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엿새 만에 풀려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입력
2019.06.27 19:12
수정
2019.06.27 23:0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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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내달 ‘하투’ 계획대로 진행

국회 앞 집회에서 폭력행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던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에서 석방돼 나오면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앞 집회에서 폭력행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던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에서 석방돼 나오면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앞 집회에서 불법행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27일 구속적부심을 거쳐 석방됐다. 도망 우려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 6일 만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오상용)는 이날 오후 김 위원장이 청구한 구속적부심 심문 기일을 열어 “보증금 1억원을 납입하는 조건으로 석방한다”고 결정했다. 보증금 1억원 중 3,000만원은 현금, 나머지는 보증보험증권으로 구성된다. 재판부는 보증금과 함께 주거제한, 출석의무, 여행허가 등의 조건도 붙였다. 주소지 이전이나 해외여행 전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의 기소를 ‘노동 탄압’으로 규정했던 민주노총은 김 위원장의 조건부 석방이 결정됐지만, 사상 첫 비정규직 연대 총파업을 시작으로 총파업 등 대대적인 하투(夏鬪ㆍ여름철 노동계 연대 투쟁)를 계획대로 펼치겠다는 입장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석방 후 기자들을 만나 “이런 무리한 (구속)에 대해 분명히 책임(질 일)이 있을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정부를 비판한 뒤 “노동자들의 요구와 노동자들이 정규직화되는 날까지 민주노총은 흔들림 없이 사회적 책무와 업무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8일 서울 강서구 KBS스포츠월드에서 열리는 전국 비상대표자회의에 참석해 다음달 18일로 예정된 총파업과 관련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다음달 18일 김 위원장과 간부 3명이 기소된 데 항의하는 ‘노동기본권 확대 쟁취, 노동탄압 규탄 총파업’을 열고 산하 지부들이 4시간 이상 파업을 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의 석방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갈등현안마다 이견이 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던 노정관계의 경색이 풀릴지는 미지수다. 노동계는 여전히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1만원 달성 등을 공약했지만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26일 오후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민주노총이 개최한 '현대중공업 주총 무효 전국노동자 대회'에서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김경자 수석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오전 민주노총은 다음 달 3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 가결 소식도 알렸다. 연합뉴스
26일 오후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민주노총이 개최한 '현대중공업 주총 무효 전국노동자 대회'에서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김경자 수석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오전 민주노총은 다음 달 3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 가결 소식도 알렸다. 연합뉴스

실제로 노동계는 대대적인 하투 계획을 밝힌 상태다. 민주노총은 김 위원장의 석방이 결정되기 전인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파업 찬반투표 결과 쟁의권을 확보한 10만여명의 조합원 중 70.3%가 찬성해 다음달 3~5일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산하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조는 공공운수노조, 민주일반연맹, 서비스연맹 등에 약 20만명이 조직돼 있는데 연대 총파업은 처음이다. 전국 초ㆍ중ㆍ고교의 급식조리원, 돌봄전담사, 교무행정사 등 학교비정규직(9만여명)의 파업 참가율이 가장 높은데, 이들의 파업이 현실화되면 급식과 돌봄교실 운영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노총은 이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철폐를 약속했지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정규직 전환 약속을 후퇴시켰고 임금격차를 정규직 대비 80% 수준으로 축소하겠다던 공약은 실종됐다. 노동 탄압이 계속돼 비정규직들이 직접 나선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산하 전국우정노동조합도 인력증원과 근로시간 단축 등을 요구하며 다음 달 9일 사상 첫 총파업에 나선다. 전국의 우편서비스가 중단되는 초유의 물류대란을 막기 위해 일단 노사 합의로 쟁의조정기간을 다음달 1일로 연장했지만, 우정사업본부가 경영난을 이유로 당장의 인력 충원은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결렬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달 주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임금 감소로 파업을 예고했다가 극적 철회한 전국자동차노동조합총연맹도 조합원이 가장 많은 경기지역 등은 아직 교섭을 진행 중이어서 파업 불씨가 남아있다.

임단협이 주로 진행되는 여름철에 노동계의 투쟁이 집중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올해 하투는 노동계가 ‘친노동’을 내세웠던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격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이 일시적으로 풀려났더라도 감정이 격앙된 민주노총과 정부가 바로 대화에 나서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 이후 교섭과 최저임금 결정 등 갈등 현안은 줄줄이 쌓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홍근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꼬여버린 노정관계를 풀기 위해선 노동계와 정부가 일정 기간 냉각기를 가진 뒤 대화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며 “노동계도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서 공감 받을 수 있는 운동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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