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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재발견 시티투어] 독립운동 역사교육의 현장, 고양시 
[저작권 한국일보]경기 고양시 덕양구 원당종마목장 가로수길을 달리고 있는 고양시티두어 버스. 배우한 기자그림
[저작권 한국일보]경기 고양시 행주역사공원. 1919년 3.1운동 당시 전국에서 유일하게 배위에서 만세시위를 벌였던 한강 하구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배우한 기자
경기 고양시가 지난 3월 30일 행주산성역사공원 선상에서 개최한 ‘3.1 독립운동 100주년 기념 선상만세시위 재현 행사’ 모습. 고양시 제공

“100년 전 3ㆍ1운동 당시 전국에서 유일하게 배 위에 올라 만세 시위를 벌인 역사의 현장입니다.”

이향미(47) 경기도관광해설사가 고양 행주역사공원 앞에 드넓게 펼쳐진 한강하구를 가리키며 이같이 외쳤다. 그의 해설이 믿기지 않는 듯 교복 차림의 한 중학생은 “와아, 진짜요”라고 물었다. 곁에 있던 40대 관람객도 “일본군이 쫓아오지 않았나요”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26일 탑승한 ‘고양시티투어버스’의 첫 행선지인 행주역사공원은 독립운동 역사 교육의 현장이나 다름없었다.

이날 몸을 실은 고양시티투어 버스는 행주역사공원을 시작으로 고양 곳곳의 항일 독립운동 유적지를 운행하는 ‘100년 전 우리동네-독립운동 코스’다. 버스 안엔 탑승인원(33명)의 절반 이상이 차 있었다.

행주역사공원은 출발지인 고양정보센터에서 버스로 20분가량 달리면 닿을 거리였다.

[저작권 한국일보] 경기 고양시 행주역사공원 전망대 모습. 배우한 기자

버스가 역사공원으로 들어서자 제일 먼저 시야가 탁 트인 한강이 눈에 들어왔다. 이 해설사의 말처럼 이곳엔 ‘전국 유일의 선상 독립운동’의 역사가 깃든 장소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한강변에 설치된 전망대에 올랐다. 1919년 3ㆍ1운동 당시 고양 주민과 행주동 어민 수백여 명이 배를 띄우고 대한 독립을 외쳤던 한강 하구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당시 만세시위대는 3월 11일과 24일, 28일 등 3차례에 걸쳐 선상에서 ‘대한독립 만세’를 목에 터져라 외쳤다. 첫 만세 운동을 벌인 행주산성에서 일본 헌병들에게 쫓겨 한강까지 밀려났는데, 배를 타고 배 위에서까지 대한 독립을 염원한 것이다. 그들의 독립 의지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저작권 한국일보]고양시티투어 요일별 운행 코스 그래픽=송정근 기자

행주역사공원 한 쪽엔 낡은 비석 하나가 서 있다. 독립운동가 이가순 관계송덕비(灌漑 頌德碑)다. 이가순은 3ㆍ1만세운동에 앞장선 독립운동가이자 1930년대 농사짓기 척박했던 일산 지역에 자비를 들여 15㎞의 물길(관계수로)을 내 옥토로 만든 역사적 인물이다. 그가 남긴 업적치곤 송덕비의 모습이 초라해 보여 아쉬웠다.

다시 버스를 타고 바로 옆 행주산성(사적56호) 입구에 닿았다. 3ㆍ1운동 100주년을 맞아 무료 개방된 행주산성에는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행주산성은 임진왜란 때 권율 장군이 고작 3,000명의 군대로 3만의 일본군을 물리친 행주대첩의 격전지다.

행주산성 대첩문에 발을 들여놓자 높이 8m의 권율 장군 동상(1986년 건립)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동상 뒤편에는 권율 장군과 군인, 마을 주민과 스님, 아낙네들까지 힘을 모아 왜군을 물리친 기록들이 새겨져 있었다.

[저작권 한국일보]행주산성이 있는 덕양산 정상에 행주대첩비(왼쪽)와 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이종구 기자

이 해설사는 “전투 당시 우리 군대의 포탄과 화살이 떨어지자, 성안의 부녀자들이 치마로 돌을 싸 전쟁에 쓰라고 돌을 계속 날랐다. 여성들의 희생이 전투 승리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야트막한 산길로 따라 20분 정도 오르니 행주산성 정상에 닿았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이는 한강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는 행주대첩비와 기념탑을 만날 수 있다.

