구호예산안 법안에 서명했다. 포토아이

막스 베버. 카리스마라는 말을 만든 그는 칼 마르크스보다 50년 후에 태어난 독일 학자로 보수적 사회과학을 대표한다. 그러나 유신 시절에는 그의 이름을 마르크스와 혼동한 무식한 검열관들에 의해 금서로 지정됐었다. 반면에 ‘붉은 장미’ ‘독일의 레닌’이라고 불리는 좌파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의 책은 룩셈부르크란 나라에 대한 책으로 오해되어 수입 서적 지리책 코너에서 버젓이 팔았다. 20세기 초 열강들이 세계대전으로 치달아가는 가운데 진보를 자처하는 독일의 사회민주당 정권마저 사이비 애국주의에 기초해 전쟁을 지지하자, 그녀는 반인류적인 제국주의 전쟁이라며 반대 시위를 하고 민중 봉기에 참여했다가 사회민주당 정권에 의해 무자비하게 학살당해 베를린 강에 던져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판문점 회담을 보면서 떠오른 것은 엉뚱하게도 이 로자였다. 물론 로자가 반대했던 참전은 ‘사이비 애국주의’ ‘사이비 조국’이라는 점에서 당시의 참전 지지와 반대의 문제는 진정한 의미에서 ‘조국’이냐 ‘인류’냐의 문제는 아니었고, 참전의 결과는 비극적인 제 1, 2차 세계대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으로는 ‘조국이냐, 인류냐’라는 형식을 띠고 있었다. 이와 비슷하게 이번 회담은 나에게 다음 미국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조국이냐, 인류냐’라는 고민을 불러 오고 있다.

물론 이번 회담은 트럼프의 전공인 리얼리티쇼에 가깝고 내용은 앞으로 채워 나가야 한다. 이 점에서 이번 회동이 북미 간에 사실상 적대 관계가 종식됐고 새로운 평화시대가 시작된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지나친 낙관론이다. 왜냐하면 다음 대선에서 트럼프가 패배해 북미 관계가 트럼프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로는 형식이 내용을 규정하기도 한다. 사실 이번 회담이 냉전적 보수=친미=반북이라는, 분단 이후 70년 이상 지속되어온 불변의 공식에 심각한 균열을 가져 왔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엄청나다. 대표적인 냉전적 보수 논객이 이번 회담에 대해 “불쾌하고 창피하고 민망하다”고 울화통을 터트린 것이 그 예이다. 냉전 세력들은 트럼프가 미국의 전통적인 ‘반북’ 노선을 버리고 ‘친북’으로 나가는 것에 충격에 빠져 있고 홧김에 심정적으로는 ‘반미’로 나가고 있다. 주목할 것은 이 논객의 희망이다. 그는 “내년 선거에 한국에서 집권당이 패배하고 미국에 새 대통령이 들어선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며 미국 대선에 희망을 걸고 있다. 그동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적인 공화당을 지지해온 이 논객과 자유한국당 등 냉전적 보수 세력이 이번에는 진보적인 민주당 후보가 트럼프를 누르고 당선되기를 빌고 있는 것이다. 거꾸로,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온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개혁 세력, 나아가 진보 세력은 트럼프가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기를 바라는 기이한 사태가 예상되고 있다. 나 역시 한반도를 생각하면 트럼프가 다음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여 한반도의 탈냉전과 탈핵을 완성해 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한반도 밖으로 눈을 돌려 보면 전혀 생각이 다르다. 트럼프의 정책들은 보수적인 공화당이 좌파로 보일 정도로 극우 일변도이다. 그는 지구온난화와 생태 위기가 자유주의자들이 만든 가짜뉴스라며 환경규제 완화 등을 통해 환경 파괴를 가속화시키고, 시대착오적인 인종주의와 반이슬람주의, 반이민주의, 반여성주의로 증오의 정치를 부추기고 있다. 게다가 그간의 국제적 합의를 파괴하는 안하무인식의 일방주의적인 외교정책, 경제정책으로 세계를 위기로 몰고 가고 있다. 즉 그의 행동은 여러 면에서 세계대전을 불러일으킨 극우 민족주의, 극우 포퓰리즘을 닮았다. 그러하기에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면 그가 다음 선거에서 승리해서는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요즈음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조국과 한반도를 생각하면 트럼프가 당선돼야 한다. 그러나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면 트펌트는 다음 대선에서 재선돼서는 안 된다. 조국이냐? 인류냐? 그것이 문제로다.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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