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미ㆍ중 무역분쟁 사이 ‘등거리 외교’

입력
2019.06.27 21:39
수정
2019.06.27 22: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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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에 화웨이 직접 언급 없이 “한쪽 선택하는 상황 원치 않아”

시진핑 “사드문제 해결” 거론에… 文 “그렇기 때문에 비핵화 중요”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7일 일본 오사카 웨스틴 호텔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오사카=류효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7일 일본 오사카 웨스틴 호텔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오사카=류효진 기자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27일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미중 무역분쟁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대중 외교 전략을 보여줄지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은 한국에 있어서 1, 2위 교역국으로 모두 중요하다”며 “어느 한 나라를 선택하는 상황에 이르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 분쟁 속에서 우리 정부나 기업이 화웨이 사태 등에 있어 ‘명확한 입장’을 요구 받을 수 있는 상황에 ‘로키’로 대응하며 등거리 외교를 편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또 “(무역 분쟁이) 원만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화웨이에 대한 시 주석의 언급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화웨이 문제를 콕 집어서 말하진 않았다”며 “5G에 대해 시 주석은 원론적인 이야기를 했고 문 대통령은 청취했다. 특별한 답은 없었다”고 답했다.

국내에 배치된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문제도 언급됐다. 시 주석은 사드 문제와 관련해 “해결 방안들이 검토되기를 바란다”고 먼저 말을 꺼냈고, 문 대통령은 “그렇기 때문에 비핵화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사드가 중국을 염두에 둔 게 아니라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는 용도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청와대는 “비핵화가 선행되어야 사드 문제가 풀린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고 설명했다.

양 정상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후속 협상과 관련해선 긴밀한 협력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 간 경제협력에 제도적 기반을 한층 강화 하는 기회인 만큼 양국 간 지속적 협력을 기대한다”며 “한국은 대외의존도가 큰 나라인 만큼 다자주의, 개방주의 무역체제에 대해 적극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도 “다자무역은 양국의 이익뿐 아니라 세계 이익과 직결돼 있는 것이므로, 일시적 타결이 아니라 원칙 아래 긴밀히 협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이 충칭의 광복군 총사령부 복원사업을 비롯한 독립사적지 복원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준 점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또 최근 화살머리 유해 발굴이 진행 중에 중국군으로 추정되는 다수의 유품이 발견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확인되는 대로 각별한 예우를 다해 송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양 정상은 이어 대기환경오염 등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하며 국가 차원의 협력을 약속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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