대첩비 안 비석(1602년 건립)에는 행주대첩 승전 과정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비석에는 명필가 한석봉의 글도 새겨져 있으나, 훼손이 심해 알아볼 수는 없었다.

행주산성엔 또 다른 역사가 깃들어 있다. 1919년 3월 행주산성 정상인 덕양산에서 수백 명의 고양주민이 3ㆍ1만세 운동을 벌이며 일분 군경에 맞서 싸운 항일 투쟁의 현장이다.

이곳에서 만난 이성화(55)씨는 “행주대첩 당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연약한 몸으로 전쟁에 뛰어든 여성들의 강인함에 숙연해진다”며 “선조들의 나라 사랑 의지가 피부에 와 닿았다”고 말했다.

점심식사 장소는 덕양구 용두동 서오릉 인근. 주변에는 갈비집 등 대형 식당들이 즐비해 다양한 메뉴 선택이 가능했다. 식사 후 산들바람을 맞으며 서오릉 둘레길을 걸었다. 관람객들은 푸른 잔디 위로 우뚝 솟은 봉분의 위용에 놀라워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서오릉은 창릉ㆍ익릉ㆍ명릉ㆍ경릉ㆍ홍릉 등 5기의 왕릉이 있어 서오릉으로 불린다. 총면적 182만9,792㎡로 구리 동구릉 다음으로 큰 조선왕조의 왕실 족분군이다.

[저작권 한국일보]고양 독립운동 유적지인 경의선 일산역. 이종구 기자

다시 버스를 타고 경의선 옛 일산역에 닿았다. 현재의 경의선 일산역 바로 옆에 오래된 단독 주택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2006년 근대 문화재로 지정됐으며, 현재 일산역전시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역사 밖에는 이곳이 3ㆍ1만세운동의 현장임을 알리는 전시물과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이 해설사는 “일산 오일장이 있던 이곳은 김상옥 의사 등 독립운동가들이 중국으로 오가는 주요 루트였다”고 알려줬다.

고양독립운동사에 따르면 일산역은 3ㆍ1만세운동이 한창이던 1919년 3월 25일 주민 160여명이 만세운동을 벌이다가 일분군에 의해 해산된 곳이다. 이에 굴하지 않은 주민 500여명은 이튿날 일산장날을 맞아 이곳에 다시 모여 인근 면사무소로 몰려가 ‘독립 만세’를 외쳤다. 일본 헌병은 만세운동 지도자 15명을 체포했다.

시티투어 탑승객 이은주(41)씨는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이들의 의연함에 가슴이 찡하다”며 “일본을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아야겠다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지난해 7월 일산문화공원에 세워진 고양독립운동기념탑. 이종구 기자

독립운동 코스의 대미는 고양독립운동기념탑 관람이다. 고양시는 3ㆍ1운동 100주년을 맞아 지난해 7월 일산문화공원에 높이 31m의 기념탑을 세웠다. 시티투어 탑승객 등 관광객들이 기념탑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탑 안으로 들어가자 민족대표 33인이던 이필주 목사를 비롯해 고양 출신 독립운동가 74인의 주요 행적과 공훈이 적혀 있었다.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을 후대에 전하기 위함이다.

독립운동 코스는 자칫 무거울 수도 있지만, 색다른 재미도 숨어 있다. 고양 원당 종마목장 체험이 그것이다. 독립운동 코스 중에 들르는 이곳은 한국마사회가 경주마의 육성과 사육을 위해 조성한 목장이다. 넓게 펼쳐진 초원지대와 구릉으로 이루어진 목장길을 따라 걸으며 자연의 여유를 만끽해볼 수 있다. 승마 체험도 가능하다.

이날 7시간가량 체험한 독립운동 유적지 투어는 매주 수요일 진행된다.

이 밖에 고양시티투어 버스는 요일별 다양한 코스로 고객들을 맞고 있다. 화요일에는 서오릉, 가와지볍씨박물관 등을, 목요일에는 고려공양왕릉, 밤가시초가, 석탄이신의선생기념관을 운행한다. 토ㆍ일요일에는 도라전망대, 제3땅굴과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을 오간다. 탑승 요금은 성인 6,000원, 청소년 등은 4,000원이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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