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비핵화’ 직접 언급하며 유화 손짓… 북미 3차대화 청신호

입력
2019.06.27 22:02
수정
2019.06.27 23: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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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20서 한중 정상회담… 金, 하노이 노딜 이후 비핵화 의지 드러내 

 시진핑도 “북미 3차대화 지지”… 문 대통령 중재자역 탄력 받을 듯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호텔에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하노이=AP 연합뉴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호텔에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하노이=AP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통해“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변함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이 좀더 커지게 됐다. 시 주석도 “대화 추진이 강화돼야 한다. 북미 3차 대화를 지지한다”고 거드는 등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는 모양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외무성 명의의 담화를 통해 한미 양국을 싸잡아 비난하는 등 협상 재개 국면에서 특유의 ‘강온 양면 전략’을 펴는 것으로 보고, 북미 실무협상에 성실히 응할 때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시 주석이 27일(현지시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전한 김 위원장 메시지의 핵심은 비핵화 의지와 대화를 통한 해결이다. 시 주석은 지난20~21일 취임 후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북한의 비핵화 의중을 파악했다.

시 주석이 이날 전한 김 위원장의 첫 번째 메시지는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었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처음으로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셈이다. 김 위원장이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비핵화’라는 단어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던 것과 비춰보면 적지 않은 변화다.

김 위원장은 아울러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풀고 싶으며, 인내심을 유지해 조속히 합리적 방안이 모색되길 희망한다”는 뜻도 밝혔다.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비핵화 개념과 대상 등에 대한 시각차로 결렬됐지만, 미국과 여전히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조속한 해결’이라는 바람이 더해진 것으로 볼 때 올 해 연말까지로 협상 시한을 뒀던 4월 시정연설보다는 진일보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 위원장이 “한국과 화해ㆍ협력을 추진할 용의가 있으며 한반도에서의 대화 추세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밝힌 점도 주목할 만하다. 세 번의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쌓아온 문 대통령과의 신뢰관계에 변함이 없다는 의미여서 비핵화 협상 진전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촉진자 내지는 중재자역도 다시 한번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의 회담, 북미친서 교환 등은 북미대화의 모멘텀을 높였다고 생각한다”며 “북미간 조속한 대화가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에 “북미 양측이 유연성을 보여 이를 통해 대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북미 대화 재개 분위기가 무르익는 모양새지만 관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응이다. G20 정상회의가 끝나고 29~30일 방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던진 메시지에 화답을 한다면, 3차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이 아직 비핵화에 있어서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한 것은 아니어서 북미 실무협상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북한은 마침 27일 비핵화 의지를 의심케 하는 담화도 냈다”며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실무협상을 수용해 대화 테이블에 앉을 때까지 냉정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중국의 역할을 확실히 하겠다는 남북한 균형외교 전략을 처음으로 가시화한 성격도 있다”고 평가했다.

오사카=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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