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아름다움은 세상을 구원하는가(7.2)

입력
2019.07.02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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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 2일, 밥 겔도프의 가난 극복 '라이브 8' 콘서트가 세계 10개 도시에서 열렸다. 사진은 영국 에든버러 콘서트 장면. commoms.wikidedia.org
2005년 7월 2일, 밥 겔도프의 가난 극복 '라이브 8' 콘서트가 세계 10개 도시에서 열렸다. 사진은 영국 에든버러 콘서트 장면. commoms.wikidedia.org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는 말은 러시아 작가 도스토옙스키가 ‘백치’에 처음 썼고, 솔제니친이 1972년 노벨상 수락 연설문에 인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저 말은 대개 ‘구원’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아득한 절망의 맥락 안에 놓이곤 한다. 솔제니친은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고, 그는 저 말의 단어들 사이 어딘가에 ‘마침내’나 ‘끝내는’ 같은 힘겨운 부사를 숨겨 놓아야 했다. 사실 그래야 말이 된다.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한 예는 드무니까. 적어도 눈에 띄게 드러난 경우는 흔치 않으니까.

흔히 예술지상주의라는 것과 예술의 사회적 책무를 둘러싼 해묵은 고민 혹은 방황 끝에, 그 질문을 회피한 채 빈둥거리거나 어느 한 편을 맹목적으로 추종하지 않고 버틴 진지한 일부가 끝내 답 없는 갈래 길에서 저 예언 같은 선언으로 위안을 얻을 때, 다시 말해 사회나 역사가 요구하는 직접적인 요구에서 한 걸음 비껴나 스스로 추구하는 바의 예술적 아름다움에 치우치려다 못내 되돌아보며 머뭇거릴 때, 애써 자신을 다독이며 스스로를 긍정하는 기도의 문장이 어쩌면 저러했을 것이다. 그러니 저 말은 어떤 구루의 예언이나 지침이 아니라 모든 고민하는 자들의 바람이 된다.

하지만 아일랜드의 음악인 밥 겔도프는 34세이던 1985년 기아의 아프리카를 돕기 위해 자신이 기획한 세기의 콘서트 ‘라이브 에이드’의 무대를 지켜보며, 혹은 자릿수를 늘려가는 모금액 숫자를 바라보며, 저 말을 실감했을지 모른다. 그날 영국과 미국 무대에 선 러닝셔츠 차림의 프레디 머큐리 등 세계의 음악인들은 1억5,000만파운드를 모금해 에디오피아 난민을 도왔다.

그로부터 딱 20년 뒤인 2005년 7월 2일 겔도프는 규모 면에서 ‘라이브 에이드’보다 훨씬 성대한 ‘라이브 8’을 기획했다. 세계 10개 도시에서, 세기의 음악인들이 가담해 현지 시간 정오부터 밤 10시까지 입장료도 모금행사도 없이 진행된 콘서트였다. 그들은 일주일 뒤 모일 G8 정상들을 향해 “가난을 옛 일이 되게 하라”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가난한 나라에 대한 원조를 늘리고, 부채를 탕감하고, 부국의 이익에 복무하는 통상법을 고치라고 요구했다. 원조액 증액 등 일부는 이루어졌고 일부는, 사실 대부분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지 어쩔지 모르지만, 저 말이 세상을 덜 추하게 한 건 맞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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