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안 한다

입력
2019.06.26 19:50
수정
2019.06.27 07:2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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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 5차 전원회의서 부결, 사용자위원 9명 전원 퇴장… 인상률은 논의도 못 해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위원회가 제5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이날 근로자위원들이 준비한 장미꽃들이 회의 참석자 자리마다 놓여 있다. 연합뉴스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위원회가 제5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이날 근로자위원들이 준비한 장미꽃들이 회의 참석자 자리마다 놓여 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26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기존 방식대로 전체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중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요구했던 업종별 차등적용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용자위원 전원이 회의장에서 퇴장, 핵심쟁점인 인상률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최임위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최임위 전원회의실에서 열린 제5차 전원회의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적용하자는 안건이 부결됐다고 밝혔다. 근로자위원(9명), 사용자위원(9명), 공익위원(9명)씩 재적위원 27명 전원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이 안건은 찬성은 10명, 반대는 17명으로 부결됐다. 최저임금법상 안건이 의결되려면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

표결이 끝나자 사용자위원 9명 전원은 회의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퇴장한 뒤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최근 2년간 30% 가까이 인상된 최저임금이 소상공인과 영세기업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모든 업종에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한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 등은 지불능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소상공인이 많은 음식숙박업 등을 중심으로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경영계가 주장하면서 쟁점이 됐다. 하지만 노동계는 차등적용안은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려는 최저임금제도 취지와 맞지 않다고 반대해왔다. ‘최저임금 속도조절론’ 기조로 전환한 정부와 여당 역시 차등적용에는 부정적 입장이었다. 최저임금제 도입 첫 해인 1988년 2개의 업종그룹을 설정해 차등적용한 이래로 최저임금이 차등적용이 시행된 적은 없다. 사용자위원들은 이날 결정에 대해 “매우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내년 최저임금은 지불 능력을 고려해 가장 어려운 업종의 상황을 중심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전원회의에서는 내년 최저임금 결정단위를 시급으로 정하고 월 환산액을 함께 표기해 고시하도록 하는 안건도 표결에 부쳐져 찬성 16명으로 가결됐다. 2015년부터 시행해 온 월 환산액 병기는 유급 주휴시간을 포함하기 때문에 주휴수당 폐지를 주장하는 경영계가 반대한 안건이다. 주휴시간은 일주일에 정해진 시간을 모두 일한 노동자에게 최대 8시간의 유급휴일을 주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이 퇴장하면서 노사는 내년 최저임금액 최초 제시안도 내지 못한 채 끝났다. 27일로 예정된 제6차 전원회의의 사용자위원 참석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으로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을 앞두고 노사는 본격적인 대치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최임위가 내년 최저임금 인상액을 의결해 고용노동부로 제출해야하는 법정 기한은 27일이다. 박준식 위원장은 예정대로 이날 전원회의를 진행하겠다며 노사 양측에 최초안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